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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탄소중립' 리딩컴퍼니되나 2위 도약 이후 적극적 행보…SK에너지 제치고 '친환경' 타이틀 1위?

박상희 기자공개 2021-01-06 12:38:55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4일 15: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 인수로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선 현대오일뱅크가 '2050 탄소중립' 선언 관련 정유업계 리딩 컴퍼니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탄소배출량 목표 감축치를 제시했던 현대오일뱅크는 올 하반기 석유정제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와 부산물로 탄산칼슘을 제조하는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

그동안 탄소를 저감하는 기술이나 포집·저장하는 기술은 계속해서 개발돼 왔지만 이를 상용화 하는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업계 최초다. 현대오일뱅크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SK이노베이션 100% 자회사)의 SK그룹 내 위상이 예전 같지 않으면서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조되면서 더욱 주목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정유업계 최초로 탄산칼슘 제조기술 상용화에 나선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4일 "탈산칼슘 제조 기술 상용화 매출 규모가 몇천억원에 이르는 사이즈는 아니다"면서도 "탄소 저감 및 포집 활용 기술을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5월 태경비케이와 탄산칼슘 제조기술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태경비케이는 국내 대표 석회제조사로 온실가스를 활용한 탄산칼슘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석유정제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탄산칼슘을 제조하는 친환경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하기 위해 MOU를 체결했다. 탄산칼슘은 시멘트 등 건축자재와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의 원료로 폭넓게 사용되는 기초 소재다.

이번 사업모델은 온실가스 저감에서 더 나아가 이를 고부가가치 제품 원료로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다. 이를 통한 예상 감축량은 연간 54만톤에 이른다. 상용화가 완료되는 2030년부터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개선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는 한국화학연구원 등과도 탄소 관련 기술 상용화를 협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은 많지만 실제 상용화 할 수 있는지 여부,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 저감, 포집, 저장 등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힘쓰던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8월 급기야 '탄소중립 그린성장'을 선언했다. 탄소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 2050년에는 지난해 대비 약 70% 수준으로 억제할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2019년 678만톤에 달했던 탄소배출량을 2050년 499만톤으로 줄일 계획이다. 목표 저감량 179만톤은 소나무 1270만 그루를 새로 심어야 정화할 수 있는 양이다. 정유, 석유화학사 가운데 일반적인 '탄소중립 성장' 대신 미래 탄소배출량을 현재 수준보다 대폭 줄이는 친환경 성장 전략을 공표한 곳은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PC 프로젝트를 비롯해 필연적으로 탄소 배출을 수반하는 시설 규모는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업계에서 처음으로 제적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자회사 현대케미칼은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신사업 HPC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에 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의 '탄소중립 그린성장'은 정부가 지난달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빛이 바랬다.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배출량-흡수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발맞추려면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더 감소시켜야 하는데 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오일뱅크의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은 업계에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탄소 배출 주범으로 몰렸던 정유·화학기업이 노력을 통해 친환경 업체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공장 운영도 친환경 방식으로 전환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024년까지 현재 보유 중인 3기의 중유보일러를 LNG보일러로 교체한다. 한전 등 외부에서 공급받는 전력도 2050년까지 전량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대체해 연간 총 108만톤의 탄소배출을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공정을 최적화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고 해외온실가스 감축 사업에도 투자, 추가 배출권도 확보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창사 이래 첫 ESG 채권(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 투자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도 발행한다. 지난해 탄소 중립 그린 성장 전략 발표에 이은 친환경 경영 행보다. 올해 첫 회사채를 녹색 채권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규모는 최대 4000억 원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의 이같은 움직임은 업계 2위 도약과 맞물려 더 주목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SK네트웍스 주유소 300여 개의 운영권을 인수해 영업을 시작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한화에너지플라자 주유소 1100여 개의 운영권을 인수해 업계 3위로 올라선지 20여 년 만에 다시 한 단계 도약하게 됐다. 인수 후 현대오일뱅크의 전국 주유소는 2500여 개로 SK에너지 (3100여 개) 다음으로 많다. GS칼텍스는 2352개, 에쓰오일은 2162개다.

시장 1위는 SK에너지가 압도적이지만 최근 SK그룹 내 입지가 약화되면서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지난해 저유가 충격 속에 SK에너지는 1분기에만 조 단위 손실을 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면서 정유·석유화학 업계 위상도 예전같지 않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분기 정유4사 가운데 나홀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3분기까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정유업계 가운데 유일하다. SK그룹이 반도체, 통신 등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된데 반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과 정유화학이 주축이다.

업계 관계자는 "20년 만에 업계 2위로 올라선 현대오일뱅크가 '탄소 중립' 관련 업계에서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업계 1위는 물론 정유 4사를 통틀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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