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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위기 선진국금리 DLS]마케팅 활용 '백테스트', 힘실리는 '무용론'리스크점검 수단 불구 자금모집 근거로 사용…불완전판매 이슈와 결부 가능성

최필우 기자공개 2019-09-04 07:41:03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2일 11: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 손실 가능한 구조의 파생결합증권(DLS)이 수천억원이나 판매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백테스트(Back test)가 꼽힌다. 백테스트는 상품 구조를 기초자산의 과거 흐름에 대입해 상품성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판매사와 발행사는 문제가 된 금리연계 DLS가 지난 10년간 언제 발행됐더라도 원금 손실이 없었을 거라며 안정성을 자신했지만 전례 없는 금리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상품성 점검 장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

백테스트는 파생상품 개발자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파생상품 개발자들은 퀀트(계량분석) 기법을 활용해 상품성을 테스트한다. 개발 중인 상품과 구조가 같은 상품이 과거 수년간 꾸준히 발행됐다고 가정하고 어떤 구간에서 수익을 냈는지, 어떤 구간에서 손실폭이 커졌는지를 확인한다. 수익을 낸 구간이 많고 손실을 낸 구간이 적으면 상품성이 확보되는 식이다.

지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도 백테스트에 기반해 탄생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이 매월 있는 옵션 만기일 사이에 ±5% 구간에 머무를 경우 프리미엄 수익을 달성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5%를 벗어나면 초과한 변동률만큼 손실이 난다. 양매도 ETN의 경우 코스피200의 과거 흐름을 기반으로 한 백테스트 결과 상품 출시가 가능했다.

양매도 ETN의 백테스트 결과가 주목받은 건 양매도 전략으로 막대한 손실이 난 전례가 있어서다. 하지만 신상품은 기존 상품과 달리 증거금을 활용한 레버리지 효과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했다. 이같은 구조를 2008년 금융위기로 양매도 상품이 손실을 냈을 때 사용했다면 손실이 제한됐을 것이란 논리를 백테스트가 뒷받침한 것이다. 이후 백테스트 결과가 파생상품 마케팅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10년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도 과거 10년간 금리 흐름에 기초한 백테스트 결과가 출시 명분이 됐다. 2009년 3월 이후 이 상품이 언제 출시됐어도 원금 손실이 없었을 것이란 백테스트 결과가 판매에 힘을 실었다. 리스크와 상품성 점검을 위한 백테스트가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다. 하지만 독일 국채금리는 역사적 저점을 돌파해 전례 없는 하락 추세를 이어가면서 백테스트 결과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백테스트를 동원한 마케팅으로 자금몰이에 성공했지만 이같은 판매 행태가 불완전판매 관련 감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감독원은 백테스트 결과가 상품 판매 과정에서 어떻게 설명됐는지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판매 직원이 백테스트 취지와 결과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원금손실 가능성이 0%라고 설명했는지가 관건이다.

◇신한은행, 백테스트 무용론 '통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선진국 금리연계 DLS 판매사는 우리은행(4012억원), KEB하나은행(3876억원), KB국민은행(262억원), 유안타증권(50억원), 미래에셋대우증권(13억원), NH증권(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S의 리스크가 부각된 가운데 판매사 명단에 신한은행이 없어 눈길을 끈다. 신한은행은 다른 시중은행 만큼 파생상품 판매가 많은 곳이다.

신한은행이 금리연계 DLS 판매에 인색했던 것은 백테스트 결과를 맹신하지 않는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데이터에 기반해 미래 결과를 예측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같은 이유로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끈 양매도 ETN도 라인업에 추가하지 않았다. ELS,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판매로 손실을 입었던 것을 교훈 삼아 파생상품 출시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백테스트 무용론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고객들이 파생상품 투자시 백테스트 결과를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판매사 역시 출시와 판매 과정에서 백테스트 결과를 활용하는 데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융위기보다 증시 하락폭이 작을 뿐 전례 없는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백테스트는 상품 개발 과정에 필요하긴 하지만 마케팅과 투자 핵심 근거로 활용되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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