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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운용, 지주사 집중공략…소통부재시 '엑시트' [행동주의 헤지펀드 분석]②한라홀딩스·메리츠금융지주 등 대주주·투자자 윈윈전략 추구

이민호 기자공개 2019-04-17 13:01:00

[편집자주]

투자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덩치가 크지 않지만 국내 사모 헤지펀드들도 액티비스트(Activist)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더벨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는 국내 헤지펀드 하우스의 운용철학과 전략, 핵심인물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2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VIP자산운용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다양한 제안으로 주주정책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를 다수 남겨왔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 등을 거느린 지주회사 한라홀딩스에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건의해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했다.

다만 장기간 투자에도 대주주가 제안을 귀담아듣지 않았던 경우도 있다. 신규시장 개척에 대한 회사의 사업방향에 동의할 수 없었던 소주 제조업체 무학이 대표적이다. VIP자산운용은 이 경우 과감히 엑시트하고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다른 회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주사 '러브콜'..대주주 지배력 강화·주가 부양 '일거양득'

VIP자산운용이 장기투자하고 있는 기업 중에는 지주회사의 비중이 높다. 한라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이 대표적이다. 지주회사의 경우 주주정책 개선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곳이 많다. 이 때문에 VIP자산운용이 제공하는 주주정책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배구조가 세대를 넘어가며 대주주 측에서 먼저 VIP자산운용에 컨설팅을 요청하는 경우도 다수 있는 설명이다.

이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에 따라 대주주가 합법적으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배당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한 몫을 했다. 배당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나며 배당성향을 글로벌 수준에 맞춰야 하는 필요성도 작용했다.

VIP자산운용이 5년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라홀딩스는 완성차업체 부진이 자동차 부품 업황에 대한 전반적인 불안감으로 번지며 2018년 들어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8년 초 6만원대였던 주가는 10개월 후 4만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VIP자산운용은 주가수익률(PER)이 크게 하락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정몽원 한라홀딩스 회장에게 자사주 매입소각을 제안하는 비공개 서한을 꾸준히 보냈다. 정 회장이 보유한 한라홀딩스 지분이 20%대에 불과해 주가가 저렴할 때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 대주주의 지배력을 효과적으로 강화하고 외부 M&A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정 회장은 장고 끝에 VIP자산운용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8일부터 세 달 동안 장내매수를 통해 81억원 규모 자사주(19만7018주)를 매입한 직후 소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발행주식총수(1080만2691주)의 1.82%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발표 직후 한라홀딩스 주가는 상승세를 탔고 장내매입이 종료된 올해 1월 7일 한라홀딩스 주가는 4만5600원까지 오르며 주가 부향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동시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은 얼마든지 있다"며 "회사를 움직이려면 대주주에게 한편으로 유리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소각 외에 배당정책에 대한 컨설팅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라홀딩스의 배당성향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 17.0%에 그쳤던 배당성향은 2017년 33.1%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 감소에도 배당을 오히려 확대해 160.4%에 이르는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투자자문사 때부터 투자를 이어온 메리츠금융지주는 VIP자산운용과 돈독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주주친화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VIP자산운용은 투자 초기부터 조 회장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주주정책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꾸준히 교환하고 있다. 이 결과 2014년 10.3%에 불과했던 배당성향은 지난해 20.6%로 두 배가 됐다. 배당수익률도 0.9%에서 3.9%로 증가했다.

VIP자산운용의 컨설팅형 행동주의가 지주회사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VIP자산운용은 나이스정보통신, 가온미디어, 서원인텍 등 IT기업에도 활발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경우 총주주수익률(TSR·Total Shareholder Return) 개념에 기반해 배당정책은 장기적으로 가져가되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컨설팅에 집중한다. 총주주수익률은 주주가 일정 기간 동안 배당소득과 주식평가이익을 합쳐 얻을 수 있는 총수익률로 VIP자산운용이 주주이익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다.

회사의 영업현금흐름이 양호한데도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IR 활동이나 자본재배치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해 재평가를 유도하는 식이다. 회사의 대주주가 설명하는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충분히 듣고 납득할 만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일정 부분은 조율하기도 한다.

◇소통 안되면 곧바로 '엑시트'..서울 진출 의견 불일치 '무학' 대표사례

VIP자산운용이 대주주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지만 경영진이 계획하고 있는 사업의 방향에 동의할 수 없을 때에는 과감히 액시트하는 경우도 있다. 대주주가 VIP자산운용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공개 압박으로 전환할지 아니면 지분을 매각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공개 압박은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한 일부 사례에만 한정된다. 최근 현대홈쇼핑에 관여했던 것이 그 예시다.

VIP자산운용은 경남지역 소주 제조업체 무학에 투자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톡톡히 누렸다. 활발한 ELS 투자로 자산을 증식해온 무학은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300억원에 육박하는 평가손실을 냈다. 이 충격으로 무학의 주가는 4000원 아래로 폭락했다.

VIP자산운용은 무학의 영업 역량이나 시장점유율 등 본업에는 경쟁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부산 소주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경쟁사 대선주조가 오너 교체로 휘청인 시기를 틈타 저도주 브랜드 '좋은데이'를 앞세워 부산 공략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던 시기였다. VIP자산운용의 예상대로 '좋은데이'는 부산 진출 직후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고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할 당시 4000원대였던 주가는 매출 증가세를 바탕으로 2만원 이상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무학이 부산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서울 진출을 무리하게 시도한 것이 문제가 됐다. VIP자산운용은 서울에서의 기존 소주 브랜드들의 여전한 강세로 무학이 시장을 파고들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의견을 무학에 전달했지만 기존 사업계획이 강행됐고 VIP자산운용은 결국 2014년 보유하고 있던 무학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무학은 서울 진출 이후 과일소주 열풍을 타고 반짝 성과를 올리며 주가도 단기간 급등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소주 브랜드들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여기에 부산에서의 점유율 하락도 막지 못하며 주가는 2만원대 제자리로 돌아왔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사업 방향 자체는 회사가 원할 경우 컨설팅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협의의 대상이 아닌 회사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무학은 회사가 결정한 사업 방향에 대해 주주로서 동의할 수 없어 액시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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