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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코로나대출 분담…정부 설득한 윤종원 행장 기재부·청와대 출신 행장 협상력 주목…직원 서한에 "정부 이해 구했다" 언급

이은솔 기자공개 2020-05-15 14:52:43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2차 소상공인 긴급 대출 접수를 시중은행들에 분담하기로 결정했다. IBK기업은행 입장에서는 과중했던 업무 부담을 덜었는데, 윤종원 행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부에 이해를 구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끈다. 기재부와 청와대 출신인 윤 행장이 정부와의 협상력을 갖춘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차 소상공인 긴급대출 창구를 지방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창구를 통일해 소상공인의 편의성을 높이고 대출지원 업무를 은행 전반에 분담하기 위해서다.

1차 긴급대출은 지원 대상 차주의 신용등급을 세 가지로 분류해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소상공인진흥공단으로 창구를 분리했다. 그러다보니 고신용자만 전담키로 한 시중은행에서는 실제 대출 집행이 다른 창구에 비해 적게 이뤄졌다.

실제로 기업은행이 전담한 중신용자 대상 긴급 대출은 접수가 몰리면서 4월 29일 가장 먼저 자금이 소진됐다. 소진공의 저신용자 대출은 5월 6일 마감됐고, 시중은행에 배정된 고신용자 대상의 이차보전 대출만 현재까지 자금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는 현실적으로 경기 악화로 당장 대출이 필요한 소상공인 중에서는 고신용자보다 중저신용자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창구에서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서 발급이 불가능해 해당 차주들을 기업은행으로 돌려보내는 경우도 발생했다.

정부에서도 시중은행을 통한 대출에는 이차, 즉 정책금융 금리와 은행이 정한 적정금리 사이의 차액만 보전했을 뿐 대출금에 대한 보증은 하지 않아 리스크관리를 해야 하는 시중은행 측에서도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았다.

2차 긴급 대출에서 정부는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대출금의 95%를 보증하기로 했다. 부실에 대한 위험을 정부가 떠안기로하면서 연체 등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대출 거절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있다.

기업은행이 사실상 주축이 돼 소상공인 긴급 대출을 소화하면서 내부에서는 업무 과부하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일상적으로 처리하던 지점 업무에 정책대출이 추가되면서 본점 인력들이 각 영업점에 파견을 나갔고,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은 대출을 심사하면서 피로도도 높아졌다.

윤 행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해결을 위해 정부에 이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의 자금수요가 매우 높지만 이를 기업은행이 모두 소화하기는 힘든 상황이고, 시중은행도 분담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으로 이관되는 과도한 업무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부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업무량을 조절해온 것으로 보인다. 서한에 따르면 정부는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처리하지 못한 9만 건 가량의 업무를 기업은행에서 맡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윤 행장은 정부 측에 기업은행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타은행 거래 고객들은 기업은행에서 처음부터 대출심사를 받는 것보다 이미 기록이 있는 주거래은행에서 대출을 진행하는 게 더 간편하다는 점을 관료들에게 설득했다. 타행에서 긴급 대출 고객을 기업은행으로 일괄 안내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 유관기관에 시정을 요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요청하는 업무를 기업은행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어느정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 행장이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되 무리한 요구는 거절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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