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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패러다임 전환]섹터 '주류' 바뀐다…'드라마·진단키트·재택솔루션' 부상⑤코로나19로 투자기업 명암 엇갈려, '비대면' 돈줄 이동

이광호 기자공개 2020-04-27 07:27:21

[편집자주]

창업 생태계 최전선에서 쉼 없이 달려온 벤처캐피탈이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생존을 위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책자금에 기반한 대규모 유동성을 기반으로 양적성장을 거듭해온 가운데 마주한 코로나19는 불확실성 증대와 맞물려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궤도가 흐트러진 모험자본은 어디로 가야 할까. 변화의 스펙트럼은 벤처투자 지형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투자와 펀딩, 회수 등 벤처캐피탈 생태계 전반을 집중 조명하고 내일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10: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의 섹터 내 투자전략이 바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투자기업의 명암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주류로 밀려났던 종목들이 주류로 급부상하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벤처캐피탈은 다수가 각각 나름의 전문 분야를 갖고 있다. 특정 분야 투자 비중이 높을 경우 전문 벤처캐피탈을 표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장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주력 투자처가 더는 효자가 될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 실제로 '언택트(untact·비대면)'와 밀접한 산업군에 집중하며 후속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은 “사실상 상반기 투자가 중단됐다”며 “하반기에 집중 투자할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대비한 모드에 돌입했으며 '잭팟'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언택트 바람 탄 ICT, 재택근무 돕는 '협업솔루션' 기업 급부상

현재 언택트와 가장 밀접한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다. 코로나19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거나 오히려 수혜를 받는 업종이다. 특히 우리 생활과 밀접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기술 기반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들은 ICT 중 협업솔루션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 노하우가 있는 이공계 출신 심사역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근무 형태 변화에 주목한다. 재택근무가 산업계 전반에 서서히 자리 잡을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원격근무를 진행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화상회의 등 협업솔루션 업체들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의 '라인웍스'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늘면서 지난달 도입 기업 수가 전년 동기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잔디'를 서비스하는 토스랩 역시 200%가량 증가했다. 메신저, 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등 업무 협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자랑한다.

한 ICT 전문 심사역은 “카카오톡 등 일반적인 메신저는 개인 사생활과 업무시간을 분리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며 “근태와 프로젝트 관리, 자료 전송, 보안 등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소프트웨어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연·영화 지고 드라마·애니메이션 뜨고…뒤바뀐 '운명'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건 문화콘텐츠 분야다. 특히 문화계정 펀드를 운용하는 공연·전시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에 비상이 걸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연장으로 인해 오프라인 관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적자 폭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영화의 경우 개봉을 연기할 수 있지만 공연업계의 사정은 다르다. 예정된 대관 일정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100석 미만의 소공연장부터 1000석 이상의 대공연장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공연은 더욱 심각하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인기공연인 '핑크퐁'부터 '신비아파트'까지 주요 공연들이 조기에 종료됐다.

상황이 이렇자 공연들이 온라인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오페라의 유령'이 유튜브를 통해 공연을 무료로 중계한 게 대표적이다. 업계는 '공연 영상화' 작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영상 작업이 새 활로를 개척한다는 목표다. 지금은 무료로 공개하지만 앞으로는 유료화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다.


문제는 공연 영상화 과정의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본의 대응 콘텐츠가 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벤처캐피탈들은 공연·전시 투자를 잠정 중단했다. 불확실성에 베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열린 투자심위원회의(투심위) 주인공은 드라마다.

현재 드라마 시장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새로운 유통망에 힘입어 지속 성장하고 있다. 기존 미디어를 뛰어넘어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기회가 많이 열리고 있다. 한 콘텐츠 전문 심사역은 “그동안 드라마는 제작비 이상을 뽑아내기 어려워 돈이 안 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그러나 넷플릭스 등이 등장하면서 채널이 다변화되며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도 고민에 빠졌다. 일부 영화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개봉 연기를 결정했지만 한 없이 일정을 미룰 수 없는 처지다. 업계에서는 여러 영화들이 특정시기에 몰릴 경우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유례없는 배급사 간 개봉일 조율 가능성이 제기된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자금 집행을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영화 대신 게임,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 영화 투자 심사역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촬영이 취소되는 등 제작사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언택트와 관현한 콘텐츠 투자만 검토 중”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우려…'신약개발→진단키트' 눈돌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 투심위 대부분은 기존 포트폴리오 후속투자로 채워져 있다. 바이오 업체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지만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임상절벽이다. 전 세계 의료기관들이 환자를 모집해 임상을 진행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치료제뿐만이 아니라 의료기기 역시 임상을 거쳐야 하지만 기약이 없다. 코로나19가 소강국면에 접어들면 파란불이 켜지겠지만 현재로선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 바이오 벤처캐피탈 대표는 “병원이 정상가동 될 때까지는 임상을 진행하지 못한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투자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 2차 코로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초기기업들이 투자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동안 신약개발에 가려졌던 진단키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검진이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토종 진단키트가 후광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 개발업체 보다 진단키트사들의 성공 가능성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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