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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운용사 열전]메리츠대체 오진석 본부장, 끈끈한 '글로벌 네트워크' 무기해외차주와 물건 직접발굴 '특화'…투자 섹터 다변화 '첨병'

최필우 기자공개 2020-04-07 13:20:42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6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 해외 부동산 딜에 투자하고 있는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성패가 달린 곳이다. 자금력이 뒷받침되면 해외 기관투자가와 어느 정도 맞붙을 수 있는 에쿼티 투자 비중이 낮고 빠른 정보가 핵심인 대출채권 투자를 주력으로 삼고 있어 글로벌 IB, 해외 투자사와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오진석 메리츠대체투자운용 투자운용본부장(사진)은 끈끈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내세워 딜을 주도하는 키맨(Key man)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대출채권 투자 이정표가 될 만한 딜들이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신뢰를 쌓은 차주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물건을 직접 발굴하고 신규 대출을 집행하는 딜 오리지네이션(Deal origination)이 그의 주특기다.

◇뉴욕·워싱턴DC·시카고, 핵심 부동산 밀집지역 경험

오 본부장은 부동산과 전혀 무관한 학력을 쌓았다. 1994년 연세대학교 인문대학에 입학한 그의 관심사는 패션이었다. 전공보다 패션학회 등에 참여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1998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 뉴욕 소재 패션스쿨(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무렵 외환위기 여파로 취업 시장이 얼어 붙어 있었던 데다 또래에 비해 졸업을 일찍하게 돼 진로 탐색에 좀 더 시간을 쓰기로 한 것이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에도 그의 적성 찾기는 계속됐다. 패션산업이 노동집약적 비즈니스라는 걸 안 뒤에는 산업 전반을 공부하는 경영학에 관심을 뒀다. 미국 시카고 인근에 위치한 섐페인 소재 UIUC(Universti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엔 워싱턴 DC에 위치한 조지워싱턴대학교로 터전을 옮겨 국제관계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오 본부장은 여러 학위를 취득할 때까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고 회상한다. 다만 패션학, 경영학, 국제관계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글로벌 비즈니스에 필요한 소양을 쌓을 수 있었다. 또 미국 부동산 투자 핵심 지역인 뉴욕, 시카고, 워싱턴 DC에 거주해본 경험도 물건 밸류에이션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진석 메리츠대체투자운용 투자운용본부장은 "미국 유학 시절만 해도 부동산 투자를 업으로 삼을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돌이켜보면 유학 생활을 하며 다양한 학문과 도시를 경험한 게 투자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HSBC은행에 입사해 사회 생활 첫 발을 뗐다. 오 본부장이 부동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개인적으로 토지 투자를 위해 발품을 팔던 시기였는데 개인적인 관심사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 관련 업무로 커리어를 쌓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지인의 추천으로 세빌스 코리아(옛 BHP Korea)로 이직했고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업무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국내 투자를 한창 늘리고 있던 ING부동산자산운용으로 이직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기관투자가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흔치 않아 부동산 투자 업계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영어가 능숙하고 부동산 관련 업무 경험이 있었던 오 본부장은 반대로 해외 자본을 국내에 투자하는 회사에 입사해 업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이때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물건 선정 기준을 체득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ING부동산자산운용에서 5년간 재직한 오 본부장은 아시아리얼캐피탈(Asia Real Capital)로 이직해 업무 외연을 넓혔다. 이곳은 싱가포르와 일본 등에 지사를 둔 부동산 투자자문사다. 오 본부장은 해외 물건을 국내 기관투자가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오 본부장 입장에선 국내에서 해외로 투자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 다만 아시아리얼캐피탈의 국내 비즈니스가 확대되지 못했고 그는 현대자산운용으로 이직해 '신준현 사단'에 합류했다.

