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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의 우산이 될까

한희연 M&A부 차장공개 2020-03-30 10:11:4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일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 주총 안건과 상관없는 이슈 하나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저금리 상황에서 왜 역마진을 감수하며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적극 추진하느냐"는 KB손해보험 노동조합 지부장의 뜬금없는 돌발 질문이었다. 윤종규 회장은 '충분히 욕심부릴 만한 매물'이라는 점을 단호하게 설명했다.

윤 회장은 "비가 온다고 집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안된다"며 "우산을 챙기고 비를 막을 준비가 갖춰지면 오히려 비 오는 경치를 즐길수 있지 않겠느냐"고 비유했다. 그는 그동안 태핑해온 생명보험사 매물 중에 푸르덴셜생명이 톱티어에 속한다는 점,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보험업 비즈니스 전망은 나쁘지 않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주총 전날에는 마침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이 진행됐다. 비판을 하는 쪽에서는 윤 회장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해 다소 무리수를 두는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처음 푸르덴셜생명 매물이 출회됐을때 '비은행 확대'에 적극적이던 KB금융은 1순위로 거론되던 원매자였다. 생보사 매물 탐색을 이어오던 KB금융에게 푸르덴셜생명은 거의 마지막 남은 알짜 매물이다. 자본비율, 수익성 등 지표에서 단연 돋보이는 생보사 매물로 꼽힌다.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한가지가 바로 규모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9월말 총자산은 24개 보험사 중 11위(20조8133억원) 정도다. KB생명의 총자산은 17위(10조536억원) 정도에 그친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생명과의 통합을 통해 생보사 총자산 67조원대를 완성했다. 업계 톱3(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뒤이어 규모의 경쟁을 꾀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총자산을 합치면 업계 9위 정도에 그친다. 순익 순으로 6위, 자본총계는 6위 정도의 순위 상승 효과가 예상된다. 자산증대 효과를 누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가 '규모의 경쟁'에 포커싱이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되는 통합 자산규모를 감안하면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시도에는 단순 규모 키우기를 비껴난 전략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추가나 생보업 규모 확대 등 일반적 이유를 넘어서는 장기적 청사진이 있다는 얘기다.

여러 계획이 있겠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꾀하고 있는 '특화된 타깃층 확대'에 푸르덴셜생명 시스템이 주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재밌는 포인트 중 하나다. KB금융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특히 '노년층' 타깃 서비스를 다수 생산하고 있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는 퇴직을 전후한 세대로 현금성자산이 많고 활발한 소비패턴을 보인다. 이들은 건강과 외모에 관심이 많고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경제적 기반이 탄탄한 편이다.

지난해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시설을 설립한 것이 하나의 예다. 도심형, 고급형, 선진국형을 키워드로 내세운 요양시설인 위례빌리지를 런칭했는데 이는 보험과 헬스케어 융합을 꾀한 미래 신사업 발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는 양종희 보험부문장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양 부문장은 윤 회장 취임 초기 측근에서 그룹의 재무를 책임지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기점으로 그룹 보험 포트폴리오의 중심축 역할을 해 왔다. 양 부문장의 2015년 KB손해보험 취임 첫해 중장기 전략과제 중 하나는 바로 실버·헬스케어 사업 추진이었다. KB금융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것과 최근 퇴직연금 연계상품을 강화하는 등의 행보도 고령화 시대에 시니어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그룹의 장기적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니어 공략은 증여·상속, 연금, 세무 등 다양한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가 가능하다. 관련 서비스확대로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계열사들의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탄탄한 설계사 네트워크와 상품구성을 적절히 보완, 강화하면 시니어 고객층 강화에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주총장에서 윤 회장은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초체력이 탄탄한 회사에겐 기회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최종적으로 승리, KB금융이 중장기 전략의 발판으로 푸르덴셜생명을 활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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