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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우수업종' 자산운용업의 예고된 칼바람 [thebell note]

김진현 기자공개 2020-03-30 08:11:5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억원.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에 필요한 최소 자기자본이다. 최소 전문인력 3명이 대출 등을 통해 3억3000만~3억4000만원을 모으면 회사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남의 돈 벌기가 쉽지 않은 탓에 증권사, 자산운용사 출신 부·차장은 가슴 한편 넣어둔 사직서를 내밀고 회사를 나왔다. 그간 모아놓은 쌈짓돈에 대출을 받아 이사 감투를 썼다. 이렇게 생겨난 회사들로 자산운용업은 정부의 역점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한 우수 업종이다.

작년 새롭게 간판을 단 곳만 50여곳이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는 292개인데 이 중 217곳이 전문사모집합투자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다.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춰주자 빠르게 늘어났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했던가. 이렇게 회사를 차린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작년 떠들썩했던 파생결합펀드(DLF)가 사모펀드인 탓에 안 그래도 힘든 영업이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 라임자산운용발 한파가 몰아치면서 그로기(groggy) 상태다.

2월말 기준 국내 전문사모자산운용사의 헤지펀드 설정액은 32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직전월 대비 1조2000억원가량 줄었다. 중국발 코로나19 탓에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가뜩이나 영업이 쉽지 않은데 우는 놈 뺨 때리는 격이다.

그러나 슬프다고 울고만 있을 시간이 없다. 금융위원회가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등록 말소 패스트트랙 제도 때문이다. 최소 유지 자본금 7억원을 밑도는 회사는 두 달 내 라이선스가 말소된다. 최소 유지 자본금 요건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금융사고 덕에 더욱더 깐깐해졌다.

최소 유지 자본금도 많아지고, 말소까지 걸리는 시일도 짧아졌다. 여의도 땅값이 한두푼이 아닌 탓에 1년을 공치면 문 닫는 건 일도 아니다. 직원들 월급에 임대료 등을 내면 순식간에 3억원이 사라진다. 자본 10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회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올해 절반인 상반기 영업을 공친 상태다. 언제쯤 상황이 나아질 거란 보장도 없다.

작년 1월 정부가 극찬했던 '일자리 창출 우수업종' 자산운용업에 칼바람이 예고된다. 이대로 가다간 '일자리 퇴출 우수업종'이 될 거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준비하던 이들조차 '감독당국 심사 절차가 늦어진 덕에 시장 진입 시점이 늦춰진 게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다.

당장 퇴출 회사가 우수수 쏟아지진 않겠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조금만 더 길어지면 하반기부터 등록 말소되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안그래도 DLF에 라임을 앓으면서 면역력이 약해진 자산운용업이다. 같은 매도 아플 때 맞으면 치명타다. 4월 시행을 예고한 등록말소 패스트트랙 제도 시행 시점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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