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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vs 한진家]델타항공은 왜 '대한항공 아닌 한진칼' 지분 샀을까'협력관계 강화' 위해 대한항공 지분 사도 무방…지배구조 고려 관측

고설봉 기자/ 정미형 기자공개 2019-06-26 09:02:33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5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델타항공은 왜 사업 파트너인 대한항공이 아닌,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을까. 이를 두고 재계 및 시장의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델타항공의 한진그룹 백기사'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다. 당사자인 델타항공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파트너십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외 '경영권 분쟁' '백기사' 등의 언급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한진그룹은 공식 보도자료를 내놓지 않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 소식이 알려지며 조직이 안정화하고, 여유를 되찾았다.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적극적으로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델타항공은 한진그룹의 백기사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델타항공은 누구의 백기사인가'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델타항공의 투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델타항공이 직접 사업파트너인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지분 투자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벨은 일본에 있는 델타항공 아시아태평양본부에 한진칼 지분 매입 이유에 대해 문의했다.

델타항공 아시아태평양 홍보 총괄은 "한진칼에 대한 투자가 델타와 대항항공과의 장기적인 안정과 성장을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우리의 접근 방식은 전 세계 전략적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방식과 일관성이 있으며, 대한항공과 합작 투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이후 장기 비전의 일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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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직접적이고 폭넓은 사업교류를 하고 있다. 한진칼과는 아무런 사업 연관성이 없다. 조인트벤처는 델타항공과 대한항공 간 맺은 계약이다. 환태평양 노선에서의 항공권 판매, 운항 등을 공동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노선에서 항공기 등을 공동으로 운항하고, 조업사 비용 등 원가도 공통으로 부담한다. 수익도 공동으로 나눈다.

일각에서는 델타항공이 그동안 조인트벤처를 맺거나, 협력 관계인 항공사 지분을 매집해왔다는 점을 들어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이 이례적인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실제 델타항공 아시아태평양본부 홍보 총괄도 '한진칼 지분 매입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일관성 있는 수행 방식'이라고 말한다.

과거 델타항공의 행적에 대입해보면 '파트너십 강화'라는 델타항공의 논리는 그대로 받아들일만하다. 실제 델타항공은 2017년 스카이팀 멤버이자 조인트벤처 관계인 에어프랑스-KLM 지분을 10% 취득하고, 이사진에 취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협력 관계인 중국동방항공 지분을 3.5%, 브라질의 GOL항공사 지분 9.5%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앞선 투자와는 조금 다르다. 우선 델타항공은 직접 사업 파트너에 투자하지 않고, 그 모회사에 투자했다. 파트너십 강화만을 위한 단순한 투자였다면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의 지분을 샀어도 무방하다.

델타항공이 과거 다른 협력사에 투자했을 때와 이번 한진칼 투자 사이에 뚜렷한 차이점은 또 있다. 대한항공의 경영기반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가 외부의 사모펀드와 경영권 분쟁으로 취약한 상태다. 과거 델타항공이 에어프랑스-KLM 지분을 샀을 때는 지배구조 및 경영권 분쟁 이슈가 없었다. 중국동방항공도 역시 경영권 분쟁 등의 이슈가 없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은 델타항공이 추구하는 '파트너십 강화'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이 겪고 있는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해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고,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사업을 이어가는데 위험요소가 발생했다고 인식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기반해 델타항공이 더 대한항공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한진칼 직접 투자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델타항공 아시아태평양 홍보 총괄은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가장 큰 주주이기 때문에 한진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우리가 우리파트너십 성장과 장기적 안정을 써포트 하는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백기사라는 점은 조 회장 일가의 KCGI의 보유 지분과 델타항공이 장래 보유하게될 지분 등을 고려해 보면 더 명확해진다. 만약, 델타항공이 조 회장 및 한진그룹의 백기사가 아니라면 델타항공의 '파트너십 강화' 목적은 달성될 수 없다. 현재 조 회장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이 28.93%이고, KCGI는 15.98%이다. 이 같은 구도에서 델타항공의 지분 10%는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킬 수도 있고, 끝없이 지연시킬 수도 있다.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백기사가 아니라면 조 회장 일가 28.95%대 KCGI와 델타항공 25.98% 구도가 만들어진다. 이 경우 팽팽한 힘의 대립이 생기고, 어느 한쪽에서 균형을 깨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경영권 분쟁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 조 회장일가와 델타항공 38.95%대 KCGI 15.98%의 구도가 만들어진다. 이 경우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료된다.

델타항공 입장에서 환태평양 노선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고, 사업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서는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012년 이래 처음으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대한항공이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델타항공의 미래 전략도 꼬이게 된다. 지난해 출범한 조인트벤처가 계속 순항하고, 델타항공이 환태평양 노선에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한진그룹의 경영 분쟁이 조기에 마무리되는 게 더 유리하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의 파트너십 강화가 목적이라면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더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 주식을 상호 보유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경우 델타항공이 일방적으로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이고, 이는 백기사를 자처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한진그룹과 델타항공간 쌓아온 신뢰관계 및 사업적 연관성 등을 고려하고, 향후 조인트벤처 등의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백기사라는 데 더 무게가 쏠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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