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흉물 전락 창동민자역사, 올해 빛 볼까 ②현대산업개발, 조건부 인수 결정…공개경쟁입찰 진행
진현우 기자공개 2019-01-15 08:10:28
[편집자주]
민자역사 사업은 국유재산인 철도를 활용해 옛 철도청의 경영개선과 이용객의 편의 증진을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당수의 민자역사가 자본잠식으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더불어 서울역사, 영등포역사, 동인천역사는 점용 기간이 만료돼 이곳에 생계 터전을 꾸린 상인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는 터. 민자역사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업계에 불어 닥칠 변화의 바람을 예측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1일 08: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 11월. 창동민자역사는 공정률 27.6%인 상태에서 사업주관사 부도로 공사가 돌연 중단됐다. 흉물스럽게 자리잡은 지상 5층 높이의 뻘건 콘크리트만이 창동민자역사 공사현장이었음을 간신히 가늠케 할 정도다.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던 창동민자역사가 8년 만에 사업 재개를 꿈꾸게 됐다. 꺼져가던 등불의 마지막 불씨를 살려준 건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2018년 12월. 시행사인 ㈜창동역사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스토킹호스(Stalking-horse)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사실 8년간 방치돼 온 창동민자역사를 인수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우협 지위를 획득한 뒤 다각도의 사업성 검토를 거친 끝에 이번 인수를 단행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공개경쟁입찰에서 원매자가 나타날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경쟁을 펼쳐야 한다. 인수자 지위를 확정한 뒤에는 관계인집회에서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수많은 협의 과정도 거쳐야 한다. ㈜창동역사가 유일한 회생방안으로 여겨진 인가전 M&A를 성사시켜 민자역사 재생사업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 주인 잘못 만난 창동역사… 부적절한 지급보증 화근
사업 주관사였던 ㈜창동역사의 부도는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기존 경영진이 공사비로 사용해야 할 분양대금을 유용한 것은 물론, 회사는 부적절한 지급보증까지 서며 스스로 재정적 파탄에 빠지는 결과를 자초했다.
특히 회사 경영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했다. ㈜창동역사의 지분 67.29%를 보유한 ㈜서초엔터프라이즈의 대주주는 ㈜BHK. ㈜BHK는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디엔케이하우징에 ㈜서초엔터프라이즈 지분 100%를 61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디엔케이하우징은 다시 2008년에 ㈜서초엔터프라이즈 지분 100%를 ㈜블루센트럴스테이션에 310억원에 매각했다. 이때 ㈜블루센트럴스테이션은 인수대금 310억원 전액을 한화자산운용으로부터 조달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창동역사가 지급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블루센트럴스테이션에 인수대금을 빌려줬다. 이때부터 창동민자역사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블루센트럴스테이션은 만기일이었던 2011년 2월까지 310억원을 상환하는데 실패했고, 한화자산운용은 보증을 선 ㈜창동역사에 기한이익상실(대출금 만기 전 회수)과 연대보증 이행청구를 통지했다. 자금여력이 없던 ㈜창동역사는 보증채무를 상환하지 못했고, 지급보증 미이행으로 부도처리됐다.
설상가상 작년 10월에는 결산세무신고 장기 미이행으로 강제 폐업 절차까지 밟았다. 회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디엔케이하우징 대표와 ㈜블루센트럴스테이션 대표는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숨가빴던 '2018년', 회생절차 본격 돌입… 인가전 M&A '유일한 희망'
㈜창동역사의 회생절차는 분양권 피해를 본 4명의 채권자들이 지난 2017년 12월 회생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창동역사엔 회사를 망가뜨린 기존 경영진들이 그대로 존재했다. 이에 서울회생법원은 기존 대표이사가 아닌 제3자를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했다. 법원은 웬만해선 기존 대표에게 법정관리인 역할을 맡긴다. 제3자를 선임한 것은 그만큼 기존 경영진에 회사 부실화 책임이 있다는 확실한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8년은 ㈜창동역사의 회생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 해다. 법정관리인은 조사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회생채권자, 회생담보권자로부터 신고받은 채권액을 분류하는 데 전념했다. 조사위원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5월 조사보고서를 내놓았다. ㈜창동역사는 조사보고서 내용을 채권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관계인설명회도 개최했다.
조사보고서엔 ㈜창동역사가 회생방안으로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사가 중단된 지 8년이 경과했기에 기존 건축물에 대한 보수작업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더군다나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효성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어 외부자금을 유치하지 않고서는 회생절차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조사보고서의 골자였다. 유치권은 공사장 건물을 법정 담보물로 갖는 권리다.
더욱 문제가 된 건 청산가치가 0원이라 당장 파산을 해도 수백명에 달하는 수분양자들의 채무액을 한 푼도 갚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창동역사에게 남은 선택은 인가전 M&A를 통한 외부자본 유치였다. 채권자들에게도 이는 최선의 선택으로 여겨졌다. ㈜창동역사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삼일회계법인에 매각주관 맨데이트를 부여한 뒤, 인가전 M&A에 착수했다.
◇ HDC현대산업개발, 작년 연말 극적으로 계약… 현재 공개경쟁입찰 진행중
㈜창동역사는 매각 무산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조건부 인수계약 체결을 위한 입찰에 들어갔다. 입찰엔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JS아일랜드, 도시표준연구소, 아시아디벨로퍼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창동역사는 이중 HDC현대산업개발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했다. 자금조달 증빙과 사업 수행가능성에 다른 원매자들보다 앞선다는 평가에서다.
다만 조건부 인수계약 체결은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은 창동민자역사가 8년간 방치돼 온 만큼 사업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최대 5개월 간 인수대금 산정을 위한 사업성 검토기간을 부여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사인 ㈜효성의 유치권 해소 △수분양자에 대한 보상 △한국철도공사와 기존 사업권 승계를 위한 협의 △시행사 변경에 따른 도봉구청의 인·허가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했다. 롯데, 신세계 등 국내 굴지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던 점도 앞서 언급된 수많은 난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창동역사와 HDC현대산업개발은 머리를 맞대고 사업계획을 논의했지만, 문제는 '용적률 완화'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사업성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용적률 완화는 도시계획 변경을 의미하기에 서울시와 도봉구청의 오랜 심의작업이 필요했다. 결코 법원이 부여한 5개월이라는 기간동안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었다. 인수를 고심하던 HDC현대산업개발은 결국 12월 말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키로 결심했다.
사실 ㈜창동역사의 인가전 M&A는 '용적률 완화' 등 사업재개를 위한 제반 절차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중단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러한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결정은 회사 차원의 영리 추구 외에도 지역 흉물로 자리잡은 민자역사 재생사업에 직접 총대를 메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거래 규모는 약 500억원으로 알려졌다. 향후 공개경쟁입찰에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는 확정된다. 원매자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HDC현대산업개발은 우선매수권을 사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
현재 ㈜창동역사는 공개경쟁입찰에 돌입한 상태다.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달 25일까지 예비입찰에 참여할 원매자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는다. LOI를 제출한 모든 원매자에게 예비실사 기회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내부 심사과정을 거쳐 통과한 원매자들에게만 이달 25일부터 데이터룸(VDR)을 개방하고 실사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다. 본입찰은 1월 31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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