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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채권 세그먼트 개설, 발행사 인식 바꾼다" [thebell interview]한국거래소 신희용 채권제도팀 팀장, 김현희 과장

이지혜 기자공개 2020-06-19 14:22:00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7일 15:5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의 SRI채권 전용 세그먼트가 15일 첫발을 뗐다. SRI채권은 사회적책임투자 채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린본드(녹색채권)와 소셜본드, 지속가능본드 등을 아우르는 용어로 시장에서는 그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으로 불렸다. 한국거래소는 SRI채권이 ESG채권보다 의미를 정확히 담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원화 SRI채권 시장에 열린 지 2년 만에 세그먼트가 탄생했지만 준비기간은 길었다. 2018년부터 사전조사에 들어가 지난해부터 사업준비를 본격화했다. 한국거래소가 SRI채권 세그먼트를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가치는 접근성이다. 기관투자자에서부터 일반인까지 SRI채권 발행내역을 보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목표를 뒀다. SRI채권의 발행과 투자가 활성화할수록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이를 위해 SRI채권의 상장수수료와 연부과금도 면제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의 다음 과제는 투자자 신뢰 제고다. SRI채권으로 인정받으려면 외부기관에서 사전검증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사후보고는 그동안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진행해왔다. 이래서는 투자자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한국거래소는 사후보고도 외부기관에 검증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채권제도팀이 있다. 세그먼트를 만들어 국내 SRI채권 시장이 투명하게 성장할 토대를 놓은 이들이다. 더벨이 16일 신희용 채권제도팀 팀장과 김현희 과장을 만났다.

◇“SRI채권 지속 발행 독려”

SRI채권 세그먼트의 탄생 이유를 묻자 김현희 한국거래소 채권제도팀 과장은 “한국거래소 차원에서 SRI채권이 일반 채권보다 취지가 좋다는 것을 알리고 공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화 SRI채권이 처음으로 발행된 2018년부터 조사를 시작했는데 당시 다른 나라에서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시하는 게 대세였다”고 말했다.

SRI채권은 해외에서 이미 보편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국내 시장은 갈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행 물량이 적고 인지도도 낮다. 공기업과 민간 금융기업들만 주로 발행하고 있다. 투자자에게도 SRI채권은 여전히 낯선 개념이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접근성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세그먼트를 만들었다. 일단 눈에 보여야 점차 익숙해진다는 판단에서다. 일반인도 한 눈에 SRI채권의 발행사와 발행 규모, 금리 등을 볼 수 있도록 페이지를 꾸몄다. 현재 한국거래소 홈페이지 제일 밑에 있는 SRI채권 세그먼트 배너도 눈에 잘 띄도록 위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SRI채권 발행을 독려하기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신규상장수수료와 연부과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신규상장수수료와 연부과금을 다 합쳐도 몇 백만원 수준인지라 SRI채권을 발행하는 데 드는 부수적 비용을 모두 충당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회성 발행 인정…사업 발굴, 연기금 지원, 투자자 보호 필요

한국거래소가 SRI채권 세그먼트를 만든 것은 시장이 투명하게 발전하는 데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SRI채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비금융 민간기업 사이의 외면이 크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비금융 민간기업도 지난해 SRI채권 발행의 물꼬를 트긴 했지만 홍보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희용 팀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발행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SRI채권을 발행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그러나 한국거래소가 나서서 SRI채권 시장의 지속성과 사회적으로 보탬이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면 점차 발행사들의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SRI채권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신 팀장은 세 가지 요건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적절한 사업모델을 발굴해야 하고 연기금 등 채권시장의 ‘큰손’의 도움도 있어야 한다. 또 투자자를 보호할 추가방안도 있어야 한다.

신 팀장은 “소셜본드인 주택금융공사의 MBS 발행물량이 40조원을 넘어 국내 SRI채권에서 비중이 압도적”이라며 “그린본드와 지속가능본드는 20%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들이 그린본드를 발행하고 싶어도 적절한 사업을 찾기가 어려워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친환경사업 등에 관심이 높아져야 그린본드를 활용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신 팀장은 “SRI채권이 발행되면 국민연금 등이 투자에 나서는 등 지금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시장이 초기인 만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이런 채권과 관련해 투자기준을 세워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 신 팀장이 강조하는 바는 사후보고의 외부검증이다. SRI채권으로 인정받기 위해 사전검증을 회계법인 등 외부기관에서 받는 것은 보편화했다. 그러나 사후보고는 각 발행사가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자금이 사용목적과 달리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투자자를 보호하기 어렵다. 이른바 '그린워싱'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15일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한국신용평가와 MOU를 체결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사전검증과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 맡기는 것이 트렌드”라며 “투자자 신뢰를 제고해 SRI채권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다면 투자가 늘고 시장이 선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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