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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기업' 투자중단 국민연금, 행동주의에 '찬물?' ESG등급 적용 가능성…힘잃은 KCGI에 "시장 더 위축될라" 우려

이효범 기자공개 2019-07-31 08:24:58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6일 07: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나쁜기업 투자를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에게 찬물을 끼얹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상장기업에 주요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은 때때로 주주가치 개선을 시도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최근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행보가 시장을 한층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주주활동을 통해서도 변화가 없는 기업에 대해 투자를 아예 중단하거나 투자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투자기업에 따라서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관련 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ESG등급을 적용해 등급이 낮은 기업을 걸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ESG 평가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성과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등이 매년 ESG 등급을 산출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행보가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에 투자를 원하지만 ESG 평가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해외투자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이같은 기준아래 투자를 실시할 경우 국내에서도 ESG평가와 투자가 원활하게 자리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국내 ESG 평가는 해외와 달리 거버넌스 평가에 집중돼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버넌스 평가시 배당과 관련한 내용 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도 평가요소로 포함된다. 주주들에 대한 배당이 미흡할 경우 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ESG 등급을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등급이 낮은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는 셈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통합 등급은 S, A+, A, B+, B, C, D 등 7등급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B등급 이하로 평가된 기업들에 대해 투자주의를 경고하고 있다. 예컨데 한진칼의 2018년 ESG등급은 'B이하'로 평가된다. 국민연금이 이같은 기준을 적용해 한진칼 투자금를 중단하거나 비중을 줄일 경우 KCGI의 행동주의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든든한 우군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주주활동을 실시하는 대상기업들은 주로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한 기업인 경우가 많다"며 "ESG등급에서도 이같은 부분들이 반영될 수 있는데 극단적으로 '큰손'인 국민연금이 투자금을 회수하면 주주활동을 펼치는데 득이 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한진그룹이 델타항공을 우군으로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KCGI의 공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행동주의 펀드가 힘을 잃으면서 일부에서는 국내에서 행동주의 전략을 펼치기에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반응도 나온다. 헤지펀드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행동주의 전략의 한계를 공감하고 펀드를 접은 사례도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 초까지만해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았다"며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주식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국내기업을 상대로 전략을 펼치는게 여전히 무리수라는 반응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까지 나쁜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다면 전략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노릴 수 있는 기업들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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