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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을 움직이는 사람들]김양기·이종태 부사장, 대형건설사 DNA 이식 중책④경영부문 신설해 재무관리 체계화 …사업부문 과제 '강남 진출'

고진영 기자공개 2021-02-25 14:04:21

[편집자주]

호반건설은 전남 보성 출신의 김상열 회장이 1989년 설립했다. 지방 건설사로 시작했지만 30여년이 채 안돼 대형 건설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건설시장 한계를 일찍 체감하고 뛰어든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올해 김 회장이 경영 후선으로 물러나고 오너일가 2세를 비롯한 전문경영인이 수장으로 올랐다. 더벨이 신구교체가 이뤄지는 호반건설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3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장을 향한 호반건설의 갈증은 부인할 여지가 없다. 지방 건설사에서 10대 건설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컸지만 아직 대형 건설사로 불리기엔 한 끗이 부족하다. 대규모 M&A 건이 있을 때마다 '호반'의 이름이 빠짐없이 오르내리는 것 역시 이런 목마름과 맞물려 있다.

2세 경영이 본격화한 지금 호반건설은 다시 야심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대형사 출신 임원들을 대거 영입해 성장 DNA를 심었다. 특히 주목되는 인물은 각각 대우건설, DL이앤씨(옛 대림산업)에서 오래 일한 김양기 경영부문장과 이종태 사업무분장이다.

◇김양기 신임 경영부문장, 재무라인 강화 첨병

호반건설은 작년 말 진행한 인사에서 경영부문을 신설하고 김양기 부사장을 부문장으로 앉혔다. 회사 재무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기존 재무담당에 경영과 기획을 강화해 만들었다. 당초 송종민 현 호반프라퍼티 사장이 호반건설 대표 자리에서 그룹 재무를 총괄해왔지만 이제 계열사별로 재무를 각각 책임지도록 인사를 개편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현재 재무가 튼튼하긴 하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보이지 않는 부분도 많아지기 때문에 주마가편의 취지에서 재무에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재무라인 강세는 호반건설의 상장 준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작년에 공모액을 최대 1조원으로 설정하고 IPO(기업공개)를 계획했다가 결국 중단됐으나 재추진은 시간문제나 다름없다. 외부인력 수혈로 경영상 빈틈을 메우고 전반적 성장을 도모한 뒤에 상장 작업을 다시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다.

경영부문장에 오른 김 부사장은 대우건설에서 오랜 기간 재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대우건설이 2007년 재상장할 당시 재무관리담당 상무로 이를 주도하는 등 산전수전을 많이 겪었다. 호반건설이 상장을 노리고 제반작업을 할 경우 전략 수립 등에 상당한 인사이트가 기대된다.


김 부사장은 1957년 7월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우건설에서 워크아웃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던 2003년 재경팀장으로 일했고 2005년 재경팀 이사, 2007년에는 재무관리담당 상무에 올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직후다. 같은 해 12월 대우건설은 유상감자 후 변경 상장을 진행했는데 김 부사장이 당시 앞단에서 주가 부양책 등을 이끌기도 했다.

이듬해 역시 일이 많았다. 당시 금호산업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맺은 풋백옵션으로 위기에 빠져있었다. FI(재무적 투자자)와 맺은 약정에서 대우건설 주가가 일정 수준까지 오르지 않으면 이들의 지분 39.6%에 대해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금호산업은 4조원을 넘는 현금을 동원해 물량을 다 받아줘야 했다.

김 부사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해당 지분에 대해 해외 매각을 시도했다. 해외 장기 우량 투자펀드에 블록으로 팔겠다는 계획이었다. 결국 무위에 그쳤지만 대담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이후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에 매각됐고 김 부사장은 인수가 마무리된 2010년 전무로 승진해 재무금융본부장에 올랐다.

2016년에는 대우건설 자회사인 푸드림(현 푸르웰)으로 이동해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호반건설에 합류한 것은 2018년 말, 상임감사로 영입됐다. 약 2년 만에 경영부문장으로 보직이 바뀐 셈이다.

추후 호반건설이 M&A를 진행할 경우에도 김 부사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계열사가 인수주체가 될지 등 전략적인 부분은 김선규 총괄회장이 결정하되, 자금 조달처럼 세부적 작업은 김 부사장 등 각 계열사 재무책임자 몫이 될 전망이다.

◇'강남 진출' 숙제 안은 이종태 사업부문장

호반건설 사업부문은 말 그대로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재건축과 재개발, 주택사업, 공모사업, 일반 택지지구 사업 등에 모두 관여한다. 작년 말 인사에서 이종태 부사장이 부문장으로 임명됐다.

1965년생인 이 부사장은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이다. 1991년 대림산업(현 DL 및 DL이앤씨)에 입사해 작년까지 30년 가까이 몸을 담았다. 주택사업본부 담당임원 상무, 주택사업본부실장 전무 등을 거쳤으나 작년 중순 대림산업의 주택사업본부 임원이 대거 바뀌면서 이 부사장도 물러났다. 퇴임 직후 호반건설에 영입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을 두고 “현장에 오래 있었을 뿐 아니라 수행실장으로 공정관리와 현장관리 등 관리업무에도 익숙해 주택사업에 대해선 다방면으로 노련한 전문가”라며 “호탕하고 자신감 있는 스타일인데 공공영업이나 민간주택 도급수주 등 영업 쪽에도 빠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의 당면 목표로는 호반건설의 강남 진출을 꼽을 수 있다. 호반건설은 1989년 광주·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시작해 30년 만인 2019년 시평 10위, 2020년 시평 12위까지 급성장했다. 그러나 ‘전국구’에서 먹히기에는 브랜드 경쟁력이 다소 취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신도시 분양, 서울 다른 지역 정비사업의 경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강남권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전했다. 수익성이나 상징성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른 강남 진입 없이는 진정한 대형사로 우뚝 서기 힘들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작년 4월에는 호반건설이 신반포 15차 수주전에 뛰어들어 전례없이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사비 2500억원 수준의 사업에 390억원 규모의 무상품목 제공을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연 0.5% 사업비 대출이자라는 제안까지 내걸었다. 경쟁사들의 연이자 1.9%, CD금리+1.5% 등을 한참 앞섰다.

결국 고배를 마셨으나 마냥 아쉽기만한 패배는 아니었다. 삼성물산, 대림산업을 상대로 경쟁을 펼쳐 끝자리가 아닌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표 차이를 보면 삼성물산, 호반건설, 그 뒤로 대림산업 순이었다.

실제 수주 과정에서도 삼성물산이 호반건설을 적잖이 의식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선분양제를 제시했다가 호반건설이 선분양·후분양 중 유리한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분양시기 선택제'를 내놓자 삼성물산도 후분양을 선택지에 넣었다.

시장 관계자는 "파격적 조건 등을 감안해도 어찌됐든 브랜드를 최고로 치는 강남에서 끝자리가 아니라 중간을 차지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선전”이라며 “목표가 코앞이니 만큼 상장 과정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김 부사장이 강남 재건축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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