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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식 매각 원칙 '무의미'...주도권 잡은 채권단 2조 자본확충 등 특별약정 이행 필수...알짜 사업부 매각 불가피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29 07:45:1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5일 08:3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기내식사업부 등 알짜 사업부와 보유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비핵심·저수익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정리를 하겠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의 '매각 원칙'과는 배치되는 움직임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매각 주도권이 사실상 채권단에 넘어갔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만나며 자체 기준이 아닌 성사 가능성이 높은 사업과 자산 위주로 매각 리스트를 짤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의미다. 일단 무엇이든 팔아 지금의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내식·기내판매 등 '알짜' 사업 매각 검토

25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에 컨설팅을 의뢰해 내부 사업부와 자산 전반에 대한 가치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내식사업부와 기내판매(면세품)사업부, 영종도 운항훈련센터 등 잠재적 매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다음달 말까지 매각 대상을 확정 짓는 게 목표다.

대한항공이 밸류에이션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체결한 특별약정을 시한 내 이행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받는 대신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확충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중 1조원은 유상증자로, 나머지 1조원은 송현동 부지 등 자산 매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유력한 매물로는 기내식사업부와 기내판매사업부, 조종사 운항훈련센터 등이 언급된다. 대한항공의 본업인 항공운송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업부들이다. 특히 기내식사업은 현재 코로나19로 운항편이 급감하며 상황이 좋지 않지만 여객수요만 회복되면 꾸준한 현금창출이 가능한 부문으로 손꼽힌다. 매출 비중은 작으나 기내식이 포함된 기타사업의 영업이익률이 9.5%에 달하는 등 수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 내놓으면 곧바로 새 주인이 나타날 '알짜' 위주로 리스트 구성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당초 조 회장이 밝혔던 매각 원칙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조 회장은 작년 11월 미국 뉴욕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주력인 항공업에만 집중할 생각"이라며 "이익이 안 나는 사업은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항공업과 연관성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이 정리 대상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로 조 회장은 올 2월 왕산레저개발 지분 전량과 송현동 부지 매각을 결정하며 자신이 밝힌 개편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왕산레저개발은 2011년 설립 이래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낸 적 없는 대표적인 비수익 계열사로 지난해 영업손실 47억원, 순손실 71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누적으로 현재 결손금이 41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 밖에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를 매각하고 나머지 호텔들의 사업성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만년 적자'라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특별약정 이행이 '최우선'…산은 눈높이 충족 시켜야

재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급하게 자금 마련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몰리며 조 회장의 매각 원칙을 고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자구안의 핵심인 송현동 부지 매각에 난항을 겪으며 더욱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채권단은 대한항공의 특별약정 이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압박 장치'를 달아뒀다.

대한항공이 일정 기준 이상 자본확충을 하지 못하면 채권단은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확보하는 신주 전량(3000억원 규모)을 담보로 가져가게 된다. 직접 대한항공 지분을 보유한다는 의미다. 심지어 채권단은 대한항공이 기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도 인수한 상태다. 전환권과 담보권을 모두 행사하면 한진칼을 제치고 최대주주 지위에도 오를 수 있다.


따라서 대한항공은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자구안 이행을 완수해야 한다. 기존 매각 기조를 포기하더라도 무조건 거래가 성사돼 현금 확보가 가능한 매물을 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매물 선정 작업에 채권단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구안 특성상 채권단과의 협의 및 의견조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말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대한항공의 사업부 매각 추진 사실을 시장에 공개했을 때 사실상 매각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와 송현동 부지 매각 외에도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회사 내 사업부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 방안은 회사 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즉시 부인했지만 업계 내에서는 사업부 매각이 기정사실화 되기 시작했다. 당장 돈이 급한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의 얘기를 흘려들을 수 없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은 산은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한 자산 매각안을 준비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추후 항공수요가 정상화될 때에 대비해 알짜 사업부를 팔기 싫어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CS증권에 자산가치 책정을 위한 컨설팅을 의뢰해놓은 상태"라며 "다만 아직 매각 관련해 확정된 내용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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