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 NH증권, 옵티머스펀드 대량판매 배경은 '검증체계 정교화·KPI 폐지' 불구 '4700억' 판매…라임 사태 의식, '단기펀드' 집중
최필우 기자공개 2020-06-25 07:47:13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4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각종 금융상품 부실을 잘 피해 왔던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중심에 섰다. 라임 사태를 의식해 유동성 리스크가 덜한 단기펀드 판매를 늘린 게 결과적으로 화를 불렀다.NH투자증권은 펀드 검증 체계를 정교화하고 핵심역량지표(KPI)를 폐지하는 등 건전한 금융상품 영업 문화를 조성해왔으나 이번 사태로 아쉬움을 남겼다. 판매사가 현실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수준의 사기 수법이 동원됐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판매 비중 '90%', 작년 하반기에만 '2500억' 증가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판매잔고는 4700억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지난 22일 기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설정액이 522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90% 이상을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셈이다.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판매사로 처음 등장한 건 2019년 2분기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판매잔고는 0원이다. 이후 6월말 893억원, 9월말 2533억원, 12월말 3383억원, 지난 3월말 4407억원으로 급증했다.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최대 판매사인 게 드러나자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운용사와 펀드 선정에 일가견이 있는 곳이다. 내부적으로 펀드등급제를 도입하고 위험조정수익률(RAR) 등을 감안해 운용사와 펀드를 검토하는 등 짜임새 있는 관리 체계를 갖췄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서 선정한 최우수 펀드 판매회사로 수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작년 초에는 한발 더 나아가 KPI를 폐지하며 건전한 금융상품 판매 문화를 선도했다. 상품 판매로 회사가 올리는 수익보다 고객을 우선시하자는 취지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내려진 선제적 조치라 더욱 호평받았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 금액이 수천억원대로 커질 수 있는 사태의 중심에 선 것이다.
NH투자증권은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을 의식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를 선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펀드에서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자 판매사들은 되도록 만기가 짧고 환매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상품을 물색했다. NH투자증권은 목표수익률이 연 3%로 낮지만 만기가 3~9개월이고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회사의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를 낙점했다. NH투자증권은 라임 사태가 본격화한 작년 하반기에만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판매잔고를 2489억원 늘렸다.
NH투자증권 PB는 "지점에서 요청한 상품이 아니고 본사에서 발굴한 펀드지만 딱히 판매 프로모션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며 "시중에 돈은 넘쳐나는데 라임 사태로 만기가 짧은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PB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상품"이라고 말했다.
◇'동정론 vs 책임론' 견해 분분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NH투자증권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견해가 나온다. 문제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명세서가 조작되면서 불거졌다. 명세서에는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기입돼 있었으나 실제 투자 자산은 전혀 달랐다. 라임 사태 이후 판매사들은 펀드명세서를 꼼꼼히 살피는 식으로 상품을 검증하고 있는데 명세서가 조작되면 부실을 파악할 길이 사실상 없다는 게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우리도 사모사채를 취급하고 있지만 펀드명세서를 조작해버리면 판매사 입장에선 부실 여부를 가늠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문서를 조작한 측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명백한 실수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NH투자증권은 펀드 뿐만 아니라 운용사 검증 시스템도 자신해왔다. 2018년말에는 사모펀드를 전담하는 펀드솔루션부를 신설하면서 검증 체계를 한층 정교하게 다듬었다. PB들이 자발적으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를 대거 판매한 것도 펀드솔루션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펀드솔루션부는 마땅한 평판이나 트랙레코드를 보유하지 않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을 걸러내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다소 위험한 사모사채 딜을 다룬다는 얘기는 동종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종종 나왔었다"며 "한 판매사에서 수천억원 규모로 판매될 수 있었던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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