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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승계 시계'는 천천히 흐른다 [지배구조 분석]에이치솔루션, ㈜한화 지분 매집 일시정지…김승연 회장 복귀 여부도 중요

김성진 기자공개 2020-06-15 08:26:37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1일 16:0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화그룹의 미국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 투자대박 소식은 자연스레 그룹 승계 이슈로 이어졌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등 한화그룹 3형제가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기업 가치가 급격히 상승해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에이치솔루션은 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와 함께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해 승계 핵심으로 지목되는 회사다.

에이치솔루션의 가치 상승은 향후 승계작업을 수월케 하는 요소인 것은 확실하다. 에이치솔루션의 가치가 높아져야 ㈜한화와 합병을 하든, 실탄을 마련해 ㈜한화 지분을 직접 사들이든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에이치솔루션의 높은 가치는 향후 승계작업에 있어 필요조건으로 여겨진다.

다만 재원마련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해서 빠른 승계를 전망하는 것은 다소 섣부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이치솔루션의 한화시스템 지분 보호예수, 김승연 회장 복귀, 금산분리 등 아직은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멈춰버린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지분 인수

재계서는 앞으로 이뤄질 한화그룹의 승계 방안을 크게 두 가지로 꼽고 있다. 하나는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의 합병이고 다른 하나는 한화그룹 3형제(김동관 김동원 김동선)가 직접 ㈜한화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식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 3형제가 각각 50%, 25%,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우선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의 합병은 후계자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두 회사를 합병한 후 주식을 맞교환하면 비교적 적은 자금을 들여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

다만 합병비율이 관건으로 꼽힌다. 과연 시장이 납득할 만한 합병비율을 산출해낼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현재 삼성그룹 역시도 과거 승계작업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비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의 3형제가 ㈜한화의 지배력을 직접 확대하는 것도 유력 방안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지난해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의 지분을 잇따라 취득하며 이러한 분석에 힘이 실렸다. 에이치솔루션은 2018년 말 ㈜한화의 지분 보통주 2.2%, 우선주 1.86%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말 각각 4.2%, 4.8%까지 늘렸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표면적인 한화그룹의 승계작업이 일시정지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올해 벌써 상반기가 모두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에이치솔루션은 올 들어 ㈜한화의 지분을 한 차례도 사들인 적이 없다. 이는 야금야금 지분을 늘렸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 한화시스템 상장과 함께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시스템 지분에 대해 1년6개월 보호예수를 설정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보호예수란 투자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 지분 등을 일정기간동안 증권예탁원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거래소 상장의 경우 최대주주는 상장 후 최소 6월간 증권예탁원에 의무적으로 보호예수를 해야 한다. 에이치솔루션은 3대주주기 때문에 의무 보호예수기간 영향 밖에 있었다. 그럼에도 1년6개월의 보호예수 기간을 자발적으로 설정했던 셈이다.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시점은 오는 2021년 5월이다. 물론 보호예수 기간이 종료된다고 해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바로 매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얼마간은 급진적인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의 근거로 활용될 수는 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한화그룹의 경우 당장 시급하게 지배구조를 개편하거나 경영권을 승계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요즘 업황도 좋지 않아 현 체제가 오래도록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 복귀와 승계

이러한 산술적인 지배력 확대 이슈와는 별도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복귀 여부도 승계와 관련짓는 해석들이 나온다. 후계자들이 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승계와 함께 김 회장의 '명예로운 퇴장' 역시도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김 회장은 2014년 배임혐의로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 당시 한화그룹 7개 계열사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 현재까지 7년 가까이 한화그룹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 회사와 주주들에게 3000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 회장의 복심으로 여겨지는 금춘수 ㈜한화 지원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업 전반을 대신 총괄하고 있다.

집행유예기간은 지난해 2월 만료됐으나 실제적인 복귀는 2021년에서야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의하면 금융회사 및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는 집행유예 기간 만료일로부터 2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도 여기에 포함돼 사실상의 복귀는 내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복귀한 후 얼마간 회사를 경영하고 그 다음에 자리를 물려주는 게 가장 좋은 모양새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 관계자는 "니콜라 주식 투자는 1년 반 전에 이뤄진 것이고 그룹의 승계나 합병 이슈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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