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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원뱅크 통합 진통]코로나19에 흔들리는 부울경 '합쳐야 산다'②NIM 악화·DT 가속화, 지방은행 특수성 '옛말'…규모의 경제 필요성

이장준 기자공개 2020-11-06 12:00:00

[편집자주]

부·울·경을 아우르는 대형 지방은행이 탄생할 수 있을까. BNK금융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통합 논의에 돌입했다. 이는 곧 '생존'과 맞물린 문제다. 코로나19로 지역 경기가 휘청이고 디지털전환(DT)이 가속화하면서 지방은행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환경 속에 거대 은행으로 재출범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안팎의 반발이 만만찮다. 양행 통합론의 속사정과 걸림돌은 무엇인지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5일 13: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통합론을 꺼낸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그 여파로 부산과 울산, 경남(부·울·경) 지역에 뿌리를 둔 조선, 해운 등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해 BNK금융도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권에 비대면(Untact) 문화가 가속화하면서 지방은행의 존립 명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결국 '원 뱅크' 추진의 핵심은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비용 절감과 위기대응능력을 보다 확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고 버틸 기초체력을 키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發 동남권 타격, 부산·경남은행 순익 '뚝'

BNK금융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47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5% 하락했다. 같은 기간 DGB금융 순이익은 1.5% 증가한 2763억원을 기록했다. JB금융의 경우 1년 전보다 1.3% 증가한 298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주요 지방금융사 가운데 BNK금융만이 1년 전보다 역성장했다는 의미다.


비은행 부문은 선방했다. BNK저축은행(-3.2%)을 제외한 BNK금융 비은행 계열사들은 모두 1년 전보다 많은 순이익을 냈다. 이에 따라 BNK금융 연결기준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새 15.7%에서 22.8%로 늘었다.

그 이면에는 두 은행의 실적 추락이 있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1년 새 각각 27.6%, 8.9%씩 순이익이 감소했다. 두 은행의 순이익 합은 1년 새 5185억원에서 4058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방은행 특성상 지역 경기와 실적이 맞물릴 수밖에 없다. BNK금융이 둥지를 튼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은 대한민국 인구의 15.3%에 달하는 792만명이 자리 잡은 광역 경제권이다. 작년 말 기준 수출과 수입액은 각각 1228억달러, 679억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동남권 기업들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제조업 생산은 IMF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 이래로 최대 감소 폭(-10.5%)을 기록했다. 부산(-6.2%), 울산(-10.5%), 경남(-8%) 등 모든 지역의 생산량이 줄었다.

동남권의 주력 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는 올 상반기 생산량이 1년 전보다 19.9% 감소했다. 기계와 철강 생산량도 같은 기간 각각 7.8%, 5.2%씩 줄어들었다. 단순 생산뿐 아니라 수출, 고용, 부동산, 소비 전 측면에서 1년 전보다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출처=2020년 상반기 동남권 경제리뷰(BNK금융경영연구소 자료)

지역에 기반을 둔 은행이라는 명분도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은행 언택트 업무의 확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신규 신용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온라인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고객도 지방은행에 기대지 않고 조금이라도 수신금리를 높게 주는 곳을 온라인에서 찾아다닌 지 오래다. 코로나19가 디지털전환에 불을 붙이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지역에서 나름 큰 역할을 해왔지만 업무 대다수가 모바일로 넘어가며 옛날만 못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과거 롤모델로 삼은 일본에서도 강력한 지역 연고주의를 바탕으로 한 지방은행들이 휘청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달비용 경감, 경영 효율성에 긍정적…'통합 시너지 의문' 시각도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대 마진으로 먹고 산다. 기준금리가 최근 몇 년 새 지속해서 낮아지면서 은행의 먹거리는 꾸준히 줄어왔다. 대형 시중은행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규모의 경제와 높은 인지도를 통해 수월하게 수신을 확보하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지방은행 우위에 서 있다.

은행채를 통해 조달할 때도 유리하다.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은 AAA로 부산은행(AA+)과 경남은행(AA+) 등 지방은행보다 한 노치(notch) 높게 형성돼있다. 결국 은행업의 NIM 경쟁에서 지방은행은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합치면 단순히 IT 측면 외에 조달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선 관계자는 "덩치를 키워야 '박리다매'도 가능하다"며 "지주 차원에서 경영 효율성을 고려할 때 내부 두 은행의 통합을 고민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양사를 합쳤을 때 기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다른 두 은행을 합쳐 하나로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지주 차원에서 관리할 때는 이점이 있겠지만 영업권역이나 사업 포트폴리오가 유사해 실질적인 시너지가 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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