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재매각]'매각 트리거' 웅진에너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나글로벌 과잉 설비투자·썬파워와 결별…중국 보조금 삭감 정책 '치명타'
박기수 기자공개 2019-07-01 15:22:37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8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웨이를 품었던 웅진그룹이 3개월 만에 재매각하는 원인으로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꼽히고 있다. 한때 웅진의 미래라고 불렸던 웅진에너지는 심각한 경영난에 결국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웅진에너지의 실패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또 코웨이를 재매각하게 만든 웅진에너지의 실패가 그룹 전체에 미친 영향은 얼마나 컸던 것일까.웅진에너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중간재에 해당하는 잉곳과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회사다. 식자재가 가공돼서 '요리'가 되듯, 태양광 에너지도 '폴리실리콘(원재료)→잉곳→웨이퍼→셀→모듈→발전 시스템'이라는 생산 과정을 거친다. 잉곳은 폴리실리콘을 녹여 기둥 모양으로 만든 결정이고, 웨이퍼는 잉곳을 얇게 절단해 만든 판을 뜻한다. 이 웨이퍼로 태양전지라고 불리기도 하는 셀을 만들고 셀을 이어 붙여 모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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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에너지의 사정이 지금과 같았던 것은 아니었다. 2006년 미국 썬파워(SunPower)와의 합작으로 세워진 웅진에너지는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된 이후 2011년까지 견조한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였다. 제대로 된 영업이익이 나오기 시작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웅진에너지의 누적 영업이익은 1700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 560억원을 낸 2010년의 경우 지주사 ㈜웅진의 연결 영업이익의 약 3분의 1가량을 차지했을 정도니 '웅진의 미래'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만 2012년부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웅진에너지는 2015년과 2017년 본전에 가까운 흑자를 낸 것을 제외하면 매년 적자를 내는 기업으로 돌변했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쌓인 누적 영업손실만 2562억원이다.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결국 올해 담당 회계법인마저 웅진에너지를 계속기업으로써 존속 여부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법정관리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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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에너지의 쇠퇴는 세계 태양광 경기와 관련이 깊다. 2010년대 초는 세계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태양광 '미래 먹거리'로 불리며 경쟁적인 설비 투자가 이뤄진 때였다. 그러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가 침체하면서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 줄어들었다. 당시 글로벌 태양광 발전 소비량보다 생산 능력이 배 이상으로 높았다. 이는 곧 태양광 발전 관련 부품들의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이때 글로벌 2위 잉곳·웨이퍼 업체였던 중국의 LDK와 글로벌 1위 셀 업체인 미국 퍼스트솔라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정도였다.
웅진에너지 내부의 문제도 있었다. 2011년 합작 파트너였던 썬파워가 웅진에너지의 지분을 전량 매도하면서 결별 절차에 나섰다. 매출의 상당량을 썬파워로의 납품으로 채우고 있던 웅진에너지로서는 이듬해부터 매출 감소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2011년 매출 3134억원을 기록했던 웅진에너지는 이듬해부터 매출이 1000억원대로 급감하기 시작했다.
반등의 기회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2017년 태양광 발전 시설의 수요가 살아나면서 웅진에너지도 오랜만에 흑자를 맛봤다. 당시 웅진에너지는 매출 2431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작년 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모듈 및 셀 등 수입 태양광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며 다시 한번 적신호가 켜졌다. 결정타는 중국이었다. 트럼프 정부의 조치에 반대급부 격으로 중국이 태양광 업체들에 대해 보조금을 삭감하고 신규 사업 허가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태양광 관련 모든 제품의 가격 폭락이 다시 한번 이뤄졌다. 비단 웅진에너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 같은 업체들도 대규모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썬파워와의 결별 이후, 잇따른 대규모 손실로 웅진에너지의 재무 부담은 이미 높아져 있었다. 2012년 이후 웅진에너지는 보유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만큼 영업이익을 단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다시 말해 한 해 장사로 차입금의 원금은커녕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7년 이상 지속했다는 의미다. 561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작년의 경우 웅진에너지의 이자 비용은 143억원이다. 소규모 흑자를 냈던 2017년에도 차입금 이자 비용이 118억원이었다. 당시 영업이익 38억원보다 3배가량 많은 금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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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웅진에너지에서 눈덩이처럼 커진 유동성 문제는 지주사 ㈜웅진을 포함한 그룹 전체로 전이됐고, 이 배경이 코웨이를 3개월 만에 다시 되파는 배경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올해 ㈜웅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하며 그 사유를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급격한 업황 저하에 기인하여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2019년 내 만기 도래 차입금 규모도 상당해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던 바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웅진에너지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퍼지는 상황에서 웅진그룹은 한 번 더 대규모 차입을 동원해 코웨이를 품었다"면서 "에너지 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분을 막아낼 수 있는 능력마저 의심받던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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