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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구조조정]글로벌 LCC 꿈꾼 티웨이, 상장 1년 만에 '흔들''공급 과잉·일본 보이콧' 직격탄, 보유 기재 한계 명확

유수진 기자공개 2019-11-12 13:25:00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1일 1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8월1일 국내 LCC 중 세 번째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국내 항공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짧은 시간 내 몸집을 불리며 명실상부한 업계 3위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당시 정홍근 대표이사(사장)는 활짝 웃으며 "회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글로벌 LCC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는 불과 1년도 채 가지 않았다. LCC들의 과당 경쟁으로 항공시장이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에 빠지면서다. 수요 증가세가 시장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국제선 탑승률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며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특히 티웨이항공 등 LCC들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크게 기여한 일본 노선 수요가 얼어붙으며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공급과잉에 보이콧 재팬까지…'대목'도 소용없어

티웨이항공은 올 3분기에 매출액 2026억원, 영업손실 102억원, 순손실 215억원을 시현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뒷걸음질 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85.08%던 매출원가율이 96.15%로 10%포인트 이상 오르며 수익성이 급락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작년 6.34%, 2.70%에서 올 3분기 -5.03%, -10.61%로 크게 후퇴했다.

티웨이항공 실적 추이

사실 3분기 실적 부진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었다. 공급과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일본여행을 자제하자는 '보이콧 재팬' 운동이 겹치며 실적 방어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3분기 일본 노선 여객은 438만5399명으로 전년 동기(513만4114명) 대비 14.6% 감소했다. 매년 증가해오던 여객수가 꺾여 2017년 3분기(496만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선 여름 휴가철과 추석연휴 등 항공업계의 '대목'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적자폭이 2분기보다 줄긴 했으나 성수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탑승 실적이 시원치 않았다. 티웨이항공은 올 3분기에 국제선 공급을 전년 대비 23.4% 늘렸으나 여객 수 증가는 14.9%에 그쳤다. 공급과 수요간 불균형이 확대되며 평균 탑승률이 작년 83.4%에서 77.7%로 5.7%포인트 급락했다. 쉽게 말해 비행기 좌석의 4분의 1을 비워둔 채로 운항한 셈이다.

국제선 여객 운송 실적

티웨이항공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악화된 건 올 2분기부터다. 항공수요 증가세가 한동안 이어질 거란 전망에 따라 공급을 대폭 늘린 것이 문제였다. 여객수요가 전년 대비 늘긴 했으나 업계의 기대 수준까진 부응하진 못하며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실제로 티웨이항공은 올 상반기 공급석을 전년 대비 31.5% 늘렸으나 여객수요는 25.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운항 비효율이 이어지며 지난해 1분기 60.6%였던 기재 가동률도 올 2분기엔 54.6%까지 떨어졌다.

최근의 실적 부진은 비단 티웨이항공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을 비롯해 국내 모든 LCC가 공급과잉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올 상반기 LCC의 국제선 여객은 1410만4601명으로 전년 동기(1222만8735명) 대비 15.3% 증가했지만 이 기간 공급석은 지난해보다 19.6% 늘었다. 공급 확대 폭이 수요 증가 폭을 상회하며 탑승률은 86.8%에서 83.6%로 떨어졌다.

때문에 항공업계 관계자들 입에선 일찌감치 "내년 2~3분기 실적은 보나마나 엄청 좋을 것"이라는 '웃픈'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올해 실적이 최악이기 때문에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내년은 무조건 좋을 거란 의미였다. 이같이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영업 전략도 수익 극대화가 아닌 적자 최소화에 맞춰졌다. 손해가 큰 노선을 우선적으로 줄이는 식이다.

◇노선 구조조정으로 대응…화물사업 진출도

티웨이항공은 특히 '보이콧 재팬' 운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경쟁사 대비 일본 노선 의존도가 높았던 탓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출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30.8%로 제주항공(26.5%) 등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불매운동 직전인 올 2분기에도 매출의 29.5%를 일본 노선에서 벌어들였다.

보이콧 움직임이 계속되자 티웨이항공은 적극적으로 일본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인천과 대구공항에서 일본을 오가는 노선을 하계스케줄 내내 운항 중단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등 노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 기타큐슈 지점을 아예 철수하기도 했다. 운휴 후 다시 여객기를 띄우더라도 수익성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거란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티웨이항공은 올 3분기에 일본 노선의 매출 비중을 19.8%까지 낮췄다. 일부 노선은 내년 3월 말까지 비운항 기간을 연장하는 등 여전히 공급을 조정 중이다.

티웨이항공 일본 비운항

티웨이항공은 일본을 대체할 노선으로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와 대만 노선을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수요를 늘려왔다. 그 결과 동남아 매출 비중이 지난해 3분기 29.1%에서 올해 37.5%까지 확대됐다. 사이판·괌 등 대양주 노선도 13.5%에서 17.2%로 매출 기여도가 커졌다. 항공사 측은 10월부터 운수권을 따낸 대구-장가계 등 중국 노선을 순차적으로 신규 취항하며 매출과 수익성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노선 다변화도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항공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티웨이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B737-800 기종은 항속거리가 약 5100㎞로 단거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1회 급유로 최대한 갈 수 있는 지역이 태국 방콕 정도로 시간으로 따지면 5시간30분가량 날 수 있다. 현재 티웨이항공은 보유기 26대가 모두 B737-800 단일 기재다.

당초 티웨이항공은 연내 B737-MAX8을 4대 들여올 예정이었으나 올해 초 해당 기종이 운항 중단되며 계획을 전면 보류한 상태다. 이후 별다른 도입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MAX8은 기존 B737-800보다 연료효율이 약 14% 향상된데다 항속거리가 1000㎞ 이상 길어 싱가포르나 쿠알라룸프 등 중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하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유 중인 기종으로 갈 수 있는 노선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사실상 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티웨이항공은 여객이 아닌 화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지난달 말 대구공항을 통해 국내선 항공화물운송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인천에서 출발하는 여객기를 통해 소량의 화물을 운송한 적은 있으나 공식적으로 화물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제 막 첫 발을 뗀 단계인 만큼 수익이 나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직은 사업 초기인데다 물량이 많지 않아 전용 화물기 대신 여객기의 빈 공간에 화물을 실어 대구-제주를 오가고 있다. 추후 국내선 화물운송 사업이 자리를 잡는 대로 국제선 화물 사업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아직까지 화물사업은 수익적인 부분보다는 대구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면서도 "추후 화물사업을 국제선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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