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VC 패러다임 전환]'디밸류에이션' 우량 벤처기업 줍는다②불확실성 확대 기업가치 일시 조정, '팔로우온 베팅' 병행

양용비 기자공개 2020-04-23 08:04:59

[편집자주]

창업 생태계 최전선에서 쉼 없이 달려온 벤처캐피탈이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생존을 위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책자금에 기반한 대규모 유동성을 기반으로 양적성장을 거듭해온 가운데 마주한 코로나19는 불확실성 증대와 맞물려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궤도가 흐트러진 모험자본은 어디로 가야 할까. 변화의 스펙트럼은 벤처투자 지형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투자와 펀딩, 회수 등 벤처캐피탈 생태계 전반을 집중 조명하고 내일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1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벤처기업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잠식하는 바이러스가 되고 있다. 영업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악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투자 유치에 나선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디밸류에이션(평가절하)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벤처기업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반대로 투자를 하는 쪽에선 할인된 가격에 알차게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최소 3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탈(VC)에게 단기적인 밸류에이션 조정장세는 호재가 된다.

투자 유치가 한창인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자금을 신속히 모집하기 위해 라운드를 진행하는 스타트업 대부분이 밸류에이션을 낮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밸류에이션을 고수할 경우 사실상 제 때 투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밸류에이션 하락 자금 조달 비상

최근 블록체인 스타트업 A사는 대기업 계열 전략적투자자(SI)로부터 투자 유치를 포기했다. 3월 초 만해도 계약서에 서명을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협상 막바지에 '코로나19' 변수가 나타났다. 협상 파트너인 SI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A사에 밸류에이션 재조정을 요구했다.

A사 관계자는 “계약 마지막 단계에서 밸류에이션 조정 이슈가 발생했다”며 “코로나19 이전 논의됐던 수준에서 급격히 하향 조정되면서 조달 금액이 현저하게 줄었고, 결국 유치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A사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비대면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현재 투자 의향이 있는 다른 SI를 물색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인해 협상력을 잃는 벤처기업은 A사 뿐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장사 주식 가치가 하락하면서 비상장사로 불똥이 튀었다. 코로나19 영향권 안에 있는 벤처기업이 투자 유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B사의 경우 밸류에이션을 절반가량 낮춰 투자 유치에 나섰다고 들었다”며 “자금 사정이 빠듯한데 기업설명회(IR) 일정이 늦어지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빈번해 마음이 조급해 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클럽딜에 참여하는 대기업 계열 SI와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을 중심으로 자금 집행을 보류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업들이 현금 보유에 치중하면서 벤처기업 밸류에이션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VC들은 더욱 보수적으로 벤처기업을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VC들은 미래 가치를 중시했지만 최근에는 실적과 손익 실현 가능성을 예전보다 더욱 세밀히 따지고 있다.

출처:한국벤처캐피탈협회

◇포트폴리오 옥석가리는 VC, 후속투자 모색

VC들은 동시에 기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신규로 실탄을 쏘기 보다는 옥석을 가려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예상 실적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일시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기업들은 주시하고 있다.

팔로우온(후속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기회도 엿보고 있다.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검증이 덜 된 '신입생'들은 투자 위험이 크다. 반면 이미 한 차례 이상 투자가 이뤄진 경우 위험 부담이 덜하다. 실적과 밸류에이션 등 조건이 맞는다면 투자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VC업계 관계자는 “최근 IR을 하는 벤처기업 대부분이 밸류에이션을 고집하지 않는다"며 “평균적으로 기존보다 20~30% 떨어진 몸값으로 투자 유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유망한 기업을 할인된 가격으로 담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VC업계는 업종에 따른 밸류에이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생필품이나 온라인 플랫폼, 바이오 계열은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미미하다. 다만 여행이나 항공, 제조업 관련 업체들이 경우 타격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VC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한창인 3월 투심이 얼어붙었지만 4월부터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로 편입한 기업에서 일시적인 밸류에이션 조정이 있다면 후속투자를 고려할 만 하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