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06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석탄공사는 기업어음(CP) 시장의 큰손이다. 1조원이 넘는 기업어음 잔량에 힘입어 수년간 발행잔액 기준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발행잔량은 1조 6900억원으로, 현대카드와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신한금융투자의 뒤를 이어 4위에 올라있다.대한석탄공사가 큰손으로 부상한 배경은 무엇일까. 대한석탄공사 기업어음의 일부는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로 구성돼 있다. 1조 6900억원의 발행잔액 중 3500억원 가량이 2017년과 2018년 발행된 장기 CP(모두 3년 만기)다. 만기가 길어 항상 적정 수준의 잔량이 유지되다보니 쉽사리 순위권을 떠나지 못했던 셈이다. 대한석탄공사는 지난달에도 총 1700억원 규모의 3년물 CP를 찍었다.
대한석탄공사의 뒤를 이어 최근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장기CP 발행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찍은 3년물 CP 규모는 3600억원 수준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특수채 발행이 막힌 이후 장기 CP 발행을 시작했다.
대한석탄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두 공사 모두 꾸준한 자본잠식으로 자본금과 적립금을 기준으로 한 사채 발행 한도에 도달해 특수채 발행이 불가능하다. 장기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단기금융시장에서 장기 조달을 이어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기CP 꼼수에 대처해 이미 금융당국은 만기 1년 이상의 CP 발행 시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과거부터 장기CP는 공모채 수요예측과 공시 절차를 피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의 조달 회피 수단으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해당 규제에서 비껴가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119조에 나열된 법률에 의해 설립된 특수기업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이에 해당한다. 법률 상 허점을 이용해 제한없이 장기물 조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장기 CP 발행으로 설립법 취지 역시 교묘히 회피했다. 대한석탄공사법과 한국광물자원공사법에서는 공기업 건전성 확보 등을 위해 사채 발행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장기 CP로 사채 한도를 뛰어넘는 장기물 조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기업의 재무 펀더멘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약화된 재무 여력을 채우는 건 결국 국민의 세금일 것이다. 두 기업은 장기CP 조달이 잠재 리스크를 더욱 높이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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