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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사업구조개편 진단]'계통 공급 한계' 농협케미컬, 경영효율화 추진1000억원 규모 사업장통합 이전 계획, 자금운영 부담될 듯

안경주 기자공개 2018-06-29 11: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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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신용·경제사업 분리, 즉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농협은 자산 58조원에 49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9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내역에 따르면 한화(61조원)보다는 작고 현대중공업(56조원)보다는 큰 규모다. 하지만 '2020년 농가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경쟁력 부족과 차입금 급증으로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농협은 조만간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농협 주요 계열사의 재무 및 사업구조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7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국적으로 갖춰진 농협의 조직망을 활용해 성장해 온 농협케미컬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사업장통합 이전을 통해 생산공장을 현대화하고 경영효율성을 높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간 농협중앙회(또는 농협경제지주)가 농약을 일괄 구매한 뒤 농가에 재판매하는 '계통 공급' 중심의 판매 구조로 인해 농협케미컬의 경영효율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956년 설립된 농협케미컬은 농협경제지주 자회사(지분율 100%)로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등 농산물 생산에 필수품인 농약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농화학 회사다. 2001년 농협중앙회 자회사였던 남해화학이 농협케미컬 지분 66.86%를 인수해 농협중앙회의 계열사로 출범했다.

농협케미컬은 2007년 지분 60.1%를 취득한 농협중앙회의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2012년 농협경제지주 출범을 계기로 최대주주(지분 89.89%)가 바뀌었다. 2013년 농협경제지주가 농협케미컬의 남은 지분 전량을 매입, 100% 완전 자회사가 됐다. 이 과정에서 사명을 '영일케미컬'에서 '농협케미컬'로 변경했다.

농협케미컬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사업장통합 이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22년 완료를 목표로 전북 익산에 본사와 생산설비 등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투입되는 자금만 농협케미컬 총자산(1741억원)의 절반이 넘는 1000억원에 달한다.

농협케미컬 관계자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사업장을 통합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며 "기존의 노후화된 생산설비 등은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농협의 조직망을 활용한 판매방식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했지만 생산원가 절감 등 경영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지속적으로 경영효율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농협케미컬 실적 추이

농협케미컬은 농협중앙회 계열사로 편입된 후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됐다. 농협중앙회가 농가에 판매하는 농약을 농협케미컬로부터 일괄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농협케미컬은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농약업계 7위에서 현재 2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농협중앙회 계열사로 편입된 2000년 기준 매출액이 603억원에 불과했던 농협케미컬은 이듬해(2001년) 87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44.7% 증가한 수치다. 농협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매출액도 같은 기간 138억원에서 661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매출액 가운데 농협 계열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3%에서 75.8%로 늘었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을 통해 판매하는 계통공급이 전체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농협케미컬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전했다. 농협케미컬은 지난해말 기준 매출액 1801억원, 영업이익 110억원, 당기순이익 83억원을 기록했다.

계통 공급 중심의 판매구조가 정착되면서 판매관리비가 줄어든 점도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줬다. 2000년대 초반 농협케미칼의 판매관리비는 350억원 수준이었으나 2010년 이후 25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 6% 수준이던 영업이익률도 11%까지 높아졌다.

눈에 띄는 점은 최근 1~2년간 농협케미컬의 매출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수익성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2010년 이후 9~11% 수준을 유지하던 영업이익률은 2016년과 2017년 6.37%와 6.12%로 하락했다.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과 농가 지원을 위해 농약 가격을 인하한 영향 탓이다. 농협케미칼은 지난해에만 농약 가격을 16년 만에 최대 폭인 3.7%를 인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케미컬은 안정적 판로와 수익구조를 갖고 있지만 생산원가 절감 등 경영효율화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며 "향후 시장점유율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던 농협사료는 하람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농협 일각에선 농협케미컬 매출 비중의 80%를 차지하는 계통 공급 중심의 판매구조로 생산원가 절감 등 경영효율성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증설 과정을 거쳤지만 농협케미컬의 주력 생산시설인 대전공장과 안산공장은 각각 1978년과 1986년 준공돼 노후화됐다.

농협케미컬은 경영효율화를 위한 사업장통합 이전을 추진하면서 당분간 자금운영에 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전물류센터 등을 매각해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지만 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농협케미컬은 현금성자산이 거의 없는데다 100억원 가량의 결산배당을 실시하는 등 보유 자금에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차입금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채비율도 2015년 76.8%에서 2016년 91.0%, 지난해 93.7%로 점차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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