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현금부자 분석]'사옥 매각·CB 발행' 파커스, 부동산 투자 확대현금성자산 활용 주식·벤처 이어 신규 진출, 영업적자에도 순이익 달성 '성과'
방글아 기자공개 2020-12-21 08:59:25
[편집자주]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내 증시가 '역대급 호황'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연달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으며, 그간 외면받았던 코스닥 시장에도 풍부한 자금이 물려 온기가 돌고 있다. 이런 투자심리 변화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유연한 대처를 가능케 한 기업의 불확실성 대응 능력이 꼽힌다. 더벨은 이같은 기업 경쟁력의 주요 잣대가 된 현금 유동성을 중심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사업과 재무, 거버넌스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5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합 프린터 부품 및 LED·조명 업체 '파커스(옛 대진디엠피)'가 풍부한 유동자금을 바탕으로 주식과 벤처펀드에 이어 최근 부동산 투자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2017년 사업 다각화 재원 마련을 위해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사옥을 매각했던 파커스는 잉여 재원을 단타성으로 운용해 오다 최근 중장기 관점의 투자로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이런 투자 전략 변화는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파커스의 수익 경영에 실질적 보탬이 되고 있다. 영업활동에선 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 당기손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파커스는 1970년 3월 설립된 대진산업사를 모태로 하는 부품 제조사다. 200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420억원대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 현금성자산과 단기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인 금융자산만 시총의 절반을 넘는 알짜 현금부자 업체다. 1년 이후 회수할 금융자산(57억원)까지 포함하면 311억원에 달해 시총의 70%에 육박한다.
파커스가 환금성 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건 오너 2세인 박창식 대표가 선친의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받아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창업주 박천두 전 대표로부터 경영 전권을 물려받은 박 대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우회로를 택해 부채를 늘리는 것을 피해 왔다.
이는 2017년 사업구조 재편에도 그대로 이어졌고 이후 자금 운용에 변화를 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박 대표는 주력 사업부문인 프린터 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7년 하반기 삼성전자에서 분사해 나온 '한국아코디스'의 중국법인(위해아커디스전자)과 인탑스의 자회사 '대해전자'를 인수를 결정했다. 그리고 인수 자금은 2·3회차 CB(160억원)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사옥 매각(107억원가량)을 통해 마련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인수자금 규모다. 불확실성에 보수적으로 대응한 경영 기조에 따라 자금을 넉넉히 마련한 것. 한국아코디스와 대해전자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데 104억원을 투자했다. 각각 53억원, 51억원씩이다. 이 때문에 인수대금을 지불하고도 163억원가량 남았다.
파커스는 잉여 재원으로 2018년부터 단타성 투자에 나섰다. 주로 회수가 용이한 주식 중심으로 투자해 영업외적 이윤 창출을 도모했다. 이에 2017년 32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관련 자산 규모가 1년만에 약 6배가량 늘었다. 제넥신과 케미칼에너지투자자문, HK시니어60, NH호주매출채권DLS 등에 60억원, 7개 벤처펀드 출자금으로 124억원을 사용했다.
이 자금은 당초 단기 운용 계획에 따라 올해 들어 상당부분 회수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약 70억원가량의 회수가 이뤄졌다. 그 결과, 작년 140억원 규모로 줄었던 현금성자산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50억원 수준으로 회복됐다.
파커스는 올해 들어 단타성 투자를 넘어 중장기 싸이클을 타는 부동산 투자영역으로 확대했다. 회수금에 잉여 재원을 보태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토지 및 건물 매입에 410억원을 썼다. 이번에는 단순 사옥으로 활용해 임차료 유출을 막는 것을 넘어 임대수익을 꾀하고 나섰다.
이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파커스에 실질적 보탬이 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61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2% 감소했고, 영업적자(7억원)도 이어졌지만 순이익 24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금융수익과 기타수익이 증가한 덕분이다. 영업활동보다 재무·투자활동에서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엔 2017년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인수한 사업들이 자리를 잡지 못한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프린터용 고무부품 위주에서 현상기, 서브 어셈블리 부품 등으로 매출을 다변화했지만 적자가 나고 있는 탓이다.
한편 파커스는 2018년 '1000억원 매출' 달성 등 매출 성장세를 보이지만 높은 원가로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안정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영업활동과 관계된 투자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현금 유출을 수반하지 않는 안정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월 홍콩 소재 대진DPS를 파커스메가팩토리에 넘겼고, 지난달 위해DJ코어일렉트로닉을 위해아커디스전자에 흡수합병시켜 경영 효율화를 꾀했다. 파커스메가팩토리 신규 투자 시 100억원가량 소요될 예정이었지만 대진DPS에 현물출자돼 있는 자금으로 이를 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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