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업구조개편 진단]'내실 없는 성장' 농협홍삼, 애물단지 전락실적부진으로 사업 철수 압력, 해외시장 마케팅 강화 등 변화 필요
안경주 기자공개 2018-07-02 13:11:00
[편집자주]
농협이 신용·경제사업 분리, 즉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농협은 자산 58조원에 49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9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내역에 따르면 한화(61조원)보다는 작고 현대중공업(56조원)보다는 큰 규모다. 하지만 '2020년 농가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경쟁력 부족과 차입금 급증으로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농협은 조만간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농협 주요 계열사의 재무 및 사업구조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9일 13: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홍삼은 지난 10년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순항하던 실적은 2009년 적자 전환한 이후 회복되지 않고 있고, 인삼제품 시장에서도 경쟁사에 밀려 시장점유율을 확대시키지 못하고 있다.기업가치 향상, 이미지 쇄신 등을 위해 몇 차례 사명도 바궜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적자폭이 줄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중국 등 글로벌시장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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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홍삼은 인삼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국내 인삼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해 2002년 8월 설립했다. 농협 사업구조개편의 일환으로 2012년 3월부터 농협경제지주 자회사가 됐다. 설립 당시 농협고려인삼으로 출범했으나 사업의 부침을 겪으면서 2009년 NH한삼인, 2012년 농협한삼인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2013년 12월부터 현재 사명인 '농협홍삼'을 쓰고 있다.
농협홍삼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7~8%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한국인삼공사(브랜드명 '정관장')에 이어 업계 2위 사업자다. 한국인삼공사의 점유율은 70%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홍삼은 설립 초기 농협중앙회 등 계열사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가맹점 확대 등 판매망을 늘려 매출 증대에 나서면서 계열사 매출비중을 20~30% 수준으로 낮아졌다.
2003년 농협홍삼의 매출액은 201억원으로, 농협 계열사 매출액은 110억원이었다. 계열사 매출비중이 58.5%에 달했다. 그러나 다음해부터 농협 계열사 매출을 줄이고 일반 고객 대상 판매를 늘리면서 계열사 매출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다. 그 결과, 농협홍삼은 지난해 85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농협 계열사 매출액은 222억원으로, 계열사 매출비중은 26.0%에 불과했다.
농협홍삼은 판매망 확충 등으로 매년 매출성장세를 보였지만 실적은 부진했다. 특히 2009년 이후 당기손익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2009년 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농협홍삼은 2010년 102억원, 2011년 78억원, 2012년 113억원, 2013년 140억원, 2014년 87억원, 2015년 34억원, 2016년 88억원 등의 적자를 냈다. 그나마 지난해 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익은 흑자전환했다는 점에서 경영개선 여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지속된 적자로 인해 농협홍삼의 자본도 잠식된 상태다. 농협홍삼의 지난해말 기준 자본은 759억원이다. 수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총자본금이 145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693억원이 잠식된 상태다. 이 때문에 농협홍삼은 사업 구조조정 논의 때마다 철수 압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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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홍삼의 적자 원인은 높은 재고율에 있다는 분석이다. 농협홍삼의 재고자산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100억~2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 300억원을 돌파한 후 매년 급증해 2013년 1000억원을 넘겼다. 한 때 농협홍삼의 재고자산 규모는 1251억원에 달했다. 최근 200억 원어치의 재고를 평가손실 처리해 지난해 재고자산 규모는 1000억원대 수준으로 낮췄다.
매년 인삼제품을 만들지만 판매하지 못하고 물량을 쌓아놓다보니 손실이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매출액 대비 재고율도 2009년 100%를 넘긴 후 220% 수준까지 상승했다. 지난해말 기준 매출액 대비 재고율은 120% 가량된다.
농협홍삼은 최근 몇 년 간 재고를 줄이기 위해 특판에 나서기도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경쟁업체 대비 낮은 브랜드 인지도 영향도 있었지만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특판 제품 유통으로 가맹점의 영업권에 중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맹점주들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에 농협홍삼을 제소하기까지 했다.
업계 일각에선 재고가 늘고 실적부진이 지속되면서 농가의 소득을 높이겠다는 농협홍삼의 설립목적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인삼 재배 농가에 지급하지 못하고 빚으로만 쌓이는 자금 규모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2008년 농협홍삼의 매입채무(미지급금 포함)는 128억원 가량이었다. 이후 매년 확대되더니 2015년 매입채무 규모는 66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매입채무는 419억원 수준이다.
업계 안팎에선 실적 개선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한국인삼공사 '정관장'의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한다는 점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인삼의 인기가 좋은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강화와 일본, 동남아 등의 시장을 개척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 5월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며 "중국 공소그룹과의 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진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현지 고객의 니즈를 파악, 전략적 제품을 갖고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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