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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안방보험 소송, 프로세스 '뉴노멀'도 주목 예상밖 반년만에 결론…적전지 델라웨어 선택 주효

한희연 기자공개 2021-01-14 08:07:08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3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1년간 전세계가 팬데믹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송무 분야에서도 '뉴노멀'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있었던 미래에셋그룹(미래에셋)이 미국 호텔 인수를 둘러싸고 안방그룹과 벌인 소송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화상으로 이뤄지며 송무 프로세스의 뉴노멀을 실감케했다는 평가다.

이번 소송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국가간 이동에 제약이 있었던 중에서도 6개월만에 빠른 결론이 내려져 법조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딜 규모가 7조원에 달하는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판결이 가능했던 것은 효율성의 대명사인 델라웨어 법원의 프로세스와 원활한 버츄얼(Virtual) 방식의 활용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래에셋과 안방그룹의 법정공방은 지난해 4월말 시작했다. 미래에셋이 인수하기로 한 15개 호텔에 대해 안방보험이 계약 이행완료 요구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미래에셋은 2019년 9월 안방보험 소유의 15개 호텔은 58억 달러를 인수하기로 했고 딜 종료 시점을 2020년 4월로 잡아뒀다.

하지만 매각측의 거래 선결조건 미이행을 이유로 거래를 완료하지 않았고 안방보험은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거래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먼저 제기했다. 미래에셋은 안방보험이 거래 선결조건인 현지 소송 진행건을 해결하지 않았다며 맞소송을 제기, 양측의 법정공방은 시작됐다.

거래규모가 7조원에 달할 정도로 큰 딜이었기 때문에 첨예한 대립이 예고되며 소송전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5월 반소제기를 시작으로 6개월간 집중적으로 소송 절차가 진행됐고 11월 30일 미래에셋의 전부 승소 내용으로 1심 판결이 나왔다. 조 단위 딜에서 소송건이 벌어졌을 때 걸리는 통상적인 시간에 비해 굉장히 짧은 기간내 모든 프로세스가 종료돼 거래 당사자들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빠른 결정은 '델라웨어주 법원'에서 판결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델라웨어 주는 기업 활동에 있어 상당히 친화적인 지역으로 유명하다. 델라웨어 법은 회사설립을 하는데 세금이나 비용 등의 면이 상대적으로 유리한데다 회사법 등이 가장 선진화됐다는 평가다. 미국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회사의 본사가 델라웨어에 있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델라웨어 법원은 선진화된 회사법과 계약법 등을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판결을 신속하게 내려 왔다는 설명이다. 대형 M&A 거래를 둘러싼 여러 소송건이 델라웨어 주에 몰리는 이유다. 17조원 대의 딜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티파니 인수건과 관련한 최근 소송도 역시 델라웨어 법원에서 진행됐다.

델라웨어 법원은 판사도 변호사 중에 임명하는데다 배심재판제도도 없다. 사건을 맡은 판사의 역량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미래에셋-안방보험 사건을 맡은 라스터(Laster) 판사는 특히 빠른 판단력과 날카로운 질문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이번 판결에서도 핵심 팩트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 등을 쏟아내며 최종 결정을 빠르게 내렸다고 알려졌다.

델라웨어 법원의 효율적 프로세스에 더해 원활한 버츄얼(Virtual) 활용은 이번 판결의 속도를 높인 일등 공신이었다.

미래에셋-안방보험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상회의를 통해서만 이뤄진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 코로나19 이후 법원에 제기됐던 여러 소송건이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버츄얼 환경에서 오히려 효율적으로 진행됐다.

절차 기일(Procedural Hearing), 변론기일(Hearing), 법정외증언(Deposition) 등 소송 전 과정이 40여건이 넘는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됐다. 미래에셋 쪽은 피터앤킴의 회의실에서, 상대측 미국 변호사들은 각자의 집에서, 판사는 법원 사무실에서 각각의 과정을 소화해 낸 초유의 경험이었다.

화상회의를 통한 소송진행은 참석자들로 하여금 더욱 준비에 만전을 기하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전 과정이 녹화되어 기록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장에서 진행될 경우 참석자 수 제한으로 당사자들만 참석 가능한데, 화상의 경우 주니어 변호사들까지 모두 전 과정을 참관할 수 있어 트레이닝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히어링과 데포지션 과정에서 판사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 시니어변호사가 어떤 식으로 반대심문을 하고 답변하는지를 굉장히 생생하게 보고 배울 수 있는 체험장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김갑유 피터앤킴 변호사는 "델라웨어에서도 소송건이 상당히 많은데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의 전과정에 화상으로 진행된 것은 흔치 않다"며 "국가간 이동에 제약이 있어 선택한 차선책이었으나 진행과정에서 굉장히 효율적인 프로세스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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