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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리포트]SK이노, SKIET 상장 '승부수'...SK에너지 위상 변화코로나19 여파 미래 주축 사업 빠른 변경…'SK인사이드' 전략 일환

박상희 기자공개 2020-06-15 08:27:05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1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주식자본시장에서 본격적인 자금조달을 시작한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강화에 쓸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되는건 주력사업인 정유업의 위상 변화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가운데 정유부문 사업을 영위하는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영업이익과 배당 등 SK이노베이션의 이익구조에서 핵심적인 계열사다.

다만 최근 실적 및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우량한 자회사 역할을 하기 힘들어졌다. SKIET의 상장은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의 위상 약화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이 내세우는 전기차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에 대비한 'SK 인사이드' 전략은 SK에너지로 대표되는 정유업의 입지 약화와 맞물린다. SK에너지는 1분기 조 단위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올라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SK에너지, 효자 계열사 '옛말'…부채비율 239%, 차입금의존도 40% 육박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석유(정유)사업은 매출액 35조816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49조8765억원)의 72%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453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1조2692억원의 35%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 석유사업은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의 72%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영업손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47%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핵심 사업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석유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2%로 차이가 없었지만, 영업손익은 치명적이었다. 석유사업 영업손실 규모는 1조6359억원으로, 전체 영업손실(1조7751억원)의 92%를 차지했다. 영업손익에서 효자 노릇을 하던 위상은 간데 없고, 적자 주범이 됐다.

석유사업 영업손실 대다수는 SK에너지의 몫이었다. SK에너지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1조2216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에다 유가전쟁 악재마저 겹친 SK에너지는 유동성(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말 기준 7154억원에 불과하던 SK에너지 유동성은 올 3월 말 기준 1조8115억원으로 증가했다. 3개월 새 유동성 규모가 2배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2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SK에너지는 기업어음(CP)과 은행 대출 등 단기차입금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SK에너지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6년 말 115.4%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2018년 136.7%, 지난해 말 기준 170.5%까지 치솟았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2017년 13.7%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23.8%까지 뛰었다.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39%로 치솟았고, 차입금 의존도는 39.94%로 상승했다. 신용평가사는 차입금의존도가 27.5%를 초과하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하고 있다.

◇SK에너지, 재무구조 악화 속 대규모 배당도 어려워…SKIET 상장 '승부수'

석유부문이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과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SK에너지의 추락은 뼈아프다.

2019년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사업부문별 매출비중은 정유:석유화학:윤활유:기타(배터리·소재 등)가 72:19:6:3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 인천석유화학, SK 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석유개발(E&P) 및 2차전지사업, R&D 등을 영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차전지를 비롯해 자체 영위하고 있는 사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분야는 배터리다. 배터리부문은 지속적인 투자 및 생산설비 준공으로 매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다만 규모의 경제 구축단계에서 초기비용 발생으로 거액의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100% 자회사 SKIET 상장에 착수한 것도 배터리 사업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20 CES에서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와 함께 발표한 'SK인사이드' 전략의 구체화를 위한 성장 재원 확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SK인사이드는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자회사와 함께 '미래 E-모빌리티'의 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첨단 배터리와 초경량·친환경 소재 및 각종 윤활유 제품 등을 패키지로 묶은 모델이다.

SK인사이드 전략에 SK에너지가 제외돼 있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미래 E-모빌리티'는 기존 엔진 중심 패러다임의 핵심인 정유와는 반대 노선이다. 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가 주목받을수록 정유사업은 하향 사업 궤도에 오르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 등 정유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배당 형식으로 환수했다. 지난해 SK에너지가 5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3000억원의 배당을 실시한 게 대표적이다. 정유업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 셈이다. 올해는 1분기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예년 수준의 배당 실시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오래 전부터 미래 모빌리티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배터리 사업에 과감히 투자를 해왔다"면서 "주력 계열사이자 효자 계열사였던 SK에너지가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한 올해 SKIET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SK이노베이션이 지향하는 미래 사업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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