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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경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11-11 10:00: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1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약점은 공격 대상회사의 장기적 성공보다는 펀드의 단기적 수익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시 되는 요즈음의 추세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은 절충적인 전략을 고안해 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행동주의 펀드들이 사모펀드 스타일의 투자전략을 선보이고 있어 화제다. 행동주의 펀드가 사모펀드와 같이 대상 회사에 중장기적 투자전략을 가지고 있고 그에 필요한 자금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행동주의 자체가 큰 설득력을 가지게 되고 경영간섭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 추세는 주목할 만한 것이다.

2018년에 엘리엇은 사모펀드 베리타스 캐피털과 함께 의료 클라우드서비스 회사 아테나헬스(Athenahealth)를 57억 달러에 인수했고 영국 최대의 서점 워터스톤즈(Waterstones) 다수지분을 취득했다. 올해에는 지난 5년간 시총이 10억 달러나 증발한 미국의 유명 서점 반즈 앤 노블(Barnes & Noble)을 6억8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사모펀드 스타일의 전략을 구사하면 이른바 ‘릴럭티비스트'(Reluctivist)라고도 불리는 기업지배구조 관여에 적극적인 기관투자자들뿐 아니라 스튜어드십 코드 하에 있는 모든 기관투자자에 접근하기도 쉬워진다. 기관투자자들은 행동주의에 동조하더라도 공개적으로 행동하지 않지만 행동주의가 장기적 관점을 표방하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미 전통적인 기관이 행동주의적 성향을 표출하거나 행동주의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베이 공격 등을 통해 가장 적극적인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스타보드(Starboard Value)는 올해 초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가 생명공학회사 셀진(Celgene)을 인수하려 하자 그에 반대하면서 BMS 이사회를 개편하려고 시도했다. 이 딜은 740억 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의 제약산업 M&A다. 4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75%의 주주가 딜에 찬성해 인수가 성사되었다. 여기서 운용자산이 1조 달러를 넘는 기관 웰링턴(Wellington Management)이 스타보드와 공개적으로 보조를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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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웰링턴은 역시 올해 초 투자회사 누버거 버만(Neuberger Berman)이 2.6%의 지분으로 베린트 시스템(Verint)의 이사 8인 중 3인을 교체하려고 하자 그에 적극 반대했다. 누버거는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누버거와 베린트 양측의 대화가 성공적이어서 누버거는 이사 후보를 모두 철회했고 베린트 주주총회에서는 위임장 대결이 펼쳐지지 않았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구별은 원래 분명하지 않다. 헤지펀드들 중에 이른바 ‘이벤트-드리븐'(event-driven)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들은 사모펀드의 기업인수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미국이 2010년에 금융규제개혁법(Dodd-Frank Act)을 제정할 때도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구별이 불분명한 점을 감안해서 사모펀드도 원칙적으로 헤지펀드와 같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근년에는 일부 사모펀드가 그동안 금기시 되어 왔던 적대적 M&A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사모펀드와 행동주의 헤지펀드와의 구별이 더 흐려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사모펀드의 투자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헤지펀드의 사모펀드 스타일 투자는 단기적 기업가치 제고와 기업의 지속가능한 장기적 성공, 나아가 사회적 책임 이행에 같이 도움이 되고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지배구조 참여에 통상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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