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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공정경제 트래커]롯데칠성, '와인사업 제재' 내부거래 부당이익 쟁점공정위 'MJA와인' 판촉·인력 지원 주목, '검찰고발' 법적대응 관심

정미형 기자공개 2021-04-12 08:11:20

[편집자주]

2010년대 초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경제민주화'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공정경제'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재계에 더 날카로운 칼날이 드리워졌다. 특히 유통업계는 중소상공인과 상생이 필요한 영역으로 공정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상위권 대그룹과 달리 여전히 구태 흔적이 역력한 유통기업들은 이제 비로소 변화를 준비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유통기업들의 공정거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9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와인시장에 진출한 것은 2002년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와인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추가 설비투자 비용이 필요 없고 자체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앞서 롯데칠성은 맥주 제조업에 진출 의사를 밝혔다. 결국 와인시장 도전장 역시 종합주류회사로 변신을 위한 수순이었다.

본격적으로 주류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에 이르러서다. 롯데칠성은 두산의 주류사업을 5030억원에 인수했다. 두산주류는 소주 '처음처럼', '산', '그린'과 약주 '국향', '군주'등의 브랜드를 갖춘 양대 사업자였다. 와인에서도 국내 최장수 와인 브랜드이자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는 ‘마주앙’을 가지고 있었다.

롯데칠성은 두산주류를 인수하면서 지금은 흡수합병한 롯데주류BG를 신설했다. 이미 위스키와 함께 증류식 소주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롯데는 두산주류 인수를 통해 하이트진로그룹과 겨룰 수 있는 종합주류회사로 거듭날 채비를 마친 셈이다.

◇자본잠식 'MJA와인'에 심폐소생

와인 소매법인인 MJA와인(이하 MJA)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 두산주류를 인수할 당시 롯데칠성의 주류 소매판매가 금지돼 있었다. 주세법에서는 수입주류 유통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주류수입업자는 본업에 전념하고 주류 유통과 판매 등의 겸업을 금했다. 다시 말해 와인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선 MJA를 보유할 수밖에 없었다. MJA는 롯데칠성의 100% 자회사다.

2012년 해당 전업 규정이 전면 폐지되면서 롯데칠성이 와인 소매업을 직접 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MJA를 통해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와인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아니지만 대기업인 롯데가 소매업에 진출하면서 발생할 여론 악화를 우려해서다.


그러나 사업은 맥을 추지 못했다. MJA의 매출은 백화점 납품에만 적용된다. 백화점 채널은 임대매장으로 운영되는 고비용 구조라 마진이 높지 않다. 여기에 경기불황과 김영란법 여파 등으로 지난 수년간 손실이 깊어지는 등 지지부진한 실적이 지속됐다. 2009년과 2013년에는 누적 손실로 인한 결손금으로 인해 완전 자본잠식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와인사업을 접을 수 없었다. MJA뿐만 아니라 롯데칠성의 와인사업부 전체가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칠성 와인사업부는 소매 판매 목적이 아닌 해외에서 와인을 바잉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와인시장의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국내 와인시장은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증가하며 와인 소비는 더욱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백화점 와인’이라는 상징성은 종합주류회사를 지향하는 롯데칠성으로서도 놓칠 수 없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공정위 "10년간 부당이익 35억"…법적다툼 여지

공정거래위원회는 여기에 제동을 걸였다. 공정위는 MJA가 시장경쟁 원리에 따라 당연히 퇴출당했어야 할 사업체로 판단했다. MJA가 존속할 수 있었던 데는 롯데칠성의 지원이 있었다고 봤다. 공정위의 판단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와인 저가 공급을 통한 지원행위 △와인 판촉사원 비용부담을 통한 지원행위 △인력제공을 통한 지원행위 등이다.

롯데칠성이 MJA의 경영 실적이 악화되자 수입한 와인을 다른 거래처보다 저가에 공급해줬다는 입장이다. 원가율을 손보는 방식으로 2012년 약 78%에 이르는 원가율은 2019년에는 66%까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봤다.


백화점 매장에 배치하는 판촉 사원 역시 롯데칠성의 도움을 받았다. 2013년 2월까지 롯데칠성이 체결한 도급 계약에 따라 MJA 매장에 판촉사원이 파견됐다. 이후로는 MJA가 직접 도급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으나 2016년도에는 다시 1년 9개월 가까이 같은 행위가 반복됐다.

공정위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는 조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회사가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해 상당한 이익이 되는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등을 사익편취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롯데칠성과 MJA도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부당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기업집단의 조직력을 동원해 35억원의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롯데칠성을 검찰에 고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억8500만원을 부과했다.

업계에서는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체로 와인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롯데칠성처럼 소매법인을 중간에 끼기보다는 거래처에 상품을 납품해서 판매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형태인 신세계그룹의 와인업체 신세계L&B 역시 직접 납품이나 직영점 직접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롯데칠성은 이번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아직 의견서가 공식적으로 전달되지 않아 공정위의 판단 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반기를 들 여지도 적지 않다. 계열사인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최근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냈기 냈다. 롯데칠성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있기 전까지 필요 사안에 대해 성실히 소명했다”며 “의견서 수령 후 검토를 통해 논란 여지가 있는지를 따져보고 대응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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