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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EV 배터리도 '성공 방정식' 쓸까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0-08-31 11:39:22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8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EV) 배터리는 올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산업군이다.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성장주를 지칭하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 총수가 유례없는 연쇄 회동을 가진 것도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EV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K배터리를 이끄는 3형제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다. LG화학은 2000년대 초반 사업 진출 이후 약 20년 만에 대규모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3사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1위업체인 테슬라로부터 첫 수주를 받은 주인공도 LG화학이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공격적인 수주와 투자로 경쟁사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E-GMP라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1차 물량을 수주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27일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국내 첫 배터리 소송 1차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LG화학이 승소했다.

삼성SDI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과 비교할 때 업계에서 화제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수주와 투자에 보수적인 삼성SDI는 생산능력 기준 국내 2위 자리도 곧 후발업체인 SK이노베이션에 내어줄 판이다.

삼성SDI의 EV 배터리 사업 기조는 최근 몇 년 새 질적 성장으로 돌아섰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흑자전환을 이뤄내는 것이 우선순위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동시에 리스크도 커진다는 의미"라면서 "내부적으로 품질, 안전, 수익성 등에 초점을 맞추자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기조 변화는 과거 소형전지 사업 경험이 반면교사다. 삼성SDI는 외환위기 파고가 높던 1998년 노트북 등에 탑재되는 소형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산요와 소니 등 일본 업체가 90% 이상을 점유했다. 이 시장에 뛰어들어 글로벌 배터리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당시 목표는 무모해보였다.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는 약 10년 만에 현실이 됐다. 2010년 삼성SDI는 소형전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여기엔 경쟁사의 악재가 한몫했다.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대규모 노트북 발화 및 공장 화재 등으로 주춤했다. 고객사들이 일본 배터리를 외면하면서 어부지리 효과를 봤다. 물론 오랜 시간을 들여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삼성SDI는 소형전지에서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중대형전지로 사업 분야를 확대했고 이게 지금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이끄는 동력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 시작 이래 최초로 2005년 흑자를 실현했고 이후 5년이 지난 2010년 소형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랐다. 삼성SDI는 EV 배터리 사업도 소형전지와 같은 길을 걷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흑자전환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장에선 의구심도 있다. 삼성SDI가 소형전지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삼성전자를 비롯한 캡티브 마켓이 일정 수준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EV 배터리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삼성SDI는 국내에서 아직까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배터리 수주를 받지 못했다. 매출 다각화도 숙제다. 삼성SDI EV 배터리 매출은 3대 글로벌 시장(유럽, 미국, 중국) 가운데 유럽에 편중돼있다. 삼성SDI가 소형전지에 이어 EV 배터리 분야에서도 성공 방정식을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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