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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어부지리 효과? 각형 배터리 떠오르나 LGES-SK이노 소송전, 파우치형 위상 '흔들'…현대차, '원통형' 배터리도 협업

박상희 기자공개 2021-04-16 09:22:02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4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시적인 어부지리 효과일까, 전기차 배터리 업계 지형 변화의 서막일까.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ES)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 합의가 마무리되자마자 삼성SDI가 연이은 수주 소식을 내놓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에 주력하는 LGES와 SK이노베이션과는 달리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에 주력해왔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트리오 가운데 삼성SDI는 LGES나 SK이노베이션과는 다른 전략을 취했다. 우선 주력 제품이 달랐다. 전기차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크게 파우치형과 각형, 그리고 원통형으로 구분된다. 파우치형에 주력한 LGES나 SK이노베이션과는 달리 삼성SDI는 각형에 주력했다.

큰 틀에서 볼 때 3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자였지만 주력하는 고객사에 차이가 있었다. 완성차 업체마다 선호하는 배터리 형태가 달랐다. 자연스럽게 주력 시장도 갈렸다.

공통적으로 3사가 유럽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삼성SDI는 미국 시장엔 진출하지 않았다. GM, 포드 등 미국의 완성차 업체가 파우치형을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LGES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 시장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삼성SDI는 2009년부터 10년 가까이 BMW의 배터리 독점 공급업체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는 BMW와 폭스바겐이다. 삼성SDI가 유럽에 집중했던 이유다. 그러나 2018년 중국의 CATL이 BMW의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독점관계가 깨졌다. CATL도 각형을 주력으로 한다.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배터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제조사 간 기술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공급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출처:삼성SDI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이합집산이 본격화 하던 2019년 LGES와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소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완성차 업체의 우려도 커졌다. 막대한 소송비용 및 합의금 등이 향후 투자 차질로 이어질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약 한달 전 개최된 폭스바겐그룹의 배터리 전략을 소개하는 '파워 데이(Power Day)'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폭스바겐그룹은 2023년부터 신규 각형 배터리를 적용해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비중을 8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그룹은 그간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를 모두 탑재했다. 폭스바겐그룹의 이같은 발표는 파우치형이 주력인 LGES와 SK이노베이션에겐 악재다. 반면 각형이 주형이 삼성SDI에게는 호재다. 삼성SDI는 최근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PO)에 4종의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상표를 등록하는 등 각형 배터리 브랜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각형 배터리 탑재율을 높이겠다는 폭스바겐그룹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첫 수주라는 쾌거도 기록했다. 현대차가 삼성SDI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2024년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신차부터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LGES나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았지만 삼성SDI와는 그간 거래가 없었다. 현대차가 향후 원통형 배터리 비중을 늘리게 되면 파우치형 배터리사(LGES, SK이노베이션)로선 그만큼 시장 규모가 작아지는 셈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크기가 작기 때문에 매출이나 수익성이 순수전기차에 비해 떨어지지만 삼성SDI가 현대차로부터 첫 수주를 얻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현대차가 파우치형에 주력하는 LGES나 SK이노베이션이 아니라 각형이 주력인 삼성SDI를 선택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소형전지 사업도 영위하고 있는데, 소형전지가 원통형 배터리다. 삼성SDI 관계자는 "기존 소형전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용 대형 원통형 배터리 기술 개발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한국과 유럽,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헝가리 공장은 각형 배터리만 생산한다. 원통형 배터리는 중국과 한국에서 생산한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삼성SDI는 올해 출시되는 리비안(RIVIAN)'의 전기 픽업트럭 'R1T'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R1S'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ES와 SK이노베이션이 주력하는 파우치형이 전기차 배터리의 스탠다드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는데 소송전 이후 클라이언트의 전략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각형이 주력인데다 원통형 배터리까지 생산할 수 있는 삼성SDI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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