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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모니터/CSR의 재해석]CSR=노블레스 오블리주, ESG시대엔 안통한다①기부·자선·봉사·메세나, ESG 평가선 ‘무용지물’, CSV로 가치 창출해야

박상희 기자공개 2021-04-27 09:14:19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0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 경영이 재계 화두로 떠올랐다. 대다수 기업은 ESG를 이전부터 해오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확장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같은 ESG 평가기관들은 기존의 CSR 활동은 ESG 등급을 상향 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선이나 기부, 환경보호 같은 사회공헌 활동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의 대외 이미지 제고에 목적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의 CSR 활동이 ESG 경영으로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사회공헌활동도 전략적 차원에서 비즈니스 모델(BM)과 연계돼야 한다는 게 ESG 평가기관의 조언이다.

◇CSR 개념 사회공헌활동, KCGS 모범규준서 삭제

196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CSR 개념은 기업 활동에 영향을 받거나 영향을 주는 직간접적 이해 관계자에 대해 법적, 경제적, 윤리적 책임을 감당하는 경영 기법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CSR이 기업의 수익 추구와는 무관하며 주로 기업의 평판 관리에 활용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SR은 주로 자선, 기부, 환경보호 등 사회공헌 활동으로 나타난다. ESG 평가기관에서도 기업의 CSR 활동을 평판 관리를 위한 활동으로 보고 있다. KCGS 관계자는 "자선사업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런 활동은 ESG 평가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KCGS가 내놓은 사회 모범규준 개정 초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경제 발전(세분류)' 부문에 △고용창출을 통한 지역사회 빈곤 퇴치 △기술개발 및 보급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 기여 △지역사회의 천연자원 및 중간재 활용 △지역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통한 지역 경제 발전 기여와 같은 내용은 삭제됐다.

이전의 KCGS 모범규준은 2010년에 마련된 것으로, CSR이 처음 등장했을 때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 고용을 확대하고 세금을 더 내는 행위가 ESG 가운데 사회(S) 부문에 부합한다는 시각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모범규준 개정 초안에서 이같은 내용을 삭제한 것이다.

삭제된 내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 모범규준 세분류 가운데 '임직원의 지역사회 활동 참여', '지역사회 공헌' 항목도 삭제됐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모임 및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지역사회에 대한 지식, 기술, 인적·물질적 자원 지원, 교육기회 제공, 문화활동 지원, 보건서비스 지원 등의 활동도 ESG 평가 항목에서 삭제됐다.

그간 기업의 CSR 활동을 주도해왔던 공익 재단도 ESG 평가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공익재단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결합된 재산의 집단에 법적 인격이 부여된 법인 단체를 일컫는다. 대다수 대기업은 선대 회장 시절부터 최소 2~3개의 재단법인을 설립해 각종 CSR 활동을 펼쳐왔다.

KCGS 관계자는 "그룹의 경우 계열사 별로 실행하기 어려운 CSR 활동을 공익법인이나 재단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ESG 평가는 개별 기업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룹의 재단 활동은 ESG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KCGS의 ESG 모범규준 개정안 초안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한 가치 창출이 관건"

새로운 모범규준에 따르면 그간 기업들이 펼쳐왔던 봉사활동이나 기부 내역, 교육 장학 사업, 문화 예술을 지원하는 메세나 활동 등이 모두 ESG 평가와는 무관하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CSR 활동이 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개정된 모범규준에 답이 있다. '지역사회 참여 및 개발' 항목에 새롭게 추가된 내용을 살펴보면 △ 지역사회 요구, 비즈니스 모델을 연계한 지역사회 참여 전략 마련 △ 지역사회 참여 활동 성과의 정량화, 화폐가치화를 통한 투명성, 효과성 확보 △ 사회책임경영과 관련된 산업별, 이슈별 이니셔티브 및 자율규제 자발적 참여 등이 있다.

KCGS 관계자는 "ESG 평가에서는 기업의 선언적 미사여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얼마나 지속적인 노력을 했느냐를 본다"면서 "이를 정량적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사회공헌 활동을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해서 얼마를 투입해 어느 정도의 실적이나 성과를 거뒀는지를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ESG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CSR이 아니라 CSV라고 말한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사후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개념이라면 CSV(creating shared value)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시장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는 단순히 시혜적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 이를 측정해 오고 있는 SK그룹이 모범 사례가 될 만하다. KCGS 관계자는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개념은 ESG 평가에서 사회적 공헌 활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회책임경영과 관련된 산업별, 이슈별 이니셔티브 및 자율규제 자발적 참여 등은 최근 확산하고 있는 RE100 가입 등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캠페인을 뜻한다.

KCGS 관계자는 "ESG 가운데 환경이나 사회 같은 항목은 개별 기업 혼자서 하기엔 버거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자율규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경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면서 "RE100은 가입하고 싶다고 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다 기업의 노력이나 추후 약속 이행 의지 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전의 CSR은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가까웠다면 ESG는 금융기관 같은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할만한 기업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른것 같다"면서 "새로운 모범규준이 나오면 이에 대한 스터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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