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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 관료 출신 행장 시대 다시 열리나 첫 '기재부 출신' 행추위원장 탄생, 수협 내부출신 후보자 견제 조치

손현지 기자공개 2020-09-22 07:51:46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1일 14: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H수협은행장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 위원장에 기획재정부 장관 추천 인사인 김윤석 위원이 선임됐다.

위원장직은 그간 중앙회 추천 인사로 채워졌지만 처음으로 정부발 기재부 추천 인물이 발탁됐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관료출신 행장을 선임하기 위한 정지작업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원장이 뭐길래, 정부부처 vs 수협중앙회 '팽팽'

수협은행은 은행장·감사추천위원회를 비상설기구로 두고 있다. 해당 위원회의 위원장을 기재부 추천 인사가 맡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수협 은행장 선출 당시 행추위 위원장은 박영일 전 수협중앙회 경제사업 대표가 맡았다. 중앙회 측 추천 사외이사인 최판호 씨는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2018년에는 행장과 감사 선출 사유가 발생하지 않아 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되지 않았다.

작년 열렸던 감사위원회의 위원장 역시 중앙회 측 추천 인물이었다. 중앙회는 수협의 감사위원으로 재직 중이었던 서덕모 전 충북도 정무부지사를 행추위원장으로 추천했다. 당시 수협 비상임이사로 활약 중이던 김재만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에게도 위원직을 맡겼다.


하지만 올 들어 처음으로 위원장직에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천한 김 위원장이 선임됐다. 김 위원장은 전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관을 지냈으며 2010년부터 7년여간 광주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으로 활약했다. 무엇보다 광주광역시 경제부 시장으로 재직한 이력을 지니고 있어 경제, 경영, 회계, 법률 등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2019년부터 수협은행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사외이사가 위원장에 선임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위원장에 중앙회 추천 인물이 위원장을 맡다보니 사외이사가 아닌 수협 내부에서 입김이 쎈 전직 조합장이 추천되기 부지기수였다.

위원장이 정부 측 인사로 바뀌게 된 건 이달 초 수협중앙회가 추진한 정관개정이 발단이 됐다. 1차 행추위(11일) 소집 전 중앙회는 행장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연임 조항을 명문화하는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을 제안했다. 이사회 구성원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예금보험공사 추천 이사들은 수협은행에 대한 중앙회의 지배력이 커질 것을 염려해 임기 단축을 반대했다.

또한 행추위 구성 방식을 두고 중앙회와 정부측 위원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정부 측은 중앙회 추천 인물(김석원·김형주) 2인 의결구조를 지적하고 나섰다. 모두 수협 조합장 출신의 비상임이사로 재직 중인 인물로 내부적으로 입지가 두텁다는 판단이었다. 향후 행장 선임시 적지 않은 입김이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실제 2017년 행추위에 참여했던 중앙회 추천 사외이사인 최판호 이사는 배제됐다. 최 이사는 옛 조흥은행 부부장, 신한은행 부산지점장 등을 거친 '외부' 인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앙회가 내부출신 경영인을 선임하기 위한 포석을 깔아둔 셈"이라며 "이에 대해 정부 측에서도 만만치 않게 방어를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 위원들은 정관개정에 찬성하는 대신 위원장직을 내달라고 제안했다. 수협중앙회 위원들이 이를 반대하며 1차 행추위는 결국 파행됐다. 다만 행장 선임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중앙회로선 한 발 물러났다.

정관개정 찬성의 댓가로 위원장을 정부 측에 내주기로 했다. 김윤석 위원장을 필두로 김석원(중앙회)·김형주(중앙회)·김종실(해양수산부)·양동선(금융위원회) 등 총 5명 구축을 완료했다.

행추위 위원장은 행추위 개최 일정 조율 등을 담당한다. 대외적으로 행추위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의결권한은 나머지 4명의 위원들과 동일하더라도 사실상 행추위 개최여부 결정권은 위원장에 달려 있다. 만일 정부 측 입맛에 맞는 후보자가 공모 명단에 없을 경우 위원장 권한으로 재공모쪽으로 유도할 수 있는 셈이다.

◇'기재부' 출신 위원장, 관료출신 행장 선임 가능성 '솔솔'

수협은행 안팎에선 기재부 측 위원장 선임이 '관료출신' 은행장 복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역대 행장들은 대부분 기획재정부나 예금보험공사 출신이었다. 이원태 전 행장의 경우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금융위와 기재부 세제실에서 잔뼈가 굵기로 유명했다.

2017년 초 이 전 행장의 임기가 만료될 쯤엔 상황이 달라졌다. 2016년 수협은행이 54년 만에 중앙회로부터 떨어져 나와 독립 법인을 꾸린 뒤 이뤄지는 첫 인선인 만큼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노조에서도 외부 인사 출신 영입에 반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후임자 선임 과정에서 중앙회와 정부 간 불협화음이 있었다. 정부 측 행추위원들은 내부 출신 은행장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 수협은행을 변화시키는 데 부족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반대로 수협중앙회 측 행추위원들은 내부 출신보다 수협은행을 잘 이끌 외부출신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1차 공모 후보자 리스트에는 내부출신인 강명석 상임감사와 김효상 전 외환은행 여신본부장(CCO) 등 대내외 후보 다수가 이름을 올렸는데 표심이 갈렸다. 결국 은행장 내부출신에 대한 격론이 이어지면서 은행장 선임 절차가 본래 일정보다 6개월 가량 지연됐다.

뒤를 이은 이동빈 행장은 첫 민간출신 행장이었다. 내부승진도 관료 출신도 아닌 제3의 경우였다. 정부와 중앙회 양측의 접점에 놓인 인물이었다. 팽팽한 기싸움끝에 얻어낸 타협점이기도 했다. 이 행장은 옛 한국상업은행에 처음 입행해 우리은행에서 수 년간 영업본부, 검사부, 기업금융, 여신 등 굵직한 업무를 두루 경험한 케이스다.

올해 수협은행장 선출 과정도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일단 행추위 구성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3차 행추위 일정은 미정 상태다. 오늘부터 5일간 공개모집을 통해 접수된 후보자 수를 고려해 개최한다.

의결구조를 개편하지 않는 한 3년 전 사태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단 관측도 있다. 현재 수협은행은 행추위원 5인 중 4인 이상이 동의해야 행장을 선임할 수 있는데 관료와 내부 인사에 대한 표심이 3대 2로 갈린다는 점이다. 현재 구성으로는 의견 일치가 쉽지 않은 구조다.

수협은행 내부 CEO승계프로그램을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수협은행 미래창조실에서 CEO승계업무 지원업무를 보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의 입김이 더 강하다는 분석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물론 과거 6개월 공백 사태를 반면교사 삼겠지만 내부 규범이나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이 받쳐주지 않는 상태"라며 "초반 행추위 분위기로는 쉽게 의견이 일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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