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中 합작증권사 본점 광저우·선전 검토 '홍콩 견제' 중국 당국 요구 반영할 듯
손현지 기자공개 2019-11-15 09:22: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2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중국 증권업 진출이 표류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중국 공소집단유한공사(공소그룹)와의 합작증권사 설립과 관련해 본사 이전 등 여러 가지 행정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과 NH투자증권은 중국 내 본사이동을 검토 중이다. 중국 당국이 현지 증권사 설립 허가조건으로 본사를 기존 계획이었던 베이징이 아닌 광저우나 선전 쪽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홍콩을 견제할 새로운 금융중심지를 발굴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내부적으로도 정세가 불안해지고 있다"며 "중국당국이 홍콩에 대적할 새로운 경제특구를 구상하면서 외국계 금융사들을 대만구쪽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도 이에따라 합작증권사 본사를 선전이나 광저우쪽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구 중심 금융허브 육성"…NH 중국본점 '베이징→심천·광저우'
중국 당국이 요구하는 NH합작증권사 설립지는 선전과 광저우. 이곳은 중국 정부가 발표한 '웨강아오 대만구 계획(홍콩-마카오-선전-광저우)'의 주축이 되는 도시다. 홍콩 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선전과 주변 도시를 글로벌 금융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선전과 광저우의 GDP성장률은 각각 7.5%, 6.5%다. 상하이(6.6%)와 베이징(6.6%)에 버금가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중국의 합작 손해보험사 설립건은 공소그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이라 농협 측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며 자금 조달 등의 요건만 충족시키면 됐다"며 "이와 달리 합작증권사는 농협 측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사항이라 현지 금융당국과의 조율, 의견 교류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NH-공소그룹의 합작증권사 계획안은 내년께 가시화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사전에 중국당국과 본점 설립 지역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토대로 사안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공소그룹과의 지분 보유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짓고 최종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1~51% 범위 한도에서 보유 지분 비중을 설정할 수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도 전날 '한중 대체투자 서밋(Summit)'에 참여해 중국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 대표는 "중국 합작증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며 "합작증권사를 토대로 해외 대체투자에 박차를 가해 해외 투자자산의 최대 3분의 1 규모를 중국 쪽에 집중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 NH-공소 협력의 '마침표', 합작 증권사 설립
농협금융은 김용환 전 회장 시절부터 중국진출을 도모해왔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직접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공소그룹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참여 지분율 등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 중국 경제가 최근들어 성장률 둔화와 홍콩 사태 등 아쉬움은 있지만 한국의 1~2% 성장률에 비춰본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중국 내 최대 농업협동조합이자 국영기업 공소그룹도 농협금융과 농식품 관련 금융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가장 먼저 진행된 사안은 합작캐피탈사 설립이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공소그룹 계열사인 융자리스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9.8%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지지부진했던 합작손보사 설립도 속도를 내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 9월 합작 손보사 설립용 자금으로 470억~500억원 가량을 출자했다.
그동안 증권업 진출은 쉽지 않았다. 현지 규제가 까다로운 탓에 한국 증권사들의 법인 설립은 전무했다. 합작사 지분 한도가 최고 33%로 제한돼 가능한 업무범위도 한정적이었다. 골드만삭스, UBS 등 글로벌 증권사들이 중국에서 합자 증권사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사무소나 자문사를 두는 방식으로만 중국 내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다만 영업점들은 주식·채권 중개 및 인수·합병(M&A) 주관 등 증권업무를 할 수 없는 형태라 직접적인 수익에 직결되지는 않았다.
최근들어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중국 당국은 외국인의 경우 기존 33% 이내의 지분만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최근 보유 가능 한도를 49%로 확대했다. 현재 공소그룹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합작 손해보험사와 달리 NH투자증권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합작증권사는 NH-공소 협력의 마침표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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