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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엠트론의 EV 배터리 업계 '나비효과'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0-11-02 08:19:19

이 기사는 2020년 10월 30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 5개사와 9000여개에 달하는 부품업체는 구조적으로 공동 운명체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셀 업체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와 핵심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분석하는 기획을 시작했다. 소재 기업을 살펴보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과 동박업체인 SK넥실리스(옛 KCFT)가 모두 LS엠트론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포스코케미칼 전신인 포스코켐텍이 2차 음극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LS엠트론(옛 카보닉스)과 관련 자산 및 인력에 대한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10년 9월이다. 거래 규모가 35억1000만원 수준의 마이크로 딜이어서 당시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다. 포스코켐텍이 당시 인수한 음극재 사업 관련 인력은 14명에 불과했다.

포스코케미칼은 LS엠트론 음극재 사업 인수에 이어 지난해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EMS와 합병하면서 음·양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국내 유일 소재업체로 등극했다.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본부는 상반기에만 음·양극재로 181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체 매출의 4분의 1 가량이다.

SK그룹으로 편입된 SK넥실리스도 LS엠트론의 동박 사업부가 전신이다. LS엠트론은 2018년 동박사업부를 사모펀드 KKR에 3000억원에 매각했는데, KKR은 이를 SKC에 1조2000억원에 되팔았다. 2년 새 기업가치가 4배로 뛰었다.

LS엠트론이 매각한 음극재 및 동박사업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소위 '잭팟'을 터트린 셈이다. 2차전지 소재사업은 이전부터 높은 성장성으로 주목받았지만 눈에 보이는 실적으로 가시화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성장성이 큰 업종에 주목하면서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BBIG' 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게 불과 몇 개월 전이다.

LS엠트론의 아쉬운 M&A 비화를 이야기 하려는건 아니다. LS는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한 방계그룹이다. LS엠트론이 영위하던 동박사업도 계열분리 이전까지는 LG금속에 속했다. 이런 인연으로 LS엠트론이 음극재 및 동박사업을 영위하던 시절에는 LG화학 등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했다. 다만 최근 M&A를 통해 주인이 바뀌면서 시장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관련업계는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소송 중인 LG화학이 SK넥실리스로부터 공급받는 동박 물량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신 경쟁사인 일진머티리얼즈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두산솔루스를 인수한 스카이레이크는 이같은 동박 매출처 경쟁 심리를 감안해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는 롯데그룹(롯데정밀화학)과 손을 잡았다. 동박 시장에서 불꽃 튀는 3파전이 예고됐다.

원래 내화물(철강 및 시멘트 사업의 공업용 소재) 사업이 주력이던 포스코케미칼은 LS엠트론과의 M&A를 계기로 음·양극재 사업을 통해 포트폴리오가 바뀌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케미칼을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에 올라탄다는 구상이다. 모두 LS엠트론이 매각한 2차전지 소재 사업이 일으킨 나비효과다.

배터리 셀 업체와 핵심소재 기업 간 '합종연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기차 시장이 계속 성장하면서 이합집산 현상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는 계속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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