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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입찰전략]가장 먼저 제의 받은 호남기업, 왜 손사래 쳤을까④FI들, 호반·하림·이랜드그룹에 구애…박삼구 회장 영향력에 부담

최은진 기자공개 2019-10-30 09:25:37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8일 07: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호남에 뿌리를 둔 대표적인 대기업이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M&A)업계는 물론 정재계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자는 호남기업이 돼야 한다는 정서가 만연해 있었다. 사모투자펀드운용사(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전략적투자자(SI)를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이 호남기업이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개시된 초반에 호반그룹이 인수 후보자로 급부상했던 것도 이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는 기회임에도 호남기업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모두 손사래를 쳤다고 전해진다. 호반·하림·이랜드그룹 등 승계 및 재무개선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박삼구 회장이 호남의 대표기업 가운데 맏어른격인데다 정재계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고있어, 선뜻 아시아나항공을 노릴 수 없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금호그룹은 1946년 광주에서 택시 운수업을 시작으로 탄생했다. 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고속버스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고, 이후 타이어·화학·금융·건설·항공 순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호남을 근거지로 둔 기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대그룹으로 성장했다. 더욱이 금호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 시절부터 호남 지역과의 유대강화를 발전전략으로 꼽을 정도로 지역토착화를 밀어붙였다. 그 어떤 기업보다도 호남지역색이 강한 그룹으로 평가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관련업계서는 유력 인수후보로 호남기업을 주시했다. 호남민심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순조로운 매각을 성사하기 위해 같은 호남지역을 근간으로 둔 기업이 인수후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현 정권이 호남에서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됐다. 대형M&A는 무엇보다 여론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PE와 증권사 등 FI들도 매력적인 SI 투자자로 호남기업을 꼽았다. 입찰 후보군 평가에서는 단순 가격만이 아닌 지역색과 같은 정성적인 평가도 주요하게 작용한다. FI 입장에서는 가급적 호남에 기반을 둔 기업과 손을 잡으면 초반 여론전에서 기선제압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입찰평가에서도 심리적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FI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린 호남을 기반으로한 기업은 호반그룹·하림그룹·이랜드그룹 등이다.

호반그룹은 1989년 전남 광주에서, 하림그룹은 1978년 전북 익산에서 사업을 시작해 현재의 위치에 오른 대그룹 집단이다. 이랜드그룹은 1980년 서울 신촌에서 보세옷가게를 시작으로 성장한 그룹이지만, 창업주인 박성수 회장이 광주 제일고를 나와 역시 호남과 연이 깊다고 볼 수 있다.

FI들은 실제 이들 기업 담당자는 물론 오너일가 및 그의 측근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것을 타진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박현주 회장이 광주 태생으로 광주제일고를 나와 호남쪽 기업인 및 대그룹 오너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딜과 관련해 직접 소통에 나섰다고도 전해진다.

호반·하림·이랜드그룹 등 이들 호남기업들은 모두 재계순위가 30~40위권으로 중견그룹에 속한만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단번에 상위권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국가의 주요 인프라 사업 중 하나인 항공사업을 하면서 재계 내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요인으로 꼽혔다. 더욱이 대표적인 호남기업이 매물로 나온만큼 지역상생 입장에서도 충분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는 매물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기업은 모두 FI의 제안을 거절했다. 잠깐의 고민도 없이 단칼에 거절한 곳도 있다고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인수전에 뛰어들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각각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우선 하림그룹과 이랜드그룹은 매물에 대한 문제보다는 자체적인 이슈 때문이었다.

하림그룹은 현재 승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한창이다. 4개의 지주사를 약 7년에 걸쳐 단일 지주사로 개편했고, 이제는 이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아들에게 넘겨주는 작업을 앞두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게 하림그룹 측 입장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랜드그룹은 신성장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넷은행 등을 고민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그룹의 명운이 걸린 작업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무리한 M&A로 인해 지난 2017년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인 'BBB-'까지 내려앉는 등 경영위기에 직면한 이랜드그룹은 현재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적인 생존이 시급한 상황에서 막강한 자금력이 필요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호반그룹의 경우에는 상당히 유력한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을 이미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검토했던 만큼 이번 딜은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호반그룹은 지난 2104년 금호산업 지분을 매입하더니 2015년 금호산업 M&A에 단독 입찰을 하며 야심을 드러냈다. 금호산업 M&A가 유찰로 끝이났지만, 2017년 금호그룹이 인수했다가 KDB산업은행에 재매각 한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또 다시 등판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해외사업장 잠재부실이 갑작스럽게 불거지며 매각 철회를 공식화 했다.

아시아나항공 M&A딜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FI의 끈질긴 구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호반그룹이 단칼에 거절했단 얘기도 한다. 실제로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서 "결코 사지 않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본업인 건설업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규모 M&A보다는 중소규모 M&A에 더 관심있다는 얘기로 시장의 관심을 돌리기도 했다.

호반그룹을 비롯해 하림·이랜드그룹 등 대부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저간의 사정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 이면에는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그 어떤 대그룹 오너일가보다도 정재계에 발이 넓은 인물로 꼽힌다. 특유의 세심함과 탁월한 네트워크 관리 역량으로 그의 주변에 비호하는 세력들이 있다는 얘기까지 회자될 정도였다. 더욱이 호남기업에서 박삼구 회장은 맏형 격인만큼 쉽게 대적할만한 상대로 여기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두던 SK그룹의 고위 관계자 역시 박삼구 회장의 매각 진정성이 딜의 성공을 가를 것이라고 진단한 것도 그의 정재계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따라서 박삼구 회장과 자칫 악연으로 얽힐 가능성이 있는 딜에 발담그지 않겠다는 판단이 개입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정치력은 정재계에서 꽤 유명하게 회자되는데, 그가 가진 영향력은 재계순위와 관계없이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며 "대그룹 특히 호남기업들은 박삼구 회장과 악연으로 얽히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있어, 쉽게 아시아나항공 딜의 전면에 나서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유력 호남그룹들의 딜 불참은 이번 M&A가 지역 정서에만 매몰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해 준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역 정서를 강조하는 것은 인수 후보 평가에서 오히려 감점이 될 수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이 과거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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