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열전]지역주택조합 강자 한양건설, 틈새시장 공략2013년부터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집중 공략…5년간 매출 4배 이상 성장
고진영 기자공개 2020-09-07 11:41:21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4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쉽게 말해 아파트 ‘공동구매’로 설명할 수 있다. 주민들이 모여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 형태다. 한양건설은 이 분야를 개척한 대표적 선두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비전문가인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이끌고 간다는 점에서 일종의 디벨로퍼와 다름없는 셈이다.한양건설은 현재 울산과 경기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에서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 북구 중산동(376가구), 울산 발리(442가구), 울산 중구 우정동(537가구), 울산 다운용(401가구), 경기 양주시 백석읍(1572가구), 경기 남양주시 금곡동(432가구) 등이다.
이밖에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과 전남 목포 석현도룡에서 각각 515가구, 648가구 규모로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양건설이 지역주택조합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2013년부터다. 당시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접어들면서 일반분양아파트 대신 지역주택조합아파트가 분양시장의 새로운 틈새상품으로 떠올랐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1977년 처음 도입됐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조합을 꾸려 땅을 사들이고 건설사와 공동으로 짓는 아파트를 말한다. 최대 장점은 저렴한 분양가인데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 아파트 분양가보다 10~30% 정도 저렴하게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시세보다 싼 이유는 시행사 없이 사업하는 방식 덕분이다.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조합 자체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시행사에 따로 들어갈 중간이윤과 대출 비용이 없어진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조합원이 부담하는 비용으로 사업을 하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에 따른 금융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부담이 적다.
하지만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대형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이 제대로 안 풀릴 경우 이미지 타격이 상당한 데다 원가절감 부담도 있어 꺼려했고, 중소건설사가 하기에는 시공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양건설은 지역주택조합사업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중견사로서 시공 레코드가 충분했을뿐더러 무차입 경영을 해온 덕분에 원가절감에도 자신이 있었다.
이렇게 진행한 첫 지역주택조합 사업지가 2014년 공급계약을 맺은 ‘울산 호계 1·2차 한양아파트’다. 단독 주택만 드문드문 있던 지역에 20층, 14개 동 규모의 아파트를 지어 분양 흥행에 성공했다. 호계역 일대에 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시작한 즈음부터 외형 역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2010년대 초반 300억~600억원대를 오가던 매출은 2015년 808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주춤한 모습을 보였으나 여전히 1000억원대를 유지 중이다. 2018년 매출로는 1910억원, 지난해는 1570억원을 냈다. 2014년(372억원)과 비교하면 5년간 4배 이상 뛰엇다.
덩치를 키우면서도 2004년 이래 줄곧 무차입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점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역주택조합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꾸리다 보니 PF 차입금 부담이 덜한 측면이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기준 총차입금은 0원, 이자비용은 5900만원으로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다.
한양건설은 지역주택조합사업뿐 아니라 직접 시행을 맡는 자체개발사업 역시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한양건설이 시행사 역할을 한 인천 중구 신흥동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의 경우 현재 분양이 거의 마무리됐다. 올해 초에는 아모레퍼시픽이 매물로 내놓은 성암빌딩 입찰에 뛰어들어 우선협상자 지위를 따내기도 했다. 빌딩을 철거하고 오피스텔로 재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컨소시엄 구성원이었던 모다아울렛 측과 이견이 생긴 탓에 우협 지위를 반납했다. 하지만 성사됐다면 한양건설 자체개발사업으로는 역대 최대규모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라는 평가다. 입찰가격으로 1600억원을 적어냈는데 대지면적이 3252.8㎡인 점을 감안하면 3.3㎡당 1억6000만원을 웃돌았다.
한앙건설 관계자는 "자체개발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해갈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추가로 추진 중인 사업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양건설은 1988년 여산건설로 설립된 이후 2006년 한양주택, 2010년 한양건설로 사명을 바꿔 사업을 이어왔다. 주주구성을 보면 ㈜여산홀딩스가 최대주주로 50.54%, 이우식 한양건설 회장이 30.46%를 보유했다.
㈜한양과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지만 이우식 회장이 ㈜한양 이기승 회장의 친동생이다. 이우식 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한양 지분도 3.25%가량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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