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업구조개편 진단]'쌀유통 허브' 농협양곡, 절반의 성공?지역농협 RPC 통폐합 '걸음마' 단계, 상품개발 발판 마련
안경주 기자공개 2018-07-06 13:38:18
[편집자주]
농협이 신용·경제사업 분리, 즉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농협은 자산 58조원에 49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9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내역에 따르면 한화(61조원)보다는 작고 현대중공업(56조원)보다는 큰 규모다. 하지만 '2020년 농가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경쟁력 부족과 차입금 급증으로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농협은 조만간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농협 주요 계열사의 재무 및 사업구조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4일 16: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첫 결과물로 설립된 농업회사법인농협양곡(이하 농협양곡)이 지난 3년간 내놓은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쌀 소비촉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했지만,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양곡유통 일원화 및 규모화 작업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평가다.농협양곡은 2015년 3월 농협중앙회의 양곡유통센터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농민의 40%가 쌀농사를 짓고 있다는 점에서 양곡유통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농가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농협양곡은 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농협쌀 매출을 확대하고 양곡유통을 일원화하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농협양곡을 쌀유통의 허브로 삼겠다는 게 농협중앙회의 계획이다.
농협중앙회가 양곡유통 일원화에 나선 것은 쌀값과 연관성이 깊다. 쌀값이 떨어지게 된 이유로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150여개 RPC(미곡종합처리장)와 100여개 민간 RPC가 지역에서 경쟁하고, 지역농협도 서울 등 소비지에서 경쟁을 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50여개 RPC를 운영하는 지역농협이 농협양곡에 현물출자 형태의 주주 참여 방식으로 유통 통로를 단일화해 시장 교섭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RPC는 수확된 미곡을 산물상태로 다뤄 원료반입, 선별 및 계량, 품질검사, 건조, 저장, 도정 및 제품출하, 부산물 처리 등의 작업을 공동으로 처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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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양곡은 RPC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농협의 현물출자를 통해 지난 3년간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농협양곡의 총자산은 지난해말 기준 1850억원으로 2015년(777억원)과 비교해 13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자본 규모도 477억원에서 891억원으로 86.7% 늘었다.
이 과정에서 농협경제지주가 보유한 농협양곡 지분율은 100%에서 지난해말 기준 79.64%로 줄었다. 대신 진천농업협동조합, 덕산농업협동조합, 이월농업협동조합, 서안동농업협동조합 등 지역농협이 새롭게 주주로 참여했다.
농협 관계자는 "2012년 사업구조개편 때부터 쌀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며 "농협양곡 설립 전부터 수매·가공 등의 원료확보·저장·판매기능이 있는 RPC를 운영하는 지역농협에 현물출자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농협양곡이 출범한지 3년이 지났지만 양곡유통 일원화 작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다. 2016년 4월 농협중앙회가 발표한 '농협양곡 판매사업 추진계획'에 따르면 농협양곡은 153개의 RPC를 2020년까지 76개로 통폐합하는 규모화 사업으로 쌀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농협양곡은 47개 RPC를 흡수·통합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판매능력이 우수한 30개 RPC와는 공동판매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었다. 이를 통해 국내 양곡시장의 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려 시장 가격에 농협양곡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복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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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RPC를 통폐합하더라도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오히려 시·군으로부터 받던 여러 지원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지역농협 입장에서 사업에 참여할 요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 계열사로 출범한 뒤 농협양곡은 아직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적이다. 사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적 악화에 더해 영업경쟁력이 저하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농협양곡은 영업수익(매출) 705억원, 영업손실 27억원, 순손실 1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수익은 매년 소폭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해를 거듭하며 악화되고 있다. 영업손실은 2015년 9억원에서 2016년 13억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농협양곡이 지난해 안성유통센터 완공으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농협양곡의 설립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서 쌀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성유통센터는 R&D개발 등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농협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한 다양한 상품개발이 가능해졌다"며 "보관·사용이 편리해 젊은층과 1인가구 등에 인기가 있는 페트형이나 진공포장 상품을 출시하고 소비자와 거래처가 요구하는 다양한 전용상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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