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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케이프 인수한 임태순 대표 노림수는 [오너십 시프트]①주담대 등 325억 차입, 증권업 호황 베팅 분석

박창현 기자공개 2020-09-21 08:20:38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7일 10: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월급쟁이 사장이었던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이사가 승부수를 던졌다. 모기업 '케이프' 인수를 주도하면서 지배구조 최정점에 올라섰다. 하지만 자금력 한계는 분명했다. 결국 빚을 질 수밖에 없었다.

취득한 케이프 주식을 모두 담보로 맡기고 빚을 냈다. 차입 규모만 325억원에 달한다. 전체 투자금액의 8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증권업이 호황을 누리자 '빚투 리스크'를 감내하고 과감한 베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임 대표는 현재 케이프증권 모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케이프' M&A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임 대표 개인 투자회사인 '템퍼스인베스트먼트'가 인수 주체다. 템퍼스인베스트먼트는 현재 기존 최대주주인 김종호 회장과 부인 백선영 씨가 갖고 있는 케이프 경영권 주식 522만주(18.24%)를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적대적 M&A 이슈가 월급쟁이 CEO에게 기회를 열어줬다. 임 대표는 KTB금융그룹 출신으로 M&A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2015년 케이프그룹에 합류했고, 2016년 케이프증권(옛 LIG투자증권) 인수를 주도하면서 대표이사까지 꿰찼다.

올해 초 그룹 지주사격이자 모회사인 케이프가 적대적 M&A 노출되면서 전혀 새로운 상황이 전개됐다. 모나리자와 엘칸토 M&A를 통해 투자 성공 신화를 쓴 김광호 케이에이치아이 회장이 연초부터 케이프 지분을 늘리면서 전운이 맴돌았다. 14%까지 지분을 확보한 김 회장 측은 주주 총회 때 주주 제안 안건을 내놓고 동시에 주주명부 열람 등사를 신청하는 등 경영권 행사 움직임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M&A 전문가인 임 대표가 총대를 메고 지분 결집에 나선 형국이다. 오너인 김종호 회장 입장에서도 믿을 수 있는 경영인이자 우군인 임 대표를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선뜻 경영권 지분을 내놓은 것으로 판단된다.

올 6월부터 진행된 M&A 거래는 8부 능선을 넘어선 상태다. 이달 11일에 1차 계약금과 잔금 등 총 257억원을 지불하면서 주식 337만여주를 취득했다. 현재는 잔여 지분 185만여주를 넘겨 받기 위한 2차 거래가 진행 중이다. 이미 2차 계약금 14억원을 납부했고, 올해 11월 잔금 127억원을 더 내면 거래가 완전히 종결된다.

임 대표는 이번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외부 차입에 의존한 M&A 구조를 짰다. MBO(Management Buyout) 구조 한계 탓에 레버지리를 최대한으로 활용해 인수 전략을 짰다는 평가다.

인수 주체인 템퍼스인베스트먼트는 현재 기존 대주주 보유분과 추가 주식 취득을 위해 총 425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상태다. 이 가운데 자기자금 100억원을 제외한 325억원이 차입금이다. 템퍼스인베스먼트은 직접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외부 차입을 일으켰다.

차입처는 KTB투자증권과 리딩투자증권, 김종호 회장 등이다. 거래 안전판도 존재한다. CB 투자를 유치하면서 케이프 주식 495만여주를 담보로 내놨다. 사실상 취득 주식을 전부 담보로 맡기고 투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임 대표는 기존 대주주로부터 케이프 주식을 주당 7630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3400원 대에 형성돼 있다.

높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케이프증권의 성장성을 보고 과감한 베팅을 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증권사들은 오히려 호황을 맞았다. 바이오와 언택트 종목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주식 매매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케이프증권 역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8.7% 증가하면서 1800억원 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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