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최근 잇단 이사회 지배구조 개편은 그룹 차원의 결단이다.

지난 달 ㈜LG는 상장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사회 내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간 SK그룹이나 삼성그룹에 관해 ESG 경영에 한발자국 뒤쳐져있다는 평가를 의식해 그룹 단위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최근 시장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연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동시에 ESG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LG그룹 역시 상장사마다 시장의 높아진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이와 같은 이슈를 전문적으로 다룰 소위원회 설치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계열사 가운데 그룹의 뜻을 가장 먼저 받들어 행동에 나섰다.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당일 자로 ESG위원회를, 오는 7월 1일 자로 내부거래위원회를 각각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ESG위원회는 현재 출범 후 첫 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회의에서 역할과 목표를 구체화할 계획이지만 앞으로 LG생활건강 ESG 경영의 최고 심의기구로서 환경·안전,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고객가치, 주주가치, 지배구조 부문과 관련된 사내 정책을 전담할 예정이다.

내부거래위원회는 올해부터 규제가 강화되는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 거래 △대규모 내부거래 등 내부거래의 투명성 및 적정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양대 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고 이중 3분의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할 예정이다. 위원장은 각 위원회의 결의를 통해 선정 된다.

LG생활건강은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의 ESG 등급을 평가받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등급 평가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 4년간 연속 통합 등급 A를 유지해왔다.

다만 세부적으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3개 부문 가운데 지배구조(G)가 B+등급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지배구조 부문 역시 A등급으로 올라서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지배구조는 ESG 평가 항목 가운데 LG생활건강으로서 가장 부담이 되는 약한 항목이다. 이사회가 비교적 명료한 규정과 기준에 따라 운영돼 왔지만 운영 원칙 가운데서는 상법이나 이사회 규정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요건에 부합하는 수준인 항목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이사회 내 소위가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정도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자산총계 7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 명망에 비해 다소 단촐한 구성이다. 조직의 최상단에 위치하며 경영상의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이사회 멤버 7인이 전원 남성이라는 점도 여성을 주요 소비자로 사업하는 기업답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는 LG생활건강 지배구조도 그간 논의가 부족했던 부분을 중심으로 보완이 이뤄질 예정이다.

소위 신설에 이어 후속 지배구조 개편이 잇따라 대기 중이다. 그룹은 이미 상장 계열사에 걸쳐 현재 사외이사 4인 가운데 3인으로만 운영되던 감사위원회 구성을 내년부터 사외이사 전원으로 확대될 것을 예고한 상태다. 또 감사위원회를 보좌하고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내부감사부서'를 독립적으로 모든 계열사에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도 공을 들이일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내년도 주총에서는 여성 사외이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하는 이태희 사외이사, 김상훈 사외이사의 공석을 신규 여성 이사들이 메울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이사회 규정에 따라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며 "ESG위원회의 경우 첫 회의가 열리기 전이므로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활동의 초점은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