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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한화]이사 임기 '2년'으로…경영 시계 '빨라진' 배경은②김승연 회장 공백 속 전문경영인 부담↑…사외이사 규제 '선제적 대응' 효과

박상희 기자공개 2020-12-24 13:37:27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1일 15:1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상장 계열사는 2016년 3월 주총에서 이사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정관을 일제히 통과시켰다. 연임 임기도 2년으로 변경했다. 이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 공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회장이 2014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이사회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교체 타이밍을 단축한 것이다.

실제 정관 변경 이후 선임된 이사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사내이사는 3명뿐인데 이마저도 2명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임했다. 임기 단축은 사외이사에도 예외 없이 적용됐는데, 정관 변경 이후 선임된 인물 가운데 연임한 이는 1명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이 적용됐음을 감안하면 4년 먼저 선제적으로 사외이사 임기에 제동을 건 셈이다.

◇김승연 회장 등기이사 사임 2년 만에 이사 임기 '3→2년' 단축

현재 상법에 따른 임원 임기는 3년이다. ㈜한화 역시 정관 31조에 따르면 이사의 임기는 취임 후 3년 내의 최종의 결산기에 관한 정기주주총회 종결 시까지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이사 임기는 2016년 3월 정관 변경을 통해 취임 후 2년 내의 최종의 결산기에 관한 정기주주총회 종결 시까지로 바뀌었다. 이사의 연임 시 임기도 동일하게 2년으로 정했다. 이사의 임기가 3년에서 2년으로 단축됐고, 연임할 경우 임기도 2년으로 단축됐다.

당시 ㈜한화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이사진 운영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이사의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것이라고 정관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이사 임기 단축에 나선건 ㈜한화뿐만이 아니었다. 한화그룹 상장 계열사 대부분이 이사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한화 관계자는 "임기 단축은 책임 경영 차원의 일환"이라면서 "주어진 임기 안에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같은 임기 단축 변화가 김 회장 경영 공백 상태를 감안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가 확정된 지 일주일 만에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7개 회사의 대표이사에서 모두 물러났다.

정관 변경을 통한 이사 임기 단축은 김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지 약 2년 만에 찾아온 급작스런 변화였다. 총수가 이사회 활동에 장기간 참여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이사 임기를 단축해 주요 경영진에 경각심을 주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화는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화학·방산·기계·무역부문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도 하다. 김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각자 대표이사가 번갈아가며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특정 인물에게 과도한 힘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의 이같은 관행은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금춘수 부회장이 사내이사에 합류하기 이전까지 계속됐다.

2016년 정관 변경 이후 최초 선임된 ㈜한화 사내이사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인물은 많지 않다. 이태종 방산부문 대표와 이민석 무역부문 대표가 각각 2018년 2019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했다. 2018년 3월 선임된 옥경석 사장(화약·방산·기계부문 대표이사)가 올해 연임에 성공했으나 임기를 채울지는 알 수 없다.

㈜한화 관계자는 "2016년 정관 변경 이전에 선임된 사내이사 가운데 김연철 대표와 최양수 대표는 연임됐다"고 말했다. 다만 두 사외이사는 연임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했다.

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 연임 횟수 제한은 없다. 기본 2년씩 얼마든지 연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정관 변경 이후 연임에 성공한 인물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 경영인 재직 기한은 사실상 2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처음으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금춘수 부회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된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5년 이상 장기 재직자 사라져…정관 변경 후 선임 사외이사 연임 '1명'

이사 임기 단축은 사내이사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사외이사 임기도 기본 2년이 됐다. 5년 이상 장수 사외이사가 기존 ㈜한화의 이사회 구성을 감안하면 대변화였다.

더욱이 사외이사 연임을 규제한 상법 시행령이 올해부터 적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의 이같은 조치는 선제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올 2월부터 시행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사외이사 재직 연한 신설이다. 상장회사에서 6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계열회사까지 더해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재직한 자는 더 이상 같은 회사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다. 사외이사 재직 연한 규정은 시행령 시행 이후 선임하는 사외이사부터 적용된다.

상법에 따르면 사외이사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못하며, 회사는 사외이사 임기(1년·2년년 등)를 정관에 규정한다. 다만 상법은 이사의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일정 기간 연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두고 있었다. 연임에 제한이 없었던 사외이사 임기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전까진 상장 법인에선 딱히 규정이 없어 10년 이상 장수하는 사외이사가 많았다. ㈜한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한화엔 5년 이상 장기 재직자가 많았다. 빙그레 대표이사를 지낸 오재덕 감사위원(사외이사)은 2013년 말 기준 7년 9개월째 장기 재직하고 있었는데 그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였다. 총 임기를 감안하면 10년 가까이 재직한 셈이다.

2014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가 많았는데 2008년 3월 선임된 국방부 출신 최동진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같은 시기 선임된 김수기 감사위원도 3년 임기에 연임에 성공해서 2014년 3월까지 총 6년 재직했다. 정진호 사외이사는 2013년 말 기준 5년 3개월 간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 3년에 한번 연임으로 거쳐 총 6년을 재직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다. 그러던 것이 2016년 정관 변경 이후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이는 단 한명에 그치고 있다. 2016년 3월 선임된 김창록 사외이사가 한 차례 연임을 거쳐 2020년 3월까지 재직했다.

㈜한화 관계자는 "정관 변경 이전에 선임된 황의돈, 강석훈 사외이사도 연임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들 사외이사는 2019년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를 비롯한 한화그룹 계열사가 이사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 것은 사실상 사내이사를 겨냥한 조치였다"면서 "사외이사 임기도 덩달아 2년으로 단축되면서 과거의 장기근속 관습을 끊어냄과 동시에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조하는 최근 추세에도 부합하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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