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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모펀드 탈출구는]정부 가이드라인 부재, PBS 감시시스템 '우왕좌왕'⑧가이드라인 제시로 감시범위 명확히 해야…월별 모니터링 결과보고 등 유예기간 주장도

이민호 기자공개 2020-11-06 13:11:56

[편집자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끊이질 않는 악재로 사모펀드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렸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대체투자 상품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산업자본과 투자자금의 연결고리로서 사모펀드는 버릴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에 더벨은 사모펀드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생존 및 공존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4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사업자가 사모펀드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실시간 감시의무를 부여받았지만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전산시스템 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사모펀드는 자산유형, 편입비중, 레버리지비율 등 운용기준이 명확한 공모펀드와 달리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감시범위를 가이드라인으로 우선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스템 개발부터 구축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시스템 도입 이전까지 실시간이 아닌 일정 기간마다 감시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자는 절충안도 제기된다.

◇PBS 사모펀드 위법·부당행위 감시의무 부과…자본시장법 개정 속도

금융당국이 지난 4월 내놓은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최종안’에는 PBS 사업자의 일반투자자 대상 사모펀드에 대한 관리·감시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운용지시를 실행하는 PBS 사업자가 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를 1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다 레버리지 제공에도 리스크관리 등 견제기능은 미흡하다고 봤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공모펀드 수탁기관에만 운용상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사모펀드 수탁기관에는 이 감시의무가 없다. 사모펀드 수탁기관은 펀드재산 평가의 공정성 등 일부 사항에 대한 확인의무만 부여받고 있다. 향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에 대한 위법·부당행위 감시도 공모펀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먼저 큰 틀에서 PBS 사업자는 펀드운용에서의 법령·규약·투자설명자료 위반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총수익스와프(TRS)와 신용공여 등으로 제공한 레버리지에 대한 리스크관리 의무도 부여된다. 신탁업자인 PBS 사업자는 수탁은행에 수탁업무를 대부분 재위탁하고 있는데 이 경우 감시의무는 PBS 사업자가 가진다.

◇감시시스템 구축 시간 필요…’운용자율’ 사모펀드 전산화 한계

국내 6개 PBS 사업자는 사모펀드 감시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산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과 증권사가 이용하고 있는 수탁시스템 소프트웨어는 파이낸셜데이타시스템(FDS)이라는 국내기업이 시장지배자력을 가지고 공급하고 있다. 각 수탁사 내부 시스템과 연계해 데이터를 누적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IT 플랫폼이다. 시스템 개발과 통합뿐 아니라 유지보수까지 담당하고 있다.

PBS 사업자들은 새로운 전산시스템 구축에 일정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각 금융사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FDS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가늠해보면 사모펀드 감시기능 업그레이드도 1년에서 1년 6개월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요될 예상비용도 100억원 수준으로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사모펀드 특성상 운용기준을 전산화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현재 시스템으로 실시간 감시가 상당 부분 가능한 공모펀드는 사모펀드와 달리 투자자산 유형, 자산별 투자비중, 파생상품 편입제한 비중, 레버리지비율 등 운용기준이 명확하다. 이 기준을 전산화해두면 오차가 발생할 경우 실시간 알람이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돼있다.

반면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높은 수준의 운용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편입자산 유형을 제시하더라도 편입불가 자산유형이나 구체적인 투자비중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레버리지비율도 400%까지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늘어나고 있는 역외펀드, 특수목적법인(SPC), 투자조합 등에 대한 재간접 투자구조 상품은 수익증권 형태의 자산만 편입되기 때문에 가장 앞단의 피투자펀드에서의 운용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내기 쉽지 않다.

감시 가이드라인 마련 급선무…유예기간 부여 목소리도

이 때문에 PBS 사업자들은 사모펀드 감시시스템을 구축할 충분한 시간과 함께 감시범위를 명확화한 가이드라인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점진적인 규제 적용을 주장하고 있는 이유다. 현재 4월 제도개선안으로 큰 틀에서의 방향은 제시됐다. 하지만 감시의무 부과에 필요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가이드라인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이유는 감시시스템 개발이 실제 가능한지, 어느 수준까지 개발해야 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등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일련의 의사결정이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법규 등 국내 시장상황과의 최적화 문제로 해외 수탁시스템을 국내로 그대로 들여오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규제 도입 초기 실시간이 아닌 매월말 등 일정 기간마다 감시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더라도 시스템 구축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유예기간을 두자는 의미다.

PBS 사업자들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더라도 신탁계약서와의 대조나 코스닥벤처펀드 요건 등에서는 수기로 일정 부분 감시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마저도 레버리지 위험평가액 산출 등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감시시스템 개발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전산시스템이 마련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수기로 감시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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