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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 언택트]하나은행 하노이지점, 시스템 경영 성과 빛났다⑥함진식 지점장, 환리스크 대응력·기업여신심사 능력 키운 일등공신

손현지 기자공개 2020-11-12 07:51:28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 등에 주력하는 3.0 시기에 들어서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 등에 맞춰 드라이브를 보다 걸던 단계다. 이런 가운데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국면을 맞이했다. 생존과 확장을 위해서는 '언택트(비대면)' 전략이 필수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이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그 변화를 언택트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5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스템 경영. 하노이 지점 경영방침을 한 마디로 표현한 단어다. 체계적인 조직관리와 효율적인 영업제도를 정착시켜 무한 성장동력을 이끌어내겠다는 게 현지 임원진들의 각오다. 함진식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장(사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함 지점장은 그야말로 '베트남 베테랑'으로 통한다. 입행 후 무려 3번이나 베트남에 발령받았다. 2004년 차장 시절 하노이 지점을 처음 경험한 뒤 줄곧 국내와 하노이를 번갈아 가며 근무했다. 국내에선 글로벌 감사 업무와 기업금융지점(RM) 등 본점과 현장영업을 두루 경험했다.


2018년 3번째 하노이 발령땐 지점장으로 왔다. 그는 부임 뒤 '시스템 체계 정비'에 주력했다.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의 역사가 짧지 않지만 아직까지 시스템화는 덜 됐다는 판단이었다.

하노이 지점 업력은 23년에 달한다. 지난 1994년 사무소 체제로 개설해 4년 뒤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은행영업 허가를 취득해 지점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그간 한국계 기업들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대출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쳐 영업력은 다소 떨어졌다.

그는 "해외영업점은 국가별, 점포별로 각기 다른 특수성이 존재한다"며 "주재원과 현지직원들이 함께 근무하면서 발생하는 변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함 지점장은 부임 후 이러한 생각과 목표들을 가장 먼저 현지 직원들과 공유했다.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지속성장을 염두에 두고 현지 사정에 맞는 루틴한 시스템을 마련해나갔다. 지난 10여년 간 베트남에서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총동원했다.


그의 말처럼 실제 베트남 금융시장은 국내와 또 다른 다양한 리스크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환율 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투자할 당시에는 달러 대비 원화가 1100원이었고 20년 후 엑시트(회수)할 때는 환율 하락으로 원화가치가 상승한다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환리스크를 어떻게 헤지하고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냐에 투자 성패가 달린 셈이다. 베트남은 만기가 1년 넘어가는 파생상품은 유동성이 소실된 상품으로 간주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만큼 환헤지 시장이 발달돼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함 지점장은 국내 본점에서 트레이딩 업무를 보는 딜러를 데려왔다. 이런 결정에는 베트남 파생상품(FX) 선진화를 이끌겠다는 의도가 내재돼 있다. 본점의 파생상품 역량을 베트남 지점에도 이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얼핏보면 부동산·인프라 금융과 파생상품 역량 강화는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환율리스크를 감안하면 20~30년 장기 프로젝트인 인프라금융에 가장 필요한 조치다. 장기 투자자 특성상 미완성된 이머징 마켓에 진입하기 꺼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프라금융 업무 비중이 높은 베트남 시장에서 환리스크가 미치는 파장은 상당하다.

이러한 발상을 GTTN(Global Treasury&Trading Network)이라는 제도로 시스템화했다. 본점 직원을 현지에 파견 근무하는 행태를 안착시켜 장기적으로 자금·트레이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또 자체적인 FX거래 익스포저(Exposure) 한도를 설정해 안정적으로 환관리를 하고 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은 최근 2년간 외국인직접투자(FDI) 자금 FX거래를 성사시키며 현지 인지도를 제고했다. 한국계 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거래량 상위 20대 은행에 랭킹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나은행 하노이 지점 내부 모습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조달 여건도 체계적으로 갖췄다. 최근에는 BIDV와 협력해 유동성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기도 했다. 아울러 재무적투자자(FI)들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유리한 조건의 크레딧 라인(Credit Line)을 보유 중이다.

함 지점장은 "국내 본점의 전폭적인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다"며 "타 지점에 비해 필요시 갑기금에 대한 증액, 본점 자금 부서를 통한 자금지원 등이 원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약 2년 전부터는 투자금융(IB)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베트남은 연 6%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FDI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국가다. 이런 곳에서 부동산·인프라 투자는 필수적이다. 아울러 항만, 공항, 도로 등은 민간투자와 금융 지원이 뒷받침돼야 구축이 가능하다.

효율적인 기업 심사를 위한 자체 신용대출 평가모형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베트남은 아직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받지 않아 재무제표를 온전히 신뢰하기 힘들다.

하나은행은 작년 상반기부터 본점에서 온 여신심사역이 직접 현장기업들을 방문하며 평가모형 체계를 만들었다. 현지 거래 기업의 경우 톱티어급 대기업에 국한돼 있지만 중소기업까지 거래를 넓혀가는 게 앞으로의 목표다.

하노이지점은 BIDV와의 협업 성과도 내고 있다. 올해 550억원 상당의 베트남 국영기업의 신디케이트론을 주선했다. 농협은행 등 한국계은행 3곳과 대만 및 베트남은행 각 1곳씩을 참여시켰다.

BIDV와 파트너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노이 지점은 외국계은행 지점인 만큼 현지 담보를 취득하고 관리, 처분에 있어 불리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BIDV를 담보관리은행으로 지정하면서 애로사항을 극복할 수 있었다. BIDV의 현지 공신력을 토대로 딜 클로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셈이다.

함 지점장은 "순이자마진(NIM)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LNG 복합화력 등 발전사업을 통한 수익창출을 추구하고 있다"며 "한국계 투자자들의 대규모 베트남 간접투자와 관련해서도 커스터디 서비스(Custody Service), FX헤지(FX Hedge), 방카슈랑스 업무 등 수익 다변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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