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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19]삼성·LG 50년 이어온 화질 싸움…이번엔 8K 대전3년전 삼성이 LG 공격, 올해엔 LG가 삼성 공격

윤필호=베를린(독일) 기자공개 2019-09-10 08:12:14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9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가전업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50여년간 TV 시장을 양분하며 지속적인 경쟁을 펼쳐왔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기준이 제시될 때마다 양사는 충돌하며 시장 쟁탈전을 펼쳐왔다.

올해는 8K TV가 도마위에 올랐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8K TV의 해상도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고 나서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LG전자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표준규격 자료를 들고 삼성전자의 8K OLED TV의 화질 해상도가 4K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양사는 과거 3차원(3D) TV와 4K TV 등의 신기술 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소송 전까지도 감수하며 격전을 펼친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3년전 4K TV 논란 당시에는 삼성전자가 LG전자에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LG전자가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LG 50년 TV 대전

삼성과 LG의 TV 시장 주도권 다툼은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양사의 자존심 싸움은 1960년대 후반 나란히 흑백 TV를 생산하면서 굳혀진 대결 구도에서 비롯됐다. 초기 흑백 TV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우위를 점했다. 그러다 1970년대 삼성전자의 이코노 TV가 '순간수상' 방식의 브라운관을 통해 역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980년대 본격화된 컬러 TV를 거쳐 1990년대 위성수진 컬러 TV 등을 통해 양사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한 모습을 보였다.

2000년대 들어 첨단 기술을 갖춘 TV로 진화하면서 이 같은 충돌은 더욱 격화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3D TV 비방전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TV와 안경에 3D 신호처리 칩을 내장한 셔터글라스(SG) 방식을, LG전자는 화면에 편광필름을 부착한 필름패턴 편광안경(FPR) 방식을 채택했다. 3D TV 기대감이 커지면서 양사는 감정싸움에 가까운 소모전을 펼쳤다. 그러나 3D방송 시장은 컨텐츠의 부재 속에 몰락했다.

두 회사는 3년 전인 2016년 또다시 충돌했다. 차세대 UHD TV 시장 선점을 위한 신경전이 한참이었던 당시 공격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RGB 패널이 LG전자의 UHD TV에 쓰이는 RGBW 패널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ICDM은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표기할 때 '화질 선명도'를 함께 명시하도록 결정했다. ICDM은 1962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업계 최고 전문기구인 SID(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의 산하 위원회다. 삼성전자는 LG전자 TV가 ICDM이 제시한 ‘화질 선명도(Contrast Modulation)'가 떨어진다며 진정한 UHD인 4K가 아니라고 주장했고, 이에 LG전자는 화질 선명도는 실제 TV 화질과 관계없다고 반박했다.

◇IFA2019에서 삼성·LG 공수 전환

[사진1]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 박형세 부사장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 박형세 부사장(사진=LG전자)
올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는 공수가 바뀌었다. LG전자는 작심한 듯 삼성전자의 8K TV를 겨냥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번에도 ICDM이 등장했다. 3년전 숫자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했던 LG전자가 이번에는 반대로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LG전자의 제품이 진정한 8K TV인 반면 삼성전자의 제품은 국제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이번 IFA 2019에서 ‘나노셀 8K TV'의 화질 선명도를 90%라고 소개하면서 타사 TV에는 화질 선명도 12%에 불과하다고 비교했다. 진정한 8K TV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화질 선명도 기준치가 50% 이상이어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제품은 기준에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TV사업운영센터장인 박형세 HE해외영업지원실 부사장은 "국제기관에서는 픽셀수와 컨트래스트 모듈레이션 명함비의 차이가 50% 이상이 돼야 한다고 규정을 하고 있다"며 "LG전자의 TV는 90%를 넘겼지만 경쟁사(삼성전자)의 TV는 인터텍, VDE가 측정한 것에 따르면 12%여서 국제기관이 정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 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제품이 사실상 4K에 가깝다고 본다.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이정석 상무는 "측정기준에 따르면 3980라인이 나온다"며 "그것에 의하면 삼성전자 8K TV는 4K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8K TV 비판에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이미 TV 시장에서 14년째 1등을 하고 있는 만큼 노이즈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그냥 하나의 과정이라고 보면 되고 그런 것은 신경 안 쓴다"고 일축했다.

한 사장은 "우리가 기준을 만들고 8K 협의체도 운영하고 있는데 기준을 얘기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우리가 만든 협의체 기준에 정확하고 연말이면 30개 이상의 기업이 8K 협의체에 가입하는데 어떤 잣대로 그렇게 말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구광모號 공격 DNA

LG전자는 IFA가 한참인 가운데 삼성전자의 QLED를 겨냥한 광고를 제작해 방송에 냈다. LG전자의 OLED TV 광고에서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는 흉내 낼 수 없습니다'는 문구를 삽입해 삼성전자 제품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올해 IFA를 앞두고 8K TV 대전을 작정하고 준비했다는 얘기다. 앞서 OLED에 대규모 투자를 선행한 LG전자가 8K TV 시장의 판을 키우기 위해 대결 구도를 극대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LG전자는 오로지 제품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전달하기 위함일 뿐이며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LG전자가 IFA에서 보여준 이 같은 모습은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종종 목격되곤 했다. 앞서 LG는 이번 8K 논란 전부터 삼성전자의 QLED TV를 겨냥해 SUHD TV가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LG의 공격적인 성향은 타 계열사에서도 목격된다. 지난 4월에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최근 LG가 구 회장 체제 이후 내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전투력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CDM 화질선명도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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