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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롯데지주, 불명확한 CEO 비상 승계절차대표이사가 이사회도 장악, 유고시 대리할 수 있는 의사결정 시스템 없어

최은진 기자공개 2020-06-10 14:00:2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모기업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는 대표이사 승계에 대한 명문화 된 절차가 따로 없다. 그저 이사회에서 결정토록 하는 게 전부다. 이사회 의장도 대표이사가 맡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표이사 유고시 이를 대리할 인물을 선임하는 게 어려운 구조다.

그나마 진일보 한게 있다면 대표이사 역량 개발에 대한 부분이다. 지난해 대표이사 후보들의 역량 및 경력개발을 위한 프로그램, 평가기준 등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모기업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로 직접 자리하며 그룹 구석구석을 챙기는 구조다. 그룹 내 2인자로 불리는 황각규 부회장 역시 대표이사로서 신 회장을 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롯데지주의 대표이사는 이들 두 인물에 더해 지난해 선임된 송용덕 부회장까지 총 세명이다.

롯데지주를 움직이는 인물이 사실상 그룹을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표이사는 꽤 중요한 자리이다. 더욱이 롯데그룹은 여전히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는 만큼 유사시 누가 대표이사를 대행할 지 여부는 중대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롯데지주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이사 승계에 대한 절차가 불명확하다. 롯데지주의 정관 제35조에 따르면 대표이사 선임은 이사회 결의로 이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 규정 제10조에는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유사시 이사회 구성원 중 어떤 순서로 대표이사를 대행할 지는 역시 이사회가 정한다.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 중에서 선출한다.

롯데지주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9인으로 구성하고 있다. 사내이사로는 신 회장을 포함한 대표이사 3명과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윤종민 경영전략실장(사장)이 자리한다.


롯데지주는 모든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쏠리게 해놓다 보니 대표이사 유고시 진행할 수 있는 절차가 불명확하다. 물론 대표이사가 다인체제인 만큼 현재는 안전장치가 돼 있다고도 볼 수 있으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표이사가 부재하면 이사회를 이끌 의장 역할을 대리할 인물이 누가 될 지 혼란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이사회 내 그 어떤 인물도 사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결과로 이어진다.


선진적 지배구조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는 SK그룹의 지주사 ㈜SK는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시켜놓고 있다. 가령 대표이사가 부재할 경우라도 이사회 의장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해 놨다. 만약 이사회 의장까지 부재하다면 의장을 대리할 인물에 대해서도 순서를 정해놨다.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감사위원회 위원장→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대표이사(복수일 경우 연장자순) 순서다.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절차에 따라 일부 혼란이 있더라도 누가 수장 역할을 대리할 지 예상할 수 있는 투명성을 갖춰놓은 셈이다.


롯데지주가 대표이사 승계 관련해서 그나마 개선한 점이 있다면 대표이사 역량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첫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할 당시 롯데지주는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고 풍부한 경험과 경영역량을 겸비한 최고경영자의 지속적인 승계를 위해 다수의 후보군을 선정 및 관리하고 있다'고만 명시했다. 어떻게 관리하고 교육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불분명했다.

하지만 최근 공시한 2019년 기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 등을 명시했다. △대표이사 자격요건에 적합한 후보군 양성을 위해 정교화 된 평가 △교육훈련 및 경력개발(CDP) 프로그램 운영 △차기 CEO 과정 운영 △외부 최고경영자과정 및 리더십 코칭 프로그램 시행 등이다.

인재육성팀을 중심으로 대표이사 임기 만료 전 최종 후보군을 검토해 이사회에 추천하는 절차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롯데지주는 대표이사 승계정책 관련 후보군 선발 프로세스와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정교화 및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는 점도 밝혔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차기 CEO 육성하고 교육하는 게 중요한 덕목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공개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며 "인사 관련 부서에서 내밀하게 진행하는 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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