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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사채펀드 긴급 점검]주식처럼 투자하는 채권, 판매사 관리 '사각지대'③원리금 상환능력보다 미래 성장성에 베팅…유동성 위기시 '속수무책'

최필우 기자공개 2019-12-09 13:01:01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배경에는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운 사모사채펀드가 있다. 사모사채는 공모채권과 달리 발행사에 대한 평가와 공시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아 잠재돼 있는 위험을 평가하기 어렵다. 거래가 쉽지 않은 자산이어서 헤지펀드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벨은 사모사채펀드 시장이 빠르게 팽창한 이유와 내재된 리스크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리금 회수 가능성보다 기업의 매출 신장 전망에 의존해 투자하는 관행이 사모사채펀드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형태는 채권이지만 리스크는 주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와 발행 과정을 온전히 자산운용사가 맡아 감시가 어려운 사모사채펀드 판매에는 여전히 관대한 분위기다. 사모사채는 판매사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어 만약에 있을 유동성 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권 형태지만 투자 메커니즘은 주식"

지난해 상반기 코스닥벤처펀드 제도가 도입되면서는 메자닌은 헤지펀드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채권이 됐다. 메자닌 투자를 통해 벤처기업 신주 편입 요건을 채우면 공모주 30%를 우선배정 받을 수 있어서다. 작년 하반기와 올해 메자닌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자 사모사채가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라임자산운용이 작년까지 메자닌에 투자하는 펀드로 사세를 키운 후 올해 사모사채펀드를 내세워 외형 성장을 이어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코스닥벤처펀드 붐이 일 당시 자산운용사들은 메자닌의 채권 성격이 아닌 주식 성격에 주목했다. 메자닌 발행 기업들은 디폴트 우려가 없는 우량 기업이 아니었음에도 금리는 0%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같은 단점을 주식 성격이 보완했다. 풋옵션과 전환가조정 조항을 활용해 하방을 제한하면서 전환권 행사로 차익을 도모할 수 있었다. 사실상 주식 투자의 일환으로 메자닌을 활용했던 셈이다.

메자닌에 주력하던 운용사들이 사모사채로 눈을 돌린 후에도 주식 선정시 쓰이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헤지펀드는 발행사의 안정적인 상환 능력을 우선순위에 놓지 않는 분위기다. 우량 담보가 있는 기업의 사모채는 금리가 낮아 상품화가 불가능해서다. 이에 규모가 작은 기업의 장래 매출을 가늠해 매출채권 담보를 잡는데 이같이 성장을 가정하는 투자 방식이 주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자칫 원리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음에도 이같은 방식이 통용되는 건 헤지펀드 운용사가 기업에 대한 평가와 발행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이다. 최근 무등급 기업이 사모채를 발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운용사 판단에 따라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분류될 수 있다. 또 증권사 없이 직접 발행이 가능해 절차가 간소하다. 투자하고 싶은 기업이 자금조달 니즈(needs)가 있으면 손쉽게 사모사채펀드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규모가 영세한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발굴한 사모사채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올해 다수 메자닌이 거래정지 또는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것처럼 추후 사모사채 발행사의 연쇄 디폴트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이에 사모사채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사에서 발행사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대한 판매사, 유통시장 부재 염두에 둬야

판매사들이 고객에게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는 상품은 점차 줄고 있다. 작년 증시 부진으로 상장 주식을 매매하는 헤지펀드가 판매사 문턱을 넘기 어려워졌고, 올해 투자 조건 악화와 코스닥 부진으로 메자닌펀드 인기가 빠르게 식었다. 하지만 사모사채펀드 만큼은 유독 관대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이 안전 자산군으로 여겨지고 확정금리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다.

하지만 사모사채 발행사에 대한 리스크가 쉽게 드러나지 않아 판매사가 이를 간과하고 있을 수 있다. 사모사채는 주로 비상장기업이 발행해 공시로 해당 기업의 이슈를 파악할 수 없다. 인수자 역시 드러나지 않는다. 담보가 있다고 해도 매출채권이 대부분이어서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면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회수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담보의 존재만으로 판매사 PB와 리스크관리 허들을 넘는 분위기다.

특히 사모사채 유통시장이 없다는 점이 위기 상황에서 결정타가 될 수 있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투자자간 거래 접접이 점차 늘고 있지만 사모사채는 거래가 성사되기 쉽지 않다. 라임자산운용이 사모사채펀드 환매를 중단한 후에도 자산 처분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염두에 둔 가격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거래가 용이하지 않다는 측면에선 주식보다, 풋옵션이 없다는 점에선 메자닌보다 사모사채가 더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채 발행 기업이라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메자닌, 파생상품 판매가 막힌 반대 급부로 사모사채펀드 판매가 유행처럼 급격히 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올해 독일 헤리티지 DLS 만기 연장,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등의 파장이 컸던 건 판매사와 운용사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대비 판매량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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