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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 지배자=김범석' 동일인 지정 불발 '총수없는 기업집단·외국계 기업' 인정, 실질 지배력 '무용화' 선례

최은진 기자공개 2021-04-29 13:34:06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9일 12: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이 결국 총수 리스크를 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하면서 '총수 없는 기업집단'이 됐다. 쿠팡을 한국기업이 아닌 미국기업으로 인정한데 따른 결과다.

눈여겨 볼 부분은 공정위가 쿠팡의 실질 지배자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으로 인정하면서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도적 미비점과 김 의장이 미국인이기 때문에 법적제재가 불가하다는 실효성을 내세웠다.

공정위는 29일 '2021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보도자료를 통해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 규모가 5조7750억원으로 재계순위 60위권에 신규로 이름을 올렸다. 계열사는 총 8곳으로 집계됐다.


그간 공정위는 쿠팡의 동일인 지정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달 공정위가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할 거라는 얘기가 돌면서 '외국인 특혜'라는 비난이 나왔다. 최근에는 다시 김 의장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설이 불거지는 등 갈팡질팡 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결국 이례적으로 동일인 지정 안건을 전원회의에서 다뤄 최종결정 했다.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쿠팡의 동일인 지정에 대해 "그간의 사례, 현행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김 의장이 쿠팡의 모기업인 미국법인 쿠팡Inc를 통해 국내 쿠팡과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게 명확하다고 밝힌 대목이다. 사실상 지배력 정의를 통해 충분히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사정이 있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다음과 같이 후술했다.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에서 국내 최상단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 △현행 경제력집중 억제 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 돼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 미비한 부분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쿠팡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선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주요하게 볼 부분은 우선 쿠팡을 한국기업이 아닌 외국계 기업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를 들어 동일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 부분과 맥이 닿는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외국계 기업인 한국GM과 에쓰-오일은 모기업 및 총수가 외국기업이자 외국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각각 동일인으로 한국GM과 에쓰-오일 법인 그 자체를 지정했다.

쿠팡 역시 한국사업을 본거지로 삼고 있으나 모기업이 미국기업인데다 총수인 김 의장이 미국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외국계 기업이라고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한국계지만 미국국적을 가진 미국인이다.

물론 한국GM이나 에쓰-오일의 경우 모기업 및 총수가 글로벌 지역에서 폭넓은 사업을 하고 있어 한국만 타깃으로 삼고 있는 쿠팡과 다른 사례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다양한 제도적 문제점이 있어 규제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외국인을 제재하기 어려운 규제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김 의장은 미국인이기 때문에 동일인 관련자의 범위를 지정하기 어렵다.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그의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 등과의 거래 대상은 모두 공시대상이 된다. 만일 이들 특수관계인들이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일 경우 상당히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다.

형사제재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법적으로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게 문제는 없으나 제도의 구현 및 처벌 규정 이행에 있어 미비한 점이 있다는 얘기다. 투자에 있어 차별하지 않기로 한 '최혜국 대우' 규정이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문제가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공정위는 쿠팡을 외국계 기업으로 인정하고 기존 사례와 동일하게 해석하는 보수적인 전략으로 매듭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쿠팡의 사례는 몇가지 점에서 특이사례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사례를 규제 빈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쿠팡이 한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지만 모기업이 외국계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총수 규제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의미하는 게 크다. 외국계 페이퍼 컴퍼니를 내세워 한국 사업을 지배하는 형태의 지배구조를 통해 공정거래 규제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지배력이 특정인에게 집중된 게 인정되더라도 동일인에서 제외된 부분도 주목된다. 그간 공정위는 총수 규제를 위해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정의를 내세워 동일인 지정을 압박했다. 동일인에 해당하는 정량적 평가에서 제외되더라도 실질적 권한이 누구에게 쏠리는 가에 집중해 사익편취 가능 대상을 찾아내 규제했다.

이번 쿠팡 사례에서는 사실상 지배력이 김 의장에게 있다는 점이 분명하지만 제재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고려됐다. 이는 사실상 지배력 개념에 대한 무용화는 물론 동일인 제도 자체의 모호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는 동일인 제도 문제점과 비판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외국계 기업으로 인정했다는 데 이번 동일인 지정건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사실상 유통공룡이 된 쿠팡을 외국계 기업이자 총수 없는 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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