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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정부 지원조건 '고용유지', 구조조정 피해갈까유급 대신 무급휴직 실시,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 안해

유수진 기자공개 2020-05-11 08:15:43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8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항공사 등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조건으로 고용유지를 강조하며 아시아나항공이 구조조정 이슈를 피해갈지 주목된다. 당초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HDC그룹에 편입되기에 앞서 일부 인력감축 및 자산매각 등 조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정부에 손을 벌리게 되면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지원조건으로 '고용유지'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7000억원 규모의 크레딧라인(한도여신)을 제공받은데 이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에도 의존해야 할 만큼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부터 전직원을 대상으로 매달 15일 이상 무급휴직을 진행하고 있다. 휴직을 처음 실시한 지난 2월엔 최소 10일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종식 시점이 좀처럼 보이지 않자 기준을 더욱 강화했다. 정상근무로 전환하는 조건은 '사업량이 정상화될 때까지'로 정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돼 항공업황이 정상궤도에 오를때까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눈에 띄는 건 대한항공이나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LCC)들과 달리 유급휴직 대신 무급휴직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사실 회사 입장에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유급휴직이 더 유리하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정부가 고용안정을 전제로 사업주에게 인건비를 대주는 제도로, 비용 부담을 줄인 채로 인력 규모를 유지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 항공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며 휴직·휴업수당의 최대 90%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기업(직원 300명 이상)인 아시아나항공은 67%(3분의 2) 가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택하지 않았다. 대신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받은 후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조치에 반대하는 직원들과 마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직원들의 사전 동의를 받고 무급휴직을 진행하고 있다"며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추후 HDC그룹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일부 인력감축 등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해석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 직원들의 반발과 회사의 자금부담 등을 줄일 수 있지만 글자 그대로 '고용유지' 의무를 져야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인수회사는 피인수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수 전 잉여인력이나 자산에 대해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염두에 두면 쉽사리 고용유지 약속을 할 수 없는 입장인 셈이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와 금호산업간 SPA상 고용유지와 관련된 내용.

특히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가 금호산업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SPA)에는 거래종결 이후 3년간 고용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인수 후 3년 동안은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의 직원들(임원 제외)에 대해 근로관계를 해지 및 변경, 중단하거나 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새 주인이 되는 HDC그룹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자체적으로 정리를 마치고 넘어오길 바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인력감축 등을 실시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확산됐다. 정부는 지난달 말 대형항공사(FSC)에 대한 긴급유동성 지원과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하며 전제조건으로 고용안정을 내세웠다. 기금 자체가 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꾸려지는 만큼 경영환경이 정상화됐을 때 무리없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정부는 대기업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기회가 될 때마다 고용안정을 당부하고 있다. 손명수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지난달 29일 9개 항공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보전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자금 지원의 신속 집행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항공사도 고용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자본확충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용 불안정 우려와 관련해 "고용유지지원금 및 휴업·휴직 수당을 활용해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항공분야 인력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업계 특성상 신규 인력을 뽑아 전문성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고용유지를 주요 지원 요건으로 삼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받는 기업들이 고용을 90% 이상 유지하거나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조건 등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지 여부와 얼마간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지 등 세부 내용에 대해 협의가 아직 진행 중에 있어 확정안이 나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스타항공이 구조조정 이슈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도 아시아나항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인수되기에 앞서 자체적으로 기단 규모를 줄이고 22% 가량의 인력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스타항공도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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