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공사 고육지책? 특수채 대신 장기CP 발행 비중 전체 30% 넘어…적자, 투자자 부족, 무상감자 계획에 '불가피'
이지혜 기자공개 2019-12-31 11:17:03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7일 13: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석탄공사가 공사채 대신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 장기CP 규모는 공사채 발행한도를 넘어섰다. 장기CP는 경제적 실질이 일반 채권과 같다. 대한석탄공사가 규제를 회피해 장기자금을 조달한다고 의심받는 이유다.이에 대한석탄공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공사채 투자자를 확보하기가 어렵고 내년에는 대규모 무상감자 및 자본확충 계획이 잡혀 있어 공사채를 발행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 대출을 받기에는 금리가 너무 높다는 설명이다.
◇특수채 지위 활용, 3년물 장기CP 5700억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6일 기준 대한석탄공사의 CP 잔량이 1조71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장기CP 비중도 적지 않다. 전체 CP잔량에서 만기 3년물 장기CP는 5700억원 규모로 30%가 넘는다. 대한석탄공사는 증권신고서도 제출하지 않는다. 만기 1년 이상의 장기CP를 발행하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석탄공사는 특수채 지위에 올라 있어 증권신고서 제출의무가 면제됐다.
공사채 발행한도가 남아있는 데도 장기CP를 찍었다는 점, 장기CP 발행규모가 공사채 발행한도를 넘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대한석탄공사법 제13조에 따르면 대한석탄공사는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계 이내에서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수년동안 적자를 이어온 만큼 적립금은 없지만 자본금은 상반기 말 기준 4351억원이다. 상반기 말 기준 미상환 사채가 1700억원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2651억원의 공사채 발행한도가 남아있는 데도 공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공사채 발행한도는 3년물 장기CP 잔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장기CP를 대체조달 수단으로 삼으면 공기업 건전성 확보를 위한 사채 한도 설정의 의미는 사라진다. 공기업의 경우 신고 의무도 없어, 시장 왜곡의 주범인 장기 CP를 제한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방침도 무력화할 수밖에 없다.
대한석탄공사는 불가피한 선택이다고 설명했다. 대한석탄공사 관계자는 "내년 무상감자를 진행해 자본금을 대폭 줄인 뒤 자본을 확충할 것"이라며 "사채 발행한도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어 장기CP를 발행했다"고 말했다. 대한석탄공사의 자본금은 최대 4500억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무상감자를 진행하지 않으면 자본확충여력이 제한된다. '2019~2023년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대한석탄공사는 내년 316억원 규모의 출자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돼 있다.
공사채 발행한도가 남았는데도 장기CP를 발행한 것은 2017년과 2018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과 지난해 대한석탄공사의 자본금은 각각 3814억원, 4080억원이었다. 공사채 발행여력(연초 기준)은 2017년 1100억여원, 2018년 2400억여원 정도였다. 그러나 대한석탄공사는 당시 장기CP를 2017년 2500억원, 2018년 1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투자자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는 게 대한석탄공사 측의 설명이다. 대한석탄공사 관계자는 “2016년 대한석탄공사의 단계적 감산 및 감원 계획이 발표됐다”며 “공사채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해 자금수요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던 만큼 증권사 등과 협력해 장기CP를 발행했다”고 말했다.
◇장기CP 의존 이어질까
대한석탄공사의 장기CP 의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채 발행한도는 내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은행대출 금리는 너무 높기 때문이다. 사업구조상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지만 생산유지 및 안전유지 등을 위해 연간 수백억원의 자금을 써야 한다.
대한석탄공사는 올해 344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내년에도 206억원의 투자계획이 잡혀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투자계획은 연간 100억원대다. 그러나 외부차입을 진행하지 않으면 투자 및 운영비를 자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총계가 상반기 말 1조8557억원에 이르는 데다 2010년 이후 한 번도 적자에서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공공성을 수익성보다 우선하는 공사의 성격상 영업수익성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석탄공사는 석탄사업만을 주력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탄가가 정부에 의해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데다 석탄판매량이 줄어들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정부의 판매가격 통제로 생산가격이 판매가격을 상회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석탄공사 관계자는 "기존에 발행했던 공사채 만기가 돌아오거나 단기CP 만기가 돌아오면 부득이 장기CP로 차환할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으로 자금을 마련해 경영안정성을 높이려면 장기CP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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