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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인사혁신]'부친 흔적 지운다' 조기인사에 담긴 신동빈 의중5월 귀국 후 그룹 분위기 급변, 日롯데 장악· 상속 마무리 다음 스텝 '쇄신'

최은진 기자공개 2020-08-18 08:34:51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4일 10: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에 임원인사 관련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불과 몇달 전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임원 인사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왔다. 특히 OB들이 주요 타깃이 될 거란 얘기가 중심이 됐다. '누가 누구 자리를 노린다', '누가 가면 누구도 갈거다'라는 식의 얘기가 심심찮게 들렸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퇴임이 확정되기도 전부터 설(說)들이 무성했다. 황 부회장을 중심에 두고 자리이동에 대한 소문이 불거졌다. 결과적으로 황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 외에는 소문이 사실화 된 것은 없었다. 그룹 내부의 얘기들보다도 더 신 회장의 혁신 의지가 컸다는 게 이번 인사에 대한 평가다. 신 회장이 단행한 칼바람에는 부친의 색깔을 지우겠다는 의지와 이를 단행할 세대교체 의미가 담겨 있다.

롯데그룹의 8월 임원인사는 그룹 내부적으로 단 한번도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었다. 통상 하반기 임원평가가 이뤄진 이후 연말께 정기인사가 있지만 이번엔 빨라도 너무 빨랐다. 올들어 보직임명 받은 인사까지도 이동 명단에 포함됐다는 점은 그만큼 빨리 바꿔야한다는 절박함이 묻어있는 지점이다.

이번 인사는 표면적으로는 이사회의 결정이었지만 전적으로 신 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소문으로만 돌던 일들이 갑작스럽게 추진된 터라 지주 내부적으로 외부에 공개할 프레임을 설정하거나 포장할 시간도 없었다. 황 부회장의 퇴장이 적나라하게 발설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신 회장이 준비할 시간도, 명분도 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황 부회장이 물러난다는 얘기를 공식적으로 꺼낸 건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일부 임원들에게 귀띔했을 뿐 공개석상에서 꺼낸 얘기도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일이라 황 부회장이 심신을 추스릴 시간도 없었다는 게 내부 임원들의 전언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황 부회장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열심히 하겠다. 많이 도와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의식하듯, 5월 초 '건강하게 이 국면을 이겨나갑시다'라는 문구로 바뀌기도 했다.

롯데그룹 내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황각규 부회장이 누구와도 접촉하고 싶지 않을 심정일 것"이라며 "일주일 전에 확정이 된 사안이지만 너무 빠르게 진행된 일이라 아직 심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신 회장과 황 부회장 사이엔 이상기류가 없었다. 1월에 진행된 사장단 회의에서도 황 부회장은 2인자로서의 입지를 나타냈다. 분위기가 급반전된 건 5월 신 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하면서부터다. 신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BU장 회의부터 소집해 내밀하게 주요 안건을 다뤘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었던데다 주력해서 키우는 사업들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데 따라 당시 신 회장은 불편한 심경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전해진다. 신 회장이 직접 해외는 물론 내부 실무 임원들을 화상회의 시스템까지 동원하면서 개별적으로 접촉했던 것도 이 때부터다. 직접 실무 임원들과 소통하며 세대교체의 의지를 내비췄던 셈이다.

신 회장의 절박함이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에서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룹 인사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특정 계열사의 인원수를 체크했다는 얘기가 그룹 내 파다하게 돌 정도로 발언 하나하나가 민감한 이슈였다. 롯데쇼핑은 아예 공개적으로 구조조정을 공식화 하기도 했다.

이 때 황 부회장이 구조조정에 대한 속도조절을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정부와의 코드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는 과거 롯데그룹의 인사기조와 맞지 않다는 점을 주장했다고도 한다. 이를 기점으로 황 부회장과 계열사의 갈등설이 불거졌고 결과적으로 신 회장은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단순히 신 회장의 이번 인사가 혁신을 가로막는 인물을 배제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리가 교체된 인물의 면면을 보면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단 라인의 힘이 상당부분 위축됐다.

롯데그룹 부회장은 황 부회장을 비롯해 송 부회장과 롯데쇼핑 강희태 대표이사 부회장 총 세명이다. 황 부회장이 맡았던 그룹 전략 및 신성장 발굴 업무가 그대로 이동우 신임 대표에게 이관된다.

이 업무는 계열사와의 협업이나 조화, 시너지가 필요하다.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고 해도 전체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를 감안하면 롯데쇼핑 출신의 사장급 인물인 이 대표가 핵심 업무 전면에 나서면서 송 부회장이나 강 부회장과 수평적인 관계에서 소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업무를 하는 방식이나 발상 등 자연스런 세대교체가 예상된다.

신 회장의 비서팀장을 맡던 인물의 자리이동도 주목된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 회장을 모두 보좌한 류제돈 전무가 롯데물산 대표이사로 이동하고 정영철 상무가 비서팀장이 됐다. 두 인물은 중앙대 선후배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비서팀장은 단순 회장 보좌 업무 뿐 아니라 오너일가의 자금관리까지 도맡는 중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신 회장이 류 전무가 발탁하고 키운 정 상무를 신임하고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 초 롯데지주 이사회에 입성한 윤종민 사장도 롯데인재개발원으로 이동했다. 계열사와의 시너지 등을 다루는 최고전략책임자(CSO) 자리에 1967년생 이훈기 롯데렌탈 대표이사가 앉았다. 역시 세대교체다.

이를 종합해 보면 1950~60년생 인력이 2선으로 물러나고 주요보직에 1960년 후반~1970년대생 인력들을 등용했다. 신 회장은 세대교체를 통해 과거 롯데그룹의 관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황 부회장 뿐 아니라 전반적인 부회장단 라인의 힘을 빼고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올렸다는 얘기다.

1월 부친이 작고한 후 일본 롯데그룹의 원톱 입지를 장악하고 상속까지 마무리 한 후 다음 수순으로 그룹 내부 쇄신을 택한 신 회장은 부친의 그림자를 지우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황 부회장이나 류 전무 등이 신 회장 못지 않게 신 명예회장과 각별했고 과거 롯데그룹 문화에 익숙한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시발점으로 보인다.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요직을 채우면서 신 회장이 그리는 뉴(New) 롯데를 재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연말 정기인사까지 기다릴 새 없이 빠르게 쇄신을 추진한 것도 그만큼 절실하게 관성을 지워야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다른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혁신이 그룹의 위기를 타개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부친이 만들어놓은 관성이나 문화 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며 "신 명예회장 작고 후 일련의 과정은 결국 신 회장의 원톱 입지를 공고히 뿌리내리는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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