◇주특기 '딜 오리지네이션'…딜 거듭하며 차주와 신뢰 형성

현대자산운용을 거쳐 메리츠대체투자운용 창립 멤버로 참여한 그는 본격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경험을 쌓아 나갔다. 그간 해외 투자자의 국내 물건 투자에 참여하며 쌓은 노하우를 해외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외 투자 트랙레코드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오 본부장의 역량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신준현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대표와 오 본부장을 필두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쌓였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도이치뱅크, JP모간, 모간스탠리,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부동산 IB 플레이어들과 기민하게 교류하고 있다. 티아이에이에이(TIAA), 에스엘그린(SL Green), 락우드캐피탈(Rockwood Capital), 브룩필드(Brookfield), 페어필드 레지덴셜(Fairfield Residential), 피지아이엠(PGIM), 씨아이엠(CIM) 등 해외 투자사와의 관계도 돈독하다.

출범한 지 몇년 되지 않은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굵직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교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 본부장은 투자 파트너들을 배려하고 어려운 딜을 성사시키며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2017년 투자한 뉴욕 소재(650 5th Avenue) 빌딩이 해외 플레이어 사이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게 해준 대표적인 물건이다. 이 빌딩은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가 될 곳이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이 빌딩을 담보로 한 대출채권에 6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수익률 5.45%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건이다.

투자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해외 투자사 에스엘그린은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 빌딩 딜을 두달 내에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통상 부동산 투자 딜을 마치는 데 한분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이 촉박했다. 에스엘그린의 사정을 파악한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딜을 두달 만에 마무리했다. 2017년 추석 연휴를 포함해 열흘간의 휴일이 껴 있었음에도 국내에서 처리해야 했던 업무를 제때 마감했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 투자 건으로 에스엘그린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하고 후속 딜을 맡을 수 있었다. 에스엘그린이 투자하는 115 스프링 스트리트(Spring Street) 빌딩 딜도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이 맡을 수 있었다. 이 빌딩은 뉴욕 소호 지역에 위치한 아디다스 대형 점포다. 후속 딜에 착수한 에스엘그린이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을 파트너로 지목하면서 협업을 이어가는 게 가능했다.

이같이 해외 딜을 직접 발굴할 수 있는 게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의 최대 장점이다. 대출채권의 경우 글로벌 IB가 트렌치를 나눠 매각하는 물량을 인수하는 운용사가 많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현지에서 차주와 직접 협상하고 대출투자 기회를 확보하는 빈도가 잦은 편이다.

오 본부장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관투자가와 맺은 네트워크가 딜 소싱 원천"이라며 "딜에 대한 정보를 현지와 비슷한 시기에 얻고 있고 먼저 확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투자 섹터를 넓히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3년 현대자산운용 재직 시절에는 주류였던 에쿼티 투자 방식을 제쳐두고 해외 대출채권 투자에 선제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메리츠대체투자자산운용에선 자산군 뿐만 아니라 투자 섹터도 다변화하는 중이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엘에이(LA) 소재 맨해튼 비치 스튜디오(Manhattan Beach Studios) 투자가 오 본부장의 투자 외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스튜디오는 할리우드 영화 촬영장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흔치 않은 섹터인 만큼 대중적인 선호도가 떨어지지만 오 본부장은 이 스튜디오의 내재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4500만달러 규모로 B-Note에 투자했고 리보+5% 수익률 조건으로 성공적인 계약을 맺었다.

오 본부장은 "특정 투자 자산군과 섹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물건을 취급하고 있다"며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자산군과 섹터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가격 대비 내재가치가 뛰어난 물건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발 위기, 고객신뢰 제고로 돌파

오 본부장은 올해도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목표다. 메리츠대체투자운용은 2016년 2월 출범한 이후 매년 설정액과 영업이익이 우상향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오 본부장 역시 신용도가 낮거나 임차 기간이 짦은 부동산 위주로 업황이 악화될 것이라 보고 있다. 그간 부동산 투자 시장 성장에 기여한 호텔과 공유 오피스 섹터도 투자와 관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올해 거주용 부동산과 데이터 센터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선진국 렌탈 아파트는 경기 변동성에 따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자가를 팔아 거주 수준을 한단계 낮추는 인구가 늘면서 렌탈 아파트 섹터 공실이 다른 섹터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데이터 센터의 경우 재택근무 확대와 서버 수요 증가로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오 본부장은 "자산운용업의 본질은 신뢰"라며 "출범 이후 투자자는 물론 글로벌 부동산 플레이어들과 신뢰를 쌓는 데 공을 들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물건을 발굴하면 코로나19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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