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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손배소 청구 KCGI 진짜 속내는 승소 확신보다 존재감 부각 의도에 무게

노아름 기자공개 2019-08-14 11:42:44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3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CGI가 한진칼에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를 예고한 가운데 이번 행보를 두고 시장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KCGI가 표면적으로는 한진칼 이사회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린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안건 자체보다는 오히려 공론화 시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 한진칼의 백기사로 평가하는 델타항공의 갑작스런 출연 이후 설 자리가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KCGI가 승소 가능성과는 별개로 행동주의 펀드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KCGI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등 한진칼 전현직 사외이사 3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한진칼 이사회가 단기차입금 증액 의사결정을 내린 것을 문제 삼았다. KCGI는 △불필요한 이자비용 지출 △자산 증액에 따른 주주의결권 제한 등을 지적했다.

KCGI 측은 "한진칼은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 자금 조달 및 운영자금 확보 목적에 부합하도록 신규차입금을 사용할 계획이 없었음에도 불필요한 단기차입금을 고율의 조건에 차입했다"며 "차입한 1600억원 중 1050억원을 2개월만에 중도 상환해 신규차입금 이자비용을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KCGI는 한진칼이 차입금을 일으킨 목적이 자산 증액에 있다고 봤다. 상법 제542조의11 및 시행령 제37조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며, 지난해 9월 말 자산이 1조9134억원이었던 한진칼은 신규차입금으로 인해 부채가 늘어 해당 조항을 충족케됐다.

기존에는 최대주주만 의결권이 제한됐던 것과는 달리 감사위원회를 두고 감사위원을 선임하게 되면 KCGI를 비롯한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때문에 KCGI는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은 독립적인 감사 선임을 저지하고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방편"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더해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와 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3)에 반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KCGI-한진칼 일지

법조계 및 지배구조평가기관 등은 KCGI가 제기한 논점을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KCGI가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인다. 다만 이사진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할 경우 지위에 요청되는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는지 혹은 배임죄 여지가 없는지 등에 설득력을 더하기위한 원고 측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의견이 모인다.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원고 승소한 사례는 제일모직 건이 대표적이지만 KCGI-한진칼과는 이슈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대상으로 삼기엔 무리가 따른다. 2011년 대구지법은 에버랜드가 1996년 발행한 전환사채(CB) 인수를 포기토록 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이건희 회장 등 제일모직 이사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제개혁연대에 승소 판결을 내렸던 바 있다. 뒤이어 이 회장 등이 항소했으나 고등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업무상 배임이 인정됐다.

한편 KCGI의 최근 행보를 놓고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5%를 넘겨 보유한 것을 KCGI 측이 적신호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최초취득 이후 KCGI가 한진그룹 경영진에 만남을 제의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응행보를 보이지 않아 행동주의 펀드 공세가 한풀 꺾였다고 바라보기도 했다. 때문에 이와 같은 부정적 시선을 돌리기 위해 KCGI가 행동에 나섰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델타항공은 지난 6월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데 이어 지난 1일에는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해 보유지분을 5.13%까지 늘렸다. 앞서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홈페이지를 통해 향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이 경우 2대 주주인 KCGI(15.98%)와의 격차는 상당히 좁아진다. 업계서는 글로벌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Sky Team)에 속한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요청에 따라 한진칼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으로 바라본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화살이 언젠간 자사를 향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국내 기업 사이에 팽배해 국내 일부 그룹사의 경우 여론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동시에 한진그룹에 힘 실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온 것으로 알고있다"며 "이와 달리 상대적으로 행보가 자유로울 뿐더러 한진 측과 탄탄한 네트워킹을 구축한 델타항공이 구원투수로 나서 KCGI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